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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새국어생활 제23권 제2(2013년 여름) 세계의 언어 정책 아프리카의 언어 정책 김광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 교수 1. 서론 국민은 공통의 역사 , 문화 , 인종 , 언어를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만 독립 당시 아프리카 국가들은 부족 , 종족 , 민족으로 설명되는 다양 정체성 이 공존하거나 갈등을 내포하고 있었다 . 그러므로 독립을 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가장 큰 선결 과제는 경제 발전과 함께 다양한 정체 성을 가진 민족 집단을 하나의 국가 국민으로 통합하는 것이었다 . 언어는 민족 집단을 규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언어는 모 든 인간 행동의 기초이고 , 명백하고 일관된 문화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 또한 언어는 상징으로서 집단의 정체성과 이념적 틀을 제공한다 . 언어 선택이 국가나 정부에 의해 이루어질 경우 새로운 정체성 또는 국가 정 체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 따라서 언어 정책은 새로운 민족과 국민을 만들 수 있다 . 언어는 공동체 생활의 특징적인 모습으로 인식되며 , 사람들은 하 나의 언어를 선택하여 사용함으로써 즉각적이며 분명한 정체성을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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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새국어생활 제23권 제2호(2013년 여름)

세계의 언어 정책

아프리카의 언어 정책

김광수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K 연구 교수

1. 서론

국민은 공통의 역사, 문화, 인종, 언어를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만 독립 당시 아프리카 국가들은 부족, 종족, 민족으로 설명되는 다양

한 ‘정체성’이 공존하거나 갈등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독립을 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가장 큰 선결 과제는 경제 발전과 함께 다양한 정체

성을 가진 민족 집단을 하나의 국가 ‧ 국민으로 통합하는 것이었다.

언어는 민족 집단을 규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언어는 모

든 인간 행동의 기초이고, 명백하고 일관된 문화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는 상징으로서 집단의 정체성과 이념적 틀을 제공한다. 언어

선택이 국가나 정부에 의해 이루어질 경우 새로운 정체성 또는 국가 정

체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 따라서 언어 정책은 새로운 민족과 국민을

만들 수 있다.

언어는 공동체 생활의 특징적인 모습으로 인식되며, 사람들은 하

나의 언어를 선택하여 사용함으로써 즉각적이며 분명한 정체성을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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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언어 정책 131

한다(Crystal 2010:34∼35). 국가 정체성은 다수 국민들이 국가적 상

징과 함께 동일한 자기 정체성을 만들고, 국가 정체성의 상징들이 강화

되거나 위협받을 때 심리적으로 하나의 집단으로 행동할 수 있는 정체

성을 제공한다(Bloom 1990:52). 따라서 언어의 사용은 가장 중요한 상

징으로서 국가 정체성과 연관된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독립 당시 다양한 민족 집단들이 존재하고 있

었고 민족적 경계도 분명하지 않았으며, 몇몇 국가들을 빼고는 공통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도 않았다. 부분의 국민들은 국가 정체성을 공

유하고 있지 못했고 ‘외부인’과 같았다.

신생 독립 아프리카 국가들은 국민들이 한 나라에 속해 있는 국민이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더 작은 단위의 민족, 부족 또는 종족에 해 소속

감과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나의 국가적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국가 단위의 언어 정책을 반드시 필요로 했다(Bamgbose

2000:99, 100∼104). 이 국가들은 ‘국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어떤 언어

를 사용해야 하는가?’, ‘어떤 언어가 국가적 단결과 통일을 촉진시키는

데 가장 좋을까?’, ‘고등 교육과 기술같이 특화된 분야에서 어떤 언어가

사용하기 쉽고 효과적일까?’,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가장 부담이 적을까?’ 등을 고민하 다(Robinson 1996:13).

우리는 아프리카의 언어 상황과 언어 정책을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먼저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어떤 국가의 언어 상황이 21

세기 아프리카를 특징지을 것인가? 그들은 서유럽이나 동아시아 국가

들처럼 국가 수에 상응하는 언어 사회를 구축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

면, 그들은 아메리카나 오세아니아와 같이 정복자들의 언어를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인도차이나와 같이 고유의 언어를 체계화할 것인가?

또 다른 경우로 스위스나 소련처럼 다중 언어 사회가 아프리카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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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더 적합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떠한 필요에 따라

다중 언어를 사용해야 할까? 아프리카인들은 합리적인 언어를 선택하

고 언어 정책을 추구할 것인가?

아프리카의 언어 정책에 한 이해는 아프리카 국가와 민족, 나아

가 정치 ‧ 경제와 사회 ‧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아프리카의 언어 상황과 다중 언어 상황을 살펴보고 케냐

와 탄자니아의 스와힐리어 정책을 비교하여 아프리카의 언어 정책을

고찰하고자 한다.

2. 아프리카의 언어 상황

2,034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아프리카 언어 상황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아프리카 언어에 한 계통 분류(genetic classification)

가 필요하다. 아프리카 언어의 계통 분류는 1963년 그린버그(J. Green-

berg)가 제시하 는데 이에 해 많은 논의가 있지만 지금까지 유용하

게 사용되고 있다. 그린버그는 유형학적 방법과 역사비교언어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아프리카 언어를 크게 4 어군으로 구별하 다

(Greenberg 1963, Shillington 1993:50).

첫 번째는 아시아 ‧ 아프리카(Afro-Asiatic Language) 어군으로 주로

북아프리카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함 ‧ 셈(Hamito-Semitic) 어군으로 부

르기도 한다. 고 이집트어, 베르베르(Berber)어, 하우사(Hausa)어 등

이 속한다. 두 번째는 나이저 ‧ 콩고(Niger-Congo) 어군으로, 서아프리카

의 세네갈로부터 동부 지역인 케냐와 탄자니아 그리고 남부 지역의 남아

공에 이르기까지 가장 방 한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가 반투(Ban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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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1 아프리카 언어의 계통 분류(Shillington 1993:50)

아프리카 언어는 모두 네 개의 어군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는데 나이저 ‧ 콩고 어

군이 가장 많은 화자 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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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로 부르는 언어들이 여기에 속하며 서아프리카의 월로프(Wolof)어와

아칸(Akan)어, 동아프리카의 스와힐리(Swahili)어, 남부 아프리카의 쇼

나(Shona)어 등이 속한다. 세 번째는 나일 ‧ 사하라(Nile- Sahara 또는

Nilotic Language) 어군으로 사하라 사막과 나일 강 지역에 주로 분포한

다. 동아프리카의 칼렌진(Kalenjin), 루오(Luo), 마사이(Maasai)어가 이

어군에 속한다. 네 번째는 코이산(Khoisan) 어군으로 남아프리카의 산

(San)과 코이코이(Khoikhoi)어가 속한다(권명식 1993:1031∼1053).

아프리카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2,034개지만 100만 이상의 화자를

보유한 언어는 50여 개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인들의 언어 소통의 특징

은 언어사회학적 용어로 ‘이중 언어(Bi-lingualism)’ 혹은 ‘다중 언어

(Multi-lingualism)’의 사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루이야

(Luiya)족인 나이로비 학교의 한 교수는 모어인 루이야어와 케냐의

공용어인 어와 스와힐리어를 구사한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독립 이후에도 유럽어를 그들의 공식어로

유지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다양한 토착어를 사용하고 있어 하나

의 언어 정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여러 민족 집단과 지역에

한 효과적인 지배, 그리고 국제적인 역량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식민

지배를 했던 유럽 국가들의 언어를 그 로 사용하게 되었다. 아랍어는

부분 북아프리카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현재 모두 12개의 나라에서 공

식어로 사용되고 있다. 어는 20개국에서 사용되는데 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서, 프랑스어는 21개국에서 사용되는데 주로 서부 아프

리카에서 사용되고 있다. 즉, 아랍어, 어, 프랑스어가 아프리카에서 사

용되고 있는 공식적인 유럽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포르투갈어는

5개국에서 공식어로 사용되고 있고 스페인어와 프랑스어가 적도 기니에

서, 스페인어가 모로코에서 그리고 이탈리아어가 리비아, 에리트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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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2 아랍어와 유럽어의 분포(Esterhuysen 1998:10)

아랍어와 유럽어의 분포 상황은 북부에서는 아랍어, 서부와 중부에서는 불어, 동부

와 남부에서는 영어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소말리아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다(Esterhuysen 1998:10).

아프리카의 표적인 토착어로는 에티오피아의 암하라(Amharic)어,

말라위의 치체와(Chichewa)어, 세이셸의 크레올(Kreol)어, 부룬디의 키

룬디(Kirundi)어, 르완다의 키냐르완다(Kinyarwanda)어, 케냐와 탄자니

아의 스와힐리(Kiswahili)어, 마다가스카르의 말라가시(Malagasy)어, 소

말리아의 소말리(Somali)어, 에리트레아의 티그리냐(Tigrinya)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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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서는 현재 약 20여 개의 토착어가 공식어로 사용되고

있는데 남아공에서는 9개의 토착어가 공식어로 사용되고 있다. 공식어

들은 교통어(lingua francas) 역할도 하고 있다. 토착어가 국어(national

language)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 언어는 교통어는 아니지만

많은 인구가 넓은 지역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채택되었다. 국어가

완벽한 공식어의 지위를 갖는 것은 아니며 각 나라에서 선택적으로 사

용하고 있다. 체적으로 토착어가 국경을 넘어 이웃 나라에서까지 사

용되는 경우가 많다. 소말리아나 스와질란드와 같이 몇몇 나라들을 제

외하고는 언어 경계와 국경이 일치하지 않고 다른 언어와 함께 쓰이고

있다(Esterhuysen 1998:11).

아프리카 언어는 서로 다른 모국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의사소통

수단으로서 교통어가 발전하 다. 교통어는 제 1언어로 말하는 사람

들이 제 2언어, 제 3언어로 말하는 사람보다 많을 경우로 정의할 수 있

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공식어는 비교 문화적으로 민족 집단 간

화를 용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교통어라고 볼 수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교통어는 유럽어라고 할 수 있다. 토착어 중 수백만 명이 넘

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교통어는 상 적으로 적으며, 아랍어, 스와힐리

어, 하우사어, 플라니어, 만데(Mande)어 등이 표적인 교통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 반투어 중 주요 교통어는 짐바브웨의 쇼나어, 콩고

민주 공화국의 링갈라(Lingala)어와 루바(Luba)어, 앙골라의 움분두

(Umbundu)어, 말라위의 냔자(Nyanja)어, 잠비아의 벰바(Bemba)어,

케냐의 키쿠유(Kikuyu)어, 나미비아의 헤레로(Herero)어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남아공과 나미비아의 공식어인 아프리칸스(Afrikaans)어는

200여 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새로운 교통어라 할 수 있다

(Mazrui 1999: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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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3 아프리카 공식어의 분포(Mazuri 1999:529)

유럽어와 화자 수가 많은 토착어가 아프리카에서 공식어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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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남아공이 백인 정권에서 흑인 정권으로 바뀐 후 넬슨 만델

라가 11개 공식어를 채택하면서 아프리카 각국은 토착어에 한 중요

성을 인식하고 초등학교에서 토착어를 의무적으로 가르치도록 교육 정

책을 바꾸고 있다.

3. 다중 언어 상황과 언어 정책

아프리카 국가들이 다중 언어(multilingualism)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사하라 이남 47개 국가들 중 단일 언어(monolingual)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부룬디, 보츠와나, 르완다 등 10개국 밖에 없다는 사실로 잘 설

명된다. 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 나라에서 적게는 10개에서 많게

는 100개가 넘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다중 언어를 사용하고 있

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분류하면, 하나의 지배 언어를 가지고 있는 다중

언어 사용 국가로 탄자니아, 세네갈,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니제르, 짐바

브웨, 말라위를, 한 개 이상의 지배 언어를 가지고 있는 다중 언어 사용

국가들로 나이지리아, 콩고 민주 공화국, 잠비아, 케냐, 에티오피아, 기

니를, 지배 언어가 없는 다중 언어 사용 국가로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베냉, 카메룬을 들 수 있다(Bamgbose 2000:99).

밤그보세(Bamgbose)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언어 정책

이 식민주의의 유산, 다중 언어 상황, 독립 이후 정부 정책의 혼돈으로

인해 불명확하고 실효성 없는 정책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1991:11). 아프리카에서 언어 정책이 성공한 예는 나이지리아의 하우사

어, 요루바어, 이보어, 르완다의 키냐르완다어, 부룬디의 키룬디어, 그리

고 탄자니아의 스와힐리어 정도라고 할 수 있다(Robinson 199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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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드카르니(Nadkarni)는 다중 언어 사회의 언어 정책은 기본적으

로 국가 통합을 형성하도록 하고, 동시에 각 민족 집단들의 고유한 인종

적, 문화적 정체성의 침해 없이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주장

하고 있다. 다양한 언어의 성장을 장려하면서 다양한 문화 집단의 욕구

와 관심을 충족시키는 것이 다중 언어 사회에서 언어 정책의 기본적인

과제라는 것이다(1983:152, Robinson 1996:19∼20).

미래의 아프리카 언어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이에 해 라이틴

(Laitin)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리고 있다. 첫째, 식민지 종주국의 유

럽어들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

은 유럽어들에 해 공식적 위치를 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둘째, 토

착어인 공용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겠지만 공식적으로는 유럽어를

압도하지 못할 것이다. 셋째, 적당한 규모의 화자 수를 가지고 있는 지

역의 토착어들이 한정된 지역에서 행정을 위한 언어로 사용될 가능성

이 있다. 넷째, 화자 수가 적은 아프리카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또는

지리적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집단들은 최소한 세 간에 그들의 언

어를 포기하라는 강력한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이러한 언어들 중 일부,

특히 선교사들이나 다른 국제기구를 통해 이름 지어지고 성문화된 언

어들은 소수 언어로 보호될 것이다. 따라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언어 정

책은 앞으로도 유럽어, 국어, 토착어, 교통어를 사용하는 양상으로 진

행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Laitin 1992:119).

1960년 를 전후하여 독립한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식민지 시 의

유럽어와 다양한 토착어의 혼재 속에 독립 국가를 건설하면서 언어 정

책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나의 국어를 지정하여 국가 정체성의 상

징으로 삼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지만,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다양한 민족 집단과 언어가 뒤섞인 채로 단지 국경으로 묶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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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4 아프리카 공식어의 분포(Mazuri 1999: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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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경제 ‧ 문화 ‧ 정치 ‧ 사회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하기 위해

특정 언어를 습득하려고 노력하 고 각 언어에 한 인식의 차이는 통

일된 언어 정책의 부재와 함께 독립 이후 아프리카 국가들의 언어 선택

을 더욱 어렵게 하 다.

사하라 이남 지역의 다언어·다민족 신생 독립 국가들에게 언어는

안정적이고 통합된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었다.

아프리카 신생 독립 국가의 지도자들은 새로운 국가에서 다양한 민족

과 언어 집단들을 화합시키고 그들이 국가에 한 소속감과 충성심을

갖도록 해야 하는 커다란 과제에 직면했다.

언어는 개인적으로는 교육과 직업의 기회를 위해, 국가적으로는

국가에 한 공통의 정서를 갖게 하고 정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중요

한 수단이었다. 이에 따라 다중 언어의 사용은 보호되고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기보다는 본질적으로 국가 발전에 부정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Simpson 2008:1∼2).

새로 독립한 나라들은 국민을 단결시키고 국가에 소속감을 느끼

게 하면서 국가 발전을 위해 모두가 협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가

언어로서 하나의 토착 언어를 확인하고 진흥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Simpson 2008:3∼4).

여러 학자들이 국가를 통치하고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단일어

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립 이후 엘리

트 집단은 식민지의 언어를 계속 우월적인 지위에서 사용하 고 행정

기관, 정부 그리고 중을 위한 교육에 사용하 다. 당연히 새로운 국

가 정체성을 형상화할 수 있는 국어는 식민지의 언어와 동등한 지위 또

는 그보다 우월한 지위를 갖지 못했다. 몇몇 국가의 지도자들과 정부는

특정 언어들이 국어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들 특정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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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해 실질적인 국어로서의 지위를 주지 않았고 국가에서 널리 사용

되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하지 않았다. 결국 이러한 언어 정책은 신생

아프리카 독립 국가들의 국가 건설을 효과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토착

어 또는 토착어에서 발전한 교통어는 국어로 채택되지 못한 경우가 많

은데, 그 이유는 식민 지배 국가의 언어들이 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

서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거의 모든 아프리카 토착어들

이 사회적으로 사용되고 있었지만 교육, 행정, 비즈니스 분야 등에서

사용 정도가 식민 지배 국가의 언어들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4. 케냐와 탄자니아의 스와힐리어 언어 정책

스와힐리어는 케냐에서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인 ‘국가 언어’로 널

리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케냐의 통합과 단결에 가장 좋은 언어로 볼 수

있다. 스와힐리어는 국가 언어로서 모든 민족 집단과 지역적 배경을 가

진 케냐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아프리카 언어이며 정치

적, 경제적 관계에 중립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언어다. 그러나 케냐에

서는 이웃하고 있는 탄자니아에 비해서 일관성 있는 언어 정책이 펼쳐

지지 못했다.

부분의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케냐도 언어적으로 식민 종주

국의 언어인 어를 교육 수단과 국제어로 사용하고 있으며, 동부 아프

리카의 교통어인 스와힐리어를 국어로 지정하고 있다. 또한 케냐는 40

여 개 언어 중 약 20여 개 언어를 국어 수준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하나

의 통일된 언어 정책이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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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 학교의 키사오(Jay Kitsao)는 케냐에서 스와힐리어가

진정한 ‘국어’로 사용되고 있지 못하는 이유를 케냐 국민들이 스와힐리

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케냐의 엘리트들은 스와힐리

어와 일정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스와힐리어가 역사적으로 케냐에서 시작되었지만 탄자니아가 스와힐

리어를 발전시키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이다(Chimerah 1998:87∼88).

역사적으로 식민지 시 부터 케냐의 스와힐리어에 한 언어 정책

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와힐리어를 식민

지배 전략에 따라 다루었다는 것이다. 케냐에서는 백인 식민 지배자들

이 아프리카 언어로 인식되었던 스와힐리어를 억압했다. 두 번째 이유

는 식민 지배자들인 어를 ‘문명화된 언어(civilized language)’로 사용

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케냐의 민족 집단들이 사회적, 정치적

이익에 따라 어를 더 선호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반투(非Bantu)

인에 속하는 루오족은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 것은 다른 반투인에 비

해 불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어를 사용하 고 케냐에서 어를 잘

사용하는 민족으로 인정받았다. 톰 음보야(Tom Mboya)나 로버트 오

우코(Robert Ouko)는 표적인 어 사용자로 루오족 출신이다(Chi-

merah 1998:88∼90).

식민지 시 말기에 시행되었던 언어 정책은 케냐 독립 이후의 언

어 정책에 큰 향을 미쳤다. 1950년 후반부터 1960년 초반까지의

언어 정책은 스와힐리어를 억압하고 어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이루어

졌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 어는 케냐 독립 이후에도 공식어로서 살아

남을 수 있게 되었다(Mbaabu 1991:81). 이러한 상황은 결과적으로 독

립 이후에도 스와힐리어를 하나의 국어로 채택하는 일관된 언어 정책

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어와 스와힐리어 정책이 혼돈스럽게 이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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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

결과적으로 케냐의 케냐타(Jomo Kenyatta)와 모이(Daniel arap

Moi) 통령은 ‘부족주의자(tribalists)’들로 인종적 분열을 이용하여 정

치를 한 지도자로 평가할 수 있다. 케냐는 독립 이후에 키쿠유(Kikuyu)

족이 사는 지역에 교육, 보건, 사회 간접 시설을 집중적으로 투자하

고, 1978년 모이가 집권한 이후에는 리프트 계곡(Rift Valley)에 집중하

는데,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서 국가적 통합보다는 민족 갈등이 오

히려 조장되었다.(Miguel 2004:337∼338).

케냐의 잘못된 언어 정책이 국가 정체성을 함양하지 못했고 결과

적으로 1990년 민족 분규가 발생하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이 가능하

다. 케냐의 정치 지도자들이 민족 정체성을 이용한 ‘민족 정치(ethnic

politics)’를 추구함으로써 오히려 민족 간의 갈등과 반목을 고착화시켜

민족 분규를 일으키는 데 향을 주었다는 지적은 당연하다.

반면, 독립 이후 국가 건설 과정에서 탄자니아는 다른 아프리카 국

가들과는 달리 인종 분규나 정치적 분규가 없었고 상 적으로 정치적

안정을 이루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니예레레의 탁월

한 지도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 다.

부족주의(tribalism)는 아프리카에서 국가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Sklar 1967:6). 거의 모든 아프리카 국가들은 적어

도 인종 ‧ 민족 문제나 또는 지역적 분열 중 한 가지 이상 어려움에 직면

하고 있지만 탄자니아는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는 니예

레레 통령의 통치 철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니예레레는 국가 통치자로서 민족 집단의 협력과 통합을 강조하 고

하나의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 다. 이를 위해 스와힐리어 언어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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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에서 스와힐리어의 사용은 독립 이전부터 아프리카의 언

어로서 저항과 독립, 그리고 자유의 상징이었다. 독립 이후에는 국가 지

도자의 의지가 더해져 ‘국민들의 언어’, ‘ 중들의 언어’로서 사회적 ‧ 정치적 ‧ 문화적으로 스와힐리어가 확고한 지위를 얻으며 국가와 국민을

통합하고 하나의 국가 의식을 갖게 하는 데 기여했다. 1967년 아루샤 선

언(Arusha Declaration)에서 주창된 아프리카 사회주의의 출범과 함께

우자마(Ujamaa: 공동 농장 또는 공동 마을) 정책을 통해 교육과 행정 등

의 역에서 스와힐리어화(Swahilization) 정책이 강화되었다(Stabler

1979:47∼48, Blommaert 1999:89∼91). 1964년 국어로 채택된 스와힐

리어의 사용을 강화하고 학교에서 시민으로서의 의무와 역할을 교육시

키고 민족적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정책들은 탄자니아인들이 공통의 국

가 ‧ 국민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데 기여하 다. 즉, 스와힐리어의 사용

은 탄자니아의 ‘국민’을 만드는 데 기여함으로써 부족주의를 없애고 ‘탄

자니아’라는 국가로 통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5. 결론

아프리카의 언어 선택과 언어 정책은 매우 중요하고, 간단히 결정

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국경선이 자연적인 경계나 민족 집단을 고려하

여 그어진 것이 아니었다. 또 한 국가 안에서 다양한 토착어가 사용되

고 있고 우세한 교통어가 없는 경우에 어느 한 토착어를 국어나 공식어

로 사용하는 문제는 각 민족 집단의 역학 관계를 고려할 때 쉬운 문제가

아니다. 또한 식민지 지배 시기에 유입된 유럽어는 엘리트 집단들이 선

호하고 있고 이미 교통어로 기능을 하기 때문에 향력을 없애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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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황이다.

분명히 아프리카의 언어 정책은 각각의 민족 정체성을 어떻게 하

나의 국가 정체성으로 만들어 나가느냐는 목표에 맞추어 수립되고 추

진되어야 한다. 위에서 본 케냐와 탄자니아의 경우는 아프리카의 언어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좋은지 시사하고 있다.

2012년 모잠비크 현지 조사에서 모잠비크인들에게 포르투갈어를

버리고 토착어를 사용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질문에 포르투갈어를

토착어 중 하나로 바꾸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많은 토착어 중 하나를 국어 또는 공식어로 선택할 경우 언어 집단 간

갈등이 생길 수 있으며, 모든 모잠비크인들이 하나의 토착어를 포르투

갈어와 같이 모든 모잠비크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

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식민 지배 언어인 포르

투갈어를 그 로 사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21세기 ‘떠오르는 륙 아프리카’는 여전히 언어 선택과 언어 정책

이 명확하게 제시되고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을 통합하고 하

나의 국가 의식을 함양하는 데 있어 언어 정책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

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언어 정책이 분명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정치적

목적이나 지도자들의 자의에 따라 바뀐다면 여러 민족 집단을 바탕으로

형성된 국가에서 또 다른 분쟁과 갈등의 여지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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