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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ntents

    Summary 2

    Key Chart 5

    Chapter Ⅰ. 핀테크? 테크핀! 10

    Chapter Ⅱ. 뱅크(Bank)보다는 뱅킹(Banking) 17

    Chapter Ⅲ. 테크기업들의 영역 침범 22

    Chapter Ⅳ. 왜 스타벅스인가? 37

    Chapter Ⅴ. 국내 상황 점검 51

    Appendix. 리브라(Libra) 백서 번역본 57

    Compliance Notice

    ▪ 작성자(한대훈)는 본 조사분석자료에 게재된 내용들이 본인의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없이 신의성실하게 작성되었음을 확인합니다.

    ▪ 본 보고서에 언급된 종목의 경우 당사 조사분석담당자는 본인의 담당종목을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 본 보고서는 기관투자가 또는 제 3자에게 사전 제공된 사실이 없습니다.

    ▪ 종목별 투자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 투자판단 3단계 (6개월 기준) 15%이상 → 매수 / 15%~-15% → 매수 / -15%미만 → 매도

    주식전략/시황

    한대훈 [email protected] 02-3773-8515

    2019-06-25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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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ary

    전세계는 핀테크 붐이다. 근데 어딘가 이상하다. 기존 금융기관이 아닌 IT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리브라(Libra) 백서를 발표했고,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결제시장의 총아로 급부상했다. 분명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금융업계의 화두인 ‘핀테크’인데 말이다. 테크기업들의 거친 생각과 금융기관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아직은 그걸 지켜보는 정부. 이게 현재 핀테크 시장의 모습이다.

    이제는 용어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 말장난 같지만 핀테크가 아닌 테크핀의

    시대다. ICT 와 금융의 융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현재까진 테크기업들이다. 구글페이,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 결제시스템이 발전했고, 페이스북은 국경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수수료 없이 지불 가능한 리브라를 발표했다. .

    이제는 테크핀이란 용어로 바꿔 불러야 할 때가 왔다. 테크핀이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다. 그는 지난 2016 년 연말에 열린

    세미나에서 “핀테크는 기존의 금융시스템 기반 위에 ICT 를 접목시킨 서비스인 반면,

    테크핀은 ICT 바탕 위에 금융시스템을 구축한 서비스”라고 밝히며 테크핀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알리바바 그룹은 현재 가장 앞선 테크핀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 중 하나다. 거침없는 질주를 하는 테크기업들은 이제 금융업을 넘보고 있다.

    IT업종의 시가총액은 이미 금융업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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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500의 IT업종 시가총액 S&P500의 금융업종 시가총액(조달러)

    이미 S&P500 내에서는

    IT업종이 금융업종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자료: Bloomberg, SK증권

  • Equity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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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기업들은 반독점법 이슈는 테크핀 시대 개막의 큰 걸림돌이다. 하지만 조금은

    자유로운 기업이 있다. 커피시장의 최상위 포식자 스타벅스다. 작년 11 월, 금융감독원

    창립 20 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국내외 유수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참석해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핀테크 혁신 등 미래 금융의 모습을 조망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글로벌 굴지의 IT 기업들이 참여했는데 스타벅스도

    초청됐다. 커피 회사가 왜 이 자리에 참석했을까?

    미국 내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 사용자는 2,340 만명으로 규모가 제일 크다.

    스타벅스는 현재 64 개국에서 총 23,000 개 이상의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커피 전문점이다. 인기도 높고 충성고객도 많다. 커피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회사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004 년

    플라스틱 카드인 ‘기프트 카드’, 2009 년엔 모바일 멤버십 어플리케이션을 도입했고, 이

    어플리케이션에 결제기능을 탑재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ICE 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

    플랫폼인 ‘백트(Bakkt)’에 파트너로 참여했다. 백트는 결제시장에서 비트코인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트가 스타벅스와 제휴한 이유도 세계 최대의

    충성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결제 시스템과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역시 ICE 와 제휴가 나쁠 것이 없다. 스타벅스가

    아직 풀지 못한 숙제, 국가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의 호환성을 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그대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지 아니면 스타벅스만의 코인을

    만들지 현재로써 알 수는 없지만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호환성을 해결할 좋은 방법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다. 이 호환성 문제만 해결된다면 64 개국의 어플리케이션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고, 수요는 자연스레 증가한다. 금융업으로 확장할 절호의

    기회다. 오히려 규제 이슈에서 자유로워 성장여력은 제일 큰 기업 중 하나다.

    미국에서 자주 이용되는 모바일 결제 어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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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18 19F 20F 21F 22F

    스타벅스 애플페이 구글페이 삼성페이(만명)

    자료: eMarketer,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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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가 어찌됐던 금융과 ICT 기술의 접목은 나타나고 있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핀테크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ICT

    기업들의 금융시장의 영역 진출 속도가 더 빠르고, 파급력도 더 크다. 물론 미국

    금융기관들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ICT 기술 접목을 통한 금융혁신의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칫 중앙은행은 역할 축소가 나타나며 최악의 경우에는 존재의

    이유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

    이에 SK 증권은 테크핀 시대의 개막을 예상하고, 테크핀 시리즈를 기획했다. 거친

    생각을 갖고 있는 테크기업들의 분위기를 살펴보고, 불안한 눈빛의 기존 금융기관,

    그리고 아직은 지켜보는 금융당국을 차례로 살펴 볼 예정이다 (①금융업으로

    영역확대를 도모하는 테크기업들, ②그 도전에 맞서야 할 금융기관들, ③그리고

    테크핀 시대에 역할을 고민해야 할 중앙은행의 순서로 시리즈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번 첫 자료를 통해 ICT 기업들의 금융시장 침범을 살펴볼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Bill Gates)가 지난 1994 년에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금융서비스(Banking)는 필요하지만 은행(Bank)은 필요

    없을 것’이라던 주장이 유독 생각나는 2019 년이다.

  • Equity Strategy

    5

    Key Chart

    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규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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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

    2,000

    3,000

    0

    100

    200

    300

    10 11 12 13 14 15 16 17

    핀테크 산업 투자금액핀테크 산업 투자 건 (우)

    (건)(억달러)

    자료: CB Insights, SK증권

    2000년대 이후 연도별 미국증시 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

    자료: Visualcapitalist.com, SK증권

    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산업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각국은 신성장 동력으로

    핀테크 육성을 하고 있다.

    하지만 테크기업들의 영역침범이

    이제 금융업으로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오히려 현재 핀테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테크기업들이다. 2016 년에

    알리바바의 마윈회장은 핀테크가

    아닌 테크핀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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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S&P500 내 IT업종과 금융업종의 시가총액 추이: 이젠 IT업종 미국증시의 대표업종이다

    0

    2

    4

    6

    8

    91 95 99 03 07 11 15 19

    S&P500의 IT업종 시가총액 S&P500의 금융업종 시가총액(조달러)

    이미 S&P500 내에서는

    IT업종이 금융업종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자료: CB Insights, SK증권

    은행보다 ICT 기업을 더 신뢰한다고 밝힌 응답비율

    0

    20

    40

    60

    80

    100

    이탈리아 중국 인도 UAE 브라질 아일랜드 영국 호주 미국 싱가폴 한국 스위스 일본

    (%)

    자료: Bain & Company, SK증권

    미국 증시에서도 IT 업종은

    금융업종의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테크기업들이 주도하는 금융과 ICT

    기술의 융합은 소비자들에게는

    편의를 주지만, 금융회사들에게는

    위기임에 틀림없다.

    몇몇 국가들은 이미 은행보다

    테크기업들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다.

  • Equity Strategy

    7

    전세계 17억명은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다

    자료: Global Findex database, SK증권

    하지만 그 중 2/3는 모바일폰을 갖고 있다

    자료: Global Findex database, SK증권

    우리나라가 은행 및 금융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 와닿지 않았을 뿐,

    전세계 25 억명은 은행을 가본 적도

    없고, 17 억명은 은행계좌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은행계좌가 없는 17 억명

    가운데 2/3 은 모바일폰을 갖고

    있다. 이는 테크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8

    미국에서 자주 이용되는 모바일 결제 어플리케이션 : 스타벅스가 1위

    0

    1,000

    2,000

    3,000

    17 18 19F 20F 21F 22F

    스타벅스 애플페이 구글페이 삼성페이(만명)

    자료: eMarketer, SK증권

    스타벅스가 진출한 국가들

    자료: Wikipedia, SK증권

    비트코인 가격은 환율 변동성이 높아질 때 오히려 상승했다

    5

    7

    9

    11

    13

    0

    5,000

    10,000

    15,000

    20,000

    16 17 18 19

    Bitcoin Global FX Volatility Index (우)(P)($)

    비트코인 가격

    61.8% 상승

    비트코인 가격

    51.9% 상승

    비트코인 가격

    42.7% 하락

    비트코인 가격

    50.4% 상승

    자료: Bloomberg, SK증권

    페이스북은 리브라(Libra)의 백서를

    공개했다. 테크기업들이 암호화폐를

    이용해 테크핀 영역을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테크기업들은 반독점 이슈가

    남아있어 조심스럽다. 여기서

    자유로운 기업이 있다. 미국내 최대

    결제 어플리케이션을 보유한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64 개국에 진출했다.

    충성고객을 보유했고,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결제 비중이

    높다. 각국의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의 호환성 문제만

    해결되면 스타벅스는 금융업무를 할

    수 있다

    호환성 문제를 해결해 줄 구세주가

    나타났다. 바로 비트코인이다.

    스타벅스는 ICE 의 비트코인

    선물거래 플랫폼인 백트(Bakkt)에

    투자했다

  • Equity Strategy

    9

    신용카드와 스마트폰 보급률간 상관관계 : 우리나라는 신용카드와 스마트폰 모두 보급률이 높다

    중국

    인도

    미국

    러시아

    브라질

    인니

    일본

    독일

    멕시코

    영국

    프랑스

    필리핀

    베트남

    한국

    이탈리아

    스페인

    터키

    태국이란

    이집트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캐나다

    나이지리아

    폴란드

    우크라이나아르헨티나

    남아공

    호주

    사우디

    모로코

    네덜란드

    알제리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케냐

    루마니아페루

    우즈베키스탄

    벨기애

    R² = 0.6381

    -20

    0

    20

    40

    60

    80

    100

    0 20 40 60 80 100

    (신용카드 보급률, %)

    (스마트폰 보급률, %)

    자료: Worldbank, SK증권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의 국가별 분포

    0

    5

    10

    15

    20

    미국 영국 중국 호주 싱가폴 한국

    (개)

    자료: KMPG International, SK증권

    우리나라는 은행시스템이 잘

    갖춰져있다. 신용카드와 스마트폰

    보급률도 높아 테크핀이 발전하기

    좋은 조건은 아니다.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10

    ChapterⅠ. 핀테크? 테크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의미하는 핀테크가 금융권의 최대 화두다.

    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치열하다. 미국 재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규제 전면 재검토 행정명령에 근거해 규제 샌드박스를 마련하고

    통화감독청이 일부 핀테크 기업에 ‘특수목적 연방은행’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영국은 은행이나 핀테크 기업이 고객 동의만 받으면 다른 은행에서 고객 정보를

    받아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뱅킹(Open

    Banking)’제도를 도입했다. 우리 정부도 핀테크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출자제약을 해소하고, 핀테크 전용펀드 등

    혁신투자펀드의 자금 유입 등의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핀테크 붐이 분 것은 갑작스런 일은 아니다. 이미 지난 2014 년부터 핀테크 열풍은

    거셌다. 2013 년까지 글로벌 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는 50 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 후 차츰 투자금액이 증가해 2014 년에는 처음으로 100 억달러를

    넘어섰고, 2017 년에는 270 억달러를 돌파했다. 미국의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Lending Club)의 상장이 핀테크 열풍에 불을 지폈다. 미국의 로렌스

    서머스 前재무장관이 이사회에 합류해 화제가 됐던 렌딩클럽(Lending Club)은

    지난 2014 년 12 월 뉴욕증시에 화려하게 상장했다. 당시 8.7 억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2014 년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 가운데 알리바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규모의 자금조달이었다. 같은 달에는 소상공인을 주 고객으로 하는 온라인

    대출업체 온덱(OnDeck)이 상장하며 2 억달러를 조달했다. 잇따른 핀테크 기업의

    상장 대박으로 핀테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비바

    리퍼블리카(Viva Republica)’가 간편송금 어플리케이션인 ‘토스’를 출시한 것도 이

    무렵이다(2015 년 2 월).

    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규모 추이

    0

    1,000

    2,000

    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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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

    300

    10 11 12 13 14 15 16 17

    핀테크 산업 투자금액핀테크 산업 투자 건 (우)

    (건)(억달러)

    자료: CB Insights, SK증권

  • Equity Strategy

    11

    핀테크 열풍으로 인해 유니콘으로 성장한 핀테크 기업은 급증했다.

    카우보이벤쳐(Cowboy Ventures)의 창업자인 에일린 리(Aileen Lee)는 스타트업

    중에서 기업공개(IPO) 이전에 기업가치가 10 억달러 이상으로 인정받는 것을

    ‘유니콘’으로 표현했다. 이 후 유니콘은 벤쳐캐피탈 업계에서 소위 투자 대박의 상징이

    되었다. CB Insights 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8 년 현재 유니콘으로 평가 받는 기업은

    336 개다. 이 중 11.1%에 해당하는 37 개가 핀테크 기업이다.

    태생적으로 금융업은 정보기술을 많이 활용하는 산업이다. 하지만 금융업은 기존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을 활용하는데 그쳤다. 기업에 대한 자금조달과 지원업무를

    효율화에 필요한 기술만 필요했다. 그러나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금융업을 새롭게 정의하고, 기존 질서를 와해하며

    기술 기업과 금융기업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금융회사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는 한 때 600 명에 달하던 주식 매매 트레이더가 현재 단 두 명에

    불과하다. 트레이더들이 하던 일은 컴퓨터 엔지니어가 담당하고 있다. 이

    엔지니어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외환과 선물시장 동향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딜러들이

    거래하던 방식에 가장 근접한 알고리즘(Algorithm)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한발 더

    나아가 골드만삭스 회장은 골드만삭스를 IT 기업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의 IT 인력은 이미 페이스북의 IT 인력과 맞먹는 수준이다(2017 년 기준).

    150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고액자산가만 상대하던 세계 1 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제 단돈 1 달러 예금도 인터넷을 통해 받고 있다. ‘갑옷을 벗어 던진 골리앗’, 그것이

    현재 골드만삭스의 현실이다.

    유니콘으로 성장한 주요 핀테크 기업들의 기업가치

    0

    30

    60

    90

    120

    Lu.c

    om Sofi

    Cred

    it C

    arm

    a

    Avan

    t

    Pros

    per

    Mar

    ketp

    lace

    Fund

    ing

    Circ

    le

    Chin

    a Ra

    pid

    Fina

    nce

    Kabb

    age

    Stri

    pe

    One

    97

    Moz

    ido

    Klar

    na

    Adyn

    a

    Tran

    sfer

    Wise

    Zhon

    gAn

    Insu

    ranc

    e

    Zene

    fits

    O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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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ce

    Gus

    to

    Coup

    a So

    ftw

    are

    Lending Payment Other

    (억달러)

    자료: CB Insights,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12

    왜 이렇게 갑작스레 금융업은 핀테크라는 돌연변이에 의해 변화와 타도의 대상으로

    전락했을까?

    우선 금융산업은 규모가 크다. MSCI 기준으로 금융업종의 시가총액은 7.85 조달러로

    7.53 조달러의 IT 업종을 상회한다. 미국 S&P500 에서는 전체의 12.9% 비중을

    차지한다. IT 업종보다는 작은 비중이지만, 전체 11 개 섹터 중 3 번째에 해당한다.

    코스피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현재 1,419 조다. 이 중 19.2%가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분류기준(GICS)이 11 개 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큰 수치다. 당연히 금융업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 밖에 없다. 시장이 크다 보니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다.

    두 번째로 금융업은 정보산업이다. 금융은 ‘금융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ICT 가 물질을 다루는 산업에서 나타나는 정보와 물질 이동의 분리

    문제가 적다. 게다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인터넷 발전,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은행창구를 찾지 않아도 은행거래를 할 수 있고,

    증권사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주식거래를 할 수 있다. 은행과 증권사의 지점

    통폐합이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Bill Gates)는 이미 지난 1994 년에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금융서비스(Banking)는 필요하지만 은행(Bank)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MSCI 기준으로 아직 금융업의 시가총액이 더 크다 금융서비스의 확장을 예견한 빌 게이츠

    0

    2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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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95 97 99 01 03 05 07 09 11 13 15 17 19

    MSCI 금융업 시가총액

    MSCI IT 시가총액

    (조달러)

    자료: Bloomberg, SK 증권 자료: SlideShare, SK증권

  • Equity Strategy

    13

    세 번째로 금융업은 규제산업인 점도 핀테크 부상으로 이어졌다. 대부분의 산업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강한 기업만이 살아 남기 때문에 산업의 밸류체인에 따라 많은

    기업들로 분류된다. 제조업의 경우 원자재를 생산하고 부품을 만드는 공급업체들이

    발달하고, 제조기업들은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별도의 유통회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공급한다. 산업에 경쟁이 적은 경우에는 지배적 사업자들이

    수직결합을 도모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공식 대리점을 통해 전자제품을 납품했지만, 이제는 온라인 쇼핑몰과 여러 오프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반면 아직까지 금융업은 철저하게 수직

    결합되어 있는 상태다. 금융업의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정보의 생산, 금융상품의

    디자인과 생산, 금융상품의 판매를 한 회사가 담당한다. 규제라는 미명 하에 금융업은

    제약이 많고 이로 인해 혁신은 부족하다.

    네 번째는 금융업의 비효율성이다. 금융업은 다른 산업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다른

    재화나 서비스는 고객의 지불능력이 있으면 거래가 성사된다. 반면 금융은 신용을

    바탕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거래 당사자 간의 정보 격차로 인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많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번거로운 절차와 계약을 거쳐야 한다.

    ‘톰소여의 모험’으로 유명한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은행은

    날씨가 맑을 때 우산을 빌려줬다가 비가 오면 뺏어간다(A Banker is a fellow who

    lends you his umbrella when the sun is shining, but wants it back the minute it begins

    to rain)’고 비난하기도 했다. 효율적인 시장이란 수요와 공급이 잘 매칭이 되야 하는데

    금융시장은 수요자도 상품을 이용할 수 없고 공급자도 신용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공급을 주저한다. 그래서 비효율적이고 이로 인해 소비자의 만족도도 낮은 편이다.

    고객 만족도를 수치화 한 순추천지수(Net Promoter Score)를 살펴봐도 금융업에 대한

    소비자 만족은 높지 않다.

    주요 업종의 순추천지수(NPS) 현황 미국에서 지난 1년간 연령별로 제품을 구매한 방법에 대한 서베이

    0

    20

    40

    60

    80

    헬스케

    전문서

    비스

    소매

    여행

    /요식

    제조업 교통

    금융서

    비스

    건설

    소비

    자서

    보험

    ITSW 은행

    미디어

    IT서

    비스

    통신

    (P)

    주요 금융업종에 대한

    소비자만족은 높지 못하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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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

    80

    18-34 35-54 55+ 합계

    App 온라인 오프라인 P2P(%)

    자료: Customer Gauge, SK 증권 자료: McKinsey,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14

    이처럼 금융업이라는 큰 규모의 산업은 ICT 기술이 손쉽게 접할 수 있었고, 금융업이

    가지는 여러 규제와 비효율성으로 인해 핀테크의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하버드대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는 ‘혁신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라는 책에서 외면 받는 고객(Under-served or Un-served Customers)이

    두터울수록 해당 고객을 대상으로 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빛을

    발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핀테크는 기술기업들에 의한 금융산업의 파괴적 혁신의 한

    단면이다.

    Clayton Christensen 의 파괴적 혁신모델은 신기술이 기업의 존재에 미치는

    영향을 기술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이론이다. Clayton Christensen 은

    1997 년에 저서 “The Innovator’s Dilemma”에서 파괴적 혁신이란 말을

    처음 사용했다. 그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거의 모든 조직들이 다가오는

    파괴를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늦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결국 사라지거나 대체되어 버린 예를 제시했다.

    Clayton Christensen, ‘The Innovator’s Dilemma’

  • Equity Strategy

    15

    핀테크의 거센 물결이 들이 닥치고 있을 무렵에 갑작스레 테크핀(TechFin)이라는

    낯선 개념이 소개됐다. 핀테크도 생소한데 테크핀이라니... 테크핀이란

    기술(Technology)과 금융(Finance)의 합성어로서, 핀테크를 구성하는 단어인 금융 및

    기술을 거꾸로 배치해 만든 신조어다. 언뜻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존재한다.

    핀테크와 테크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업의 주도권을 금융회사가 쥐고 있느냐

    아니면 ICT 기업이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즉 핀테크와 테크핀 모두 IT 기술과

    금융이 결합된 서비스를 의미하지만 주체가 금융기관이냐 ICT 기업이냐에 따라

    서비스 범위가 달라진다. 중개기관의 존재유무도 두 개념의 큰 차이점이다.

    일반적으로 서비스를 중개하는 곳이 있으면 중개수수료가 붙는 것이 당연하다.

    소비자들은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중개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이

    중개수수료가 그 동안 금융기관의 주수익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테크핀 시스템은

    전통적인 금융기관들과는 달리 비대면 거래가 원칙이다. 즉, 각종 중개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장점으로 핀테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테크핀이란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다.

    그는 지난 2016 년 연말에 열린 세미나에서 “핀테크는 기존의 금융시스템 기반

    위에 ICT 를 접목시킨 서비스인 반면, 테크핀은 ICT 바탕 위에 금융시스템을

    구축한 서비스”라고 밝히며 테크핀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알리바바 그룹은

    현재 가장 앞선 테크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중국인이면 누구나 사용하는

    알리페이가 대표적이다. 알리바바의 맹활약은 다른 ICT 기업들에게도 자극제가

    됐다. 바이두와 텐센트도 다양한 테크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리브라(Libra)라는 암호화폐 백서를 공개했다. 아마존이나 애플과 같은 거대 공룡

    IT 기업들도 결제부문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국내에도 카카오뱅크가 탄생했다.

    핀테크 vs 테크핀

    핀테크 테크핀

    주체 금융기관 ICT 기업

    중개기관 존재여부 O X

    고객 금융고객 인터넷 서비스 이용 고객

    장점 신뢰성

    금융 노하우다양한 고객층

    저비용

    단점 고객 제한적

    고비용낮은 신뢰성

    다양하지 못한 상품

    자료: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16

    지금은 금융업에 변화의 물결이 몰려오는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자칫 전통

    금융기관의 먹거리인 예대마진과 결제 업무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

    핀테크와 테크핀 개념도 모른 채 그저 어플리케이션(App) 성능개선에만 힘쓰는

    것이 핀테크라고 오판하다가는 금융기관들의 상당수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스마트폰 메신저에 불과했던 카카오가 인터넷 시대의 아이콘과도 같았던

    기업인 다음(Daum)을 인수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용어가 어찌됐던 금융과 ICT 기술의 접목은 나타나고 있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핀테크 시대의 개막을 선언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ICT

    기업들의 금융시장의 영역 진출 속도가 더 빠르고, 파급력도 더 크다. 물론 미국

    금융기관들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 ICT 기술 접목을 통한 금융혁신의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칫 중앙은행은 역할 축소가 나타나며 최악의 경우에는 존재의

    이유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올 수도 있다.

    이에 SK 증권은 테크핀 시대의 개막을 예상하고, 테크핀 시리즈를 기획했다.

    ①금융업으로 영역확대를 도모하는 테크기업들, ②그 도전에 맞서야 할

    금융기관들, ③그리고 테크핀 시대에 역할을 고민해야 할 중앙은행의 순서로

    시리즈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우선 이번 자료를 통해 테크기업들의 거센 도전을 살펴볼 예정이다. 금융과 ICT

    기술의 접목을 통한 혁신은 현재 글로벌 ICT 기업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본 보고서에서는 테크핀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예정이다.

  • Equity Strategy

    17

    ChapterⅡ. 뱅크(Bank) 보다는 뱅킹(Banking)

    테크핀(TechFin)이라는 용어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에 의해 처음으로 대중에게

    소개됐다. 마윈 회장은 2016 년 연말에 열린 세미나에서 “핀테크는 기존의

    금융시스템 기반 위에 ICT 를 접목시킨 서비스인 반면, 테크핀은 ICT 바탕 위에

    금융시스템을 구축한 서비스”라고 밝히며 테크핀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마윈이 이끄는 알리바바는 실제로 테크핀 기업 중 가운데 가장 앞서 나가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 중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는 단연 독보적이다. 이미 가입자 수는

    9 억명을 넘어섰고, 월간 사용자 수도 5 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알리페이는 미국의 이베이가 페이팔(PayPal)을 도입한 것을 벤치마킹했다.

    알리페이는 지난 2003 년 알리바바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소비자의

    결제편의 증진을 위해 제공되는 부가 서비스로 출발했다. 2004 년에는

    타오바오로부터 독립하여 단독 브랜드가 되었고, 2008 년 오프라인 결제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알리페이의 성공으로 알리바바의 라이벌인 텐센트의 도전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빅데이터 업체인 이관(易易)에 따르면, 2018 년 중국 모바일페이 결제 시장에서

    알리페이는 53.78%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텐센트 금융은 그 뒤를 바짝

    추격하며 39%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모바일결제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알리바바가 독보적

    0

    50

    100

    150

    200

    250

    11 12 13 14 15 16 17 18 19

    (조 위안)

    53.7838.87

    7.35

    알리페이

    텐센트 금융

    기타

    자료: iResearch, SK증권 자료: 이관(易易),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18

    중국에서는 왜 이처럼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을까?

    중국은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 돼있지 않다. 매번 신용카드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결제가 가능하고, 다수의 매장에서 해외 신용카드의 사용은 아예

    불가능하다. 국내 카드사처럼 부가 기능을 제휴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교통카드와

    겸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도 없다.

    은행업무의 제약도 크다. 당일 송금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타행 또는 타

    지역으로의 송금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게다가 위조 지폐가 대규모로 유통되다

    보니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을 사용할 때는 위폐 감별기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국의 테크핀 도입률은 69%로 단연 세계 1 등이다. 주요

    20 개국의 평균 보급률이 33%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중국에서 테크핀의 도입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과 인도에서 유일하게 테크핀 보급률이 50%를 넘는다는

    점이다(인도의 보급률 52%). 두 지역의 인구를 합치면 전세계 인구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테크핀의 장래는 더욱 밝을 수 밖에 없다.

    국가별 테크핀 도입률

    0

    20

    40

    60

    80

    중국

    인도

    영국

    브라질

    호주

    스페인

    멕시코

    독일

    남아공

    미국

    한국

    홍콩

    스위스

    프랑스

    네덜란드

    아일랜드

    싱가폴

    캐나다

    일본

    (%)

    자료: EY, SK증권

    주: 2017년 기준. 테크핀이라는 개념이 나온 것이 2016년 연말이고, 핀테크와 테크핀을 구분한 데이터를 제공하기에는

    두 용어의 개념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기에 핀테크로 데이터를 제시함

  • Equity Strategy

    19

    비단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많은 국가들은 은행보다 ICT 기업을 선호하고 있다.

    은행들의 재정위기를 경험했던 이탈리아에서는 82%가 은행보다 ICT 기업들에

    대한 믿음이 크다. 중국과 인도 역시 각각 응답자의 79%와 76%가 ICT 기업을 더

    믿고 있고, 금융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에서도 ICT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2008 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은 커졌다.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한 데에는 월가의 투자은행들의 역할(?)이 컸다.

    투자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잠재적 리스크를 분산한 매력적인

    파생상품으로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채권보증회사와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각각

    보증과 신용등급 부여로 공조했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이 파생상품을 팔아

    막대한 수익을 남기며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동안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 빠졌고

    모기지 대출업체들이 하나 둘씩 쓰러졌다. 이 거대한 위기가 월가까지 덮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미국 금융당국은

    대규모 구제금융을 실시했다.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교훈을 남긴 채 초저금리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불신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재정위기 이후 자산건전성 및 수익성 악화를 경험한 이탈리아에서 은행보다 ICT

    기업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도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 한다. 인도의 대형 비은행권

    금융기관(Non-bank Financial Corporations, NBFC) 중 하나인 IL&FS 가 지난해

    8 월말부터 5 차례 이상 대출 원리금 상환에 실패했다. 현재 인도에 NBFC 는

    11,522 개 수준으로 파악되는데 총 자산규모는 22 조 루피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에 비해 규제 및 관리가 느슨하고, NBFC 중 상당수가 높은

    신용위험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증가하면서 부실 심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은행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낮을 수 밖에 없다.

    은행보다 ICT 기업을 더 신뢰한다고 밝힌 응답비율

    0

    20

    40

    60

    80

    100

    이탈리아 중국 인도 UAE 브라질 아일랜드 영국 호주 미국 싱가폴 한국 스위스 일본

    (%)

    자료: Bain & Company,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20

    게다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인터넷 발전,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테크핀이

    성장할 토대가 마련됐다. 이제 은행을 직접 방문해 금융거래를 하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고, 주식거래 또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거래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의 지점 통폐합이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금감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 년 일반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5,570 개였지만

    2017 년에는 4,814 로 감소했다. 당초 현금 입출금을 위해 도입된 ATM 기술의

    발달로 ATM 의 업무 범위가 확대되고 있고, 인터넷과 모바일뱅킹 등으로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카카오뱅크 등이 위협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빌 게이츠(Bill Gates)가 “금융서비스(Banking)는

    필요하지만 은행(Bank)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한 예측이 20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은행의 ATM 개수 추이 일반 시중은행의 점포 수 추이

    0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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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11 12 13 14 15 16 17 18

    (백만개)

    4,000

    4,500

    5,000

    5,500

    6,000

    13 14 15 16 17

    (개)

    자료: Retail Banking Research, SK증권 자료: 금감원, SK증권

    우리나라도 카카오뱅크의 성장세가 무섭다 이미 IT업종의 시가총액은 금융업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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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

    400

    600

    800

    1,000

    카카오뱅크 KB NH 신한 우리

    설치자 사용자(명)

    0

    2

    4

    6

    8

    91 95 99 03 07 11 15 19

    S&P500의 IT업종 시가총액

    S&P500의 금융업종 시가총액

    (조달러)

    자료: WiseApp, SK증권 자료: REFINITIV, SK증권

  • Equity Strategy

    21

    테크업체의 영역확장을 이미 우리는 아마존의 사례를 통해 경험했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닷컴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강자인 월마트를

    넘어섰고, 거대 공룡 IT 기업을 상징하는 FAANG 의 일원이 됐다. 유통업계에서

    온라인 신흥 업체가 오프라인 전통의 강자를 누르는 모습을 앞으로

    금융업계에서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유통공룡 아마존은 오프라인 쇼핑의 기존 강자 월마트를 넘어섰다

    0

    700

    1,400

    2,100

    98 01 04 07 10 13 16 19

    아마존($)

    0

    2,000

    4,000

    6,000

    8,000

    10,000

    98 01 04 07 10 13 16 19

    아마존/월마트 상대주가(기준=100)

    0

    200

    400

    600

    98 01 04 07 10 13 16 19

    월마트($)

    자료: REFINITIV,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22

    ChapterⅢ. 테크기업들의 영역 침범

    ICT 기업들은 이미 여러 부분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닷컴의 초창기 라이벌은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이라는 오프라인

    서점이었다. 하지만 반스앤노블은 몰락했고, 아마존닷컴을 온라인 서점으로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구글 역시 이젠 더 이상 검색포털이 아니다. 이제는 구글이,

    아마존이 어떤 회사인지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ICT 기업들의 시장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

    M&A를 통해 몸집을 불린 아마존

    자료: CB Insights, SK증권

  • Equity Strategy

    23

    바야흐로 플랫폼의 시대다. 필 사이먼(Phil Simon)은

    그의 저서 ‘플랫폼의 시대(The Age of the Platform)를

    통해 플랫폼의 시대를 예언한 바 있다. ‘플랫폼의

    시대’에 따르면, 독자적인 사이트와 기업들은 양질의

    사용자 경험과 제품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플랫폼들은

    유사한 기능을 가졌거나 때때로 타사에 비해 기능성이

    떨어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곤 하는데, 소비자들은 최고의 앱이나 서비스를 놓치더라도 원스톱

    서비스의 편리함을 포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플랫폼은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주요 ICT 기업을 통하지 않고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폰을 쓰고, 구글로 검색을 하며, 아마존에서 물건을 배송 받고,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심지어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를 보고

    영화도 본다. NYU 교수인 스콧 캘러웨이는 그의 저서 ‘플랫폼 제국의 미래’를

    통해 이런 현실을 소개했다. ‘플랫폼 제국의 미래’에 따르면, 기술경제는 투자자와

    엄청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로 구성된 극소수 집단에게는 어마어마한 부를

    안겨주는 반면, 나머지 대다수는 풍요를 그저 구경만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The

    Four’라고 불리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네 기업이 시가총액은

    2.3 조달러로 프랑스 GDP 와 맞먹는 규모라는 설명이다. 이 책이 2017 년에

    발간되었는데, ‘The Four’의 시가총액은 더 증가해서 지금 현재는 3.1 조달러

    수준이다. 프랑스는 물론 영국의 GDP 도 넘어섰다.

    주요국의 GDP와 The Four(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의 시가총액 비교

    0

    5

    10

    15

    20

    미국 중국 일본 독일The Four영국 프랑스 인도 브라질 이탈리아캐나다 한국 스페인

    (조 달러)

    자료: IMF, Bloomberg,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24

    당분간 이런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11 년 FAANG 기업들의

    CAPEX 규모는 102.5 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그 이후 매년 급속하게 증가하며

    지난해에는 약 661 억달러를 기록했다. 연평균증가율(CAGR)은 무려 26%에

    달한다. 올해는 700 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약 800 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총알을 바탕으로 사업다각화에 열을 올릴 것이다.

    중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중국을 대표하는 BAT 는 지난 2010 년에 CAPEX

    규모가 7.6 억달러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그 이후 중국 기업들의 CAPEX 는

    가파르게 증가하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0 억달러를 돌파했고, 내년에는

    130 억달러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알리페이를 운영하고 있는

    알리바바의 경우, 알리페이와 마이뱅크를 출범하면서 CAPEX 지출이 크게

    증가했다(2014 년 17.1 억달러→2016 년 45.1 억달러). 이 거대기업들은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이 잘 적용되는 업계

    특성상 앞으로도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FAANG 기업들의 CAPEX 추이 BAT 기업들의 CAPEX 추이

    0

    200

    400

    600

    800

    1,000

    11 12 13 14 15 16 17 18 19 F 20 F

    FacebookAMAZONAPPLENetflixGOOGLE

    (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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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

    12 13 14 15 16 17 18 19F 20F

    BAIDUAlibabaTencent

    (억달러)

    자료: Bloomberg, SK 증권 자료: Bloomberg, SK 증권

    FAANG 기업들의 현금성자산 추이 BAT 기업들의 현금성자산 추이

    0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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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0

    800

    1,000

    08 09 10 11 12 13 14 15 16 17 18

    FacebookAMAZONAPPLENetflixGOOGLE

    (억달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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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0

    800

    1,000

    12 13 14 15 16 17 18

    BAIDUAlibabaTencent

    (억달러)

    자료: Bloomberg, SK 증권 자료: Bloomberg, SK 증권

  • Equity Strategy

    25

    ICT 기업들은 급기야 금융업까지 영역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McKinsey 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 중 약 25 억명은 은행의 문턱을 밟아보지도 못했다.

    전세계 인구의 약 35%는 은행을 못 가본 셈이다(전세계 인구 70 억명 추산).

    세계은행의 2017 년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계좌가 없는 성인은 전세계에 약

    17 억명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손쉽게 은행을 이용하다 보니 우리가 체감을

    못할 뿐이다.

    은행을 이용해 보지 못한 사람들의 비율: 전세계 약 25억명은 은행서비스를 이용해보지 못했다

    자료: Mckinsey SK증권

    전세계 17억명은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다

    자료: Global Findex database,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26

    하지만 은행계좌가 없는 17 억명 중 2/3 는 모바일폰을 갖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대중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이미 2017 년부터 15 억대를 넘어섰다. PEW Research 에 따르면, 미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1 년 35%에서 지난해 77%까지 가파르게 증가했다. 테블릿 역시

    같은기간 3%에서 53%로 급증했다. 스마트폰과 테블릿의 보급은 간편한

    금융결제를 도와주는 윤활유였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연도별 주요 전자기기 보급률(미국)

    0

    5

    10

    15

    20

    11 12 13 14 15 16 17 18

    (억대)

    0

    20

    40

    60

    80

    11 15 18

    스마트폰 컴퓨터 테블릿(%)

    자료: CounterPoint, SK 증권 자료: PEW Research, SK 증권

    아프리카의 케냐에 관련된 사례가 있다. 케냐에는 전세계가 주목하는 모바일

    간편결제와 송금의 절대강자가 있다. 현지 이동통신사인 사파리콤이 제공하는

    ‘엠페사(M-Pesa)’라는 서비스다. ‘M’은 모바일, ‘Pesa’는 돈이라는 뜻이다. 케냐의

    열악한 금융인프라는 엠페사를 태동시켰다. 케냐는 대도시를 제외하면 은행

    지점이 거의 없다. 은행계좌를 가진 사람도 적고,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더

    드물다. 은행을 이용할 수 없던 케냐 국민들은 가까운 대리점에서 현금으로

    엠페사를 충전하면 모바일을 통해 편리하게 결제 및 송금이 가능하다. 엠페사를

    이용하려면 대리점에 휴대전화 번호만 등록하면 되고, 가입자가 현금을 건네면

    대리점은 그 금액만큼 가입자의 엠페사 계정으로 송금한다. 송금을 하려면 상대방

    휴대폰 번호와 금액을 입력한 후 송금버튼을 누르면 된다. 송금을 받으면

    문자메세지를 받게 되는데 대리점에 이 메시지를 보여주면 엠페사 계정을 확인한

    뒤 돈을 받을 수 있다.

    엠페사는 2006 년 시범 사업을 거쳐 2007 년 3 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엠페사는 가파르게 성장했다. 케냐인구의 75% 이상이 가입했고, 결제/송금 시장의

    점유율이 80%가 넘는다. 엠페사를 운영하는 사파리콤(Safaricom)은 상장(2008 년

    6 월) 이후, 주가가 271.4% 상승했다.

  • Equity Strategy

    27

    비단 케냐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이미 간단한 금융결제의 대부분은

    스마트폰이나 테블릿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바일을 통한 결제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5 년에는 86 억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약

    100 억달러가 모바일을 통해 결제됐다. 구글페이, 알리페이,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

    주요 IT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페이먼트(payment) 사업에 진출했다. 은행업무나

    주식투자 등도 모바일을 통한 거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패턴을 봐도 알 수 있다. 2016 년까지만

    해도 비자와 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를 통한 결제가 대부분이었다. 아직도

    신용카드를 통한 결제가 대부분이지만 2016 년에 페이팔과 알리페이를 통한

    결제는 각각 2%와 1%였지만 지난해에는 7%와 3%로 상승한 점은 눈 여겨 볼

    만하다.

    결국 스마트폰의 보급은 금융서비스를 접하기 어려웠던 계층을 도와줬고, 기존

    소비자에게는 편의성을 안겨주며 테크핀의 발전의 촉매제가 되었다. 인터넷

    발달과 더불어 금융서비스(Banking)는 필요하지만 은행(Bank)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예측한 빌 게이츠의 발언이 인터넷 발전으로 가능성을 보였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오바일 결제를 통한 결제금액 추이 국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결제수단 비중

    0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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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

    15 16 17 18 19F 20F 21F

    (십억달러)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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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20

    40

    60

    비자 마스터카드 아멕스 페이팔 알리페이

    2016 2018(%)

    자료: Statista, SK 증권 자료: 코스모진, SK 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28

    헨리조지의 ‘진보와 빈곤’에 따르면, 진보와 빈곤이 함께 커지는 이유는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 지주가 토지가치를 차지하는 것을 합법화하는

    토지사유제에 있다. 생산의 3 대 요소는 토지(지대), 노동(임금), 자본(이자)이다.

    부=지대+임금+이자이므로, 부-지대=임금+이자가 된다. 결국 임금과 이자는

    생산물 중 지대를 공제하고 난 뒤의 잔여라고 헨리조지는 설명한다. 과거에 토지가

    지대의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플랫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ICT 기업들의

    유저 수를 은행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는 이유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유저는

    전세계적으로 23 억명으로 추산되고, 아마존프라임에 가입한 고객 수는

    1 억 3 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서비스가 종료된 구글플러스(구글에서

    운영했던 SNS) 역시 이용자 수가 1 억 3 천만명을 넘어섰다. 아마존과 구글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서비스 가운데 하나의 서비스에서만 1 억명 이상의

    유저(user)를 확보했으니 아마존과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체 사용자수는

    10 억명을 넘어설 수도 있다.

    반면 은행의 입지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은행 중 하나인 BoA 의

    지점 수는 지난 2009 년 6,011 개였으나 지난해에는 4,341 개로 -27.8% 줄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인터넷 은행의 돌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앞으로는 이런

    추세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이미 카카오뱅크 어플리케이션의

    설치자와 이용자 수가 일반 시중은행을 넘어섰다.

    여전히 급성장 중인 ICT 산업, 반대로 ICT 기술의 발달로 위축되고 있는

    금융산업을 생각해보면 테크핀 시대의 도래는 금융업의 위기다. 이제는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모바일의

    금융업 진출의 승자는 현재까지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ICT 기업이다.

    BoA의 지점 수 추이 주요 ICT 기업들과 BoA 비교

    0

    1,000

    2,000

    3,000

    4,000

    5,000

    6,000

    09 10 11 12 13 14 15 16 17 18

    (개)23.0

    1.4 1.4 0.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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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ctive Users

    (페이스북)

    Amazon

    Prime

    (아마존)

    구글플러스

    (구글)

    은행지점

    (BoA)

    (억)

    자료: Bloomberg, SK 증권 자료: Bloomberg, Amazon, SK 증권

  • Equity Strategy

    29

    이미 이탈리아, 중국, 인도 등에서는 ICT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은행에 대한

    신뢰도보다 높다. 그리고 이 격차는 향후에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젊은

    세대들에게 테크핀은 더욱 친화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구글이나 아마존과 우리가 지나가며 볼 수 있는 은행 중에 어디를 신뢰할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ICT 기업을 택할 것이다. EY 조사에 따르면, 25~34 세의

    연령대는 47.8%가 테크핀에 대해 친숙하게 생각하고 있다. 45~54 세가 28.4%,

    55~64 세가 19.7%인 점을 생각하면 높은 수치다. 전자기기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들은 앞으로 경제활동의 주축이 되면 테크핀에 대한 인기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은행보다 ICT 기업을 더 신뢰한다고 밝힌 응답비율

    0

    10

    20

    30

    40

    50

    60

    70

    80

    90

    이탈리아 중국 인도 UAE 브라질 아일랜드 영국 호주 미국 싱가폴 한국 스위스 일본

    (%)

    자료: Bain & Company,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30

    페이스북은 왜 암호화폐에 뛰어들었을까?

    23 억의 사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리브라(Libra)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리브라의 백서를 공개했다. 한 때 페이스북

    내에서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광고를 금지했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1 년만에 큰

    변화다. 페이스북은 칼리브라(Calibra)라는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고,

    다수의 테크 공룡기업들이 참여하는 독립된 컨소시엄인 리브라연합(Libra

    Association)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용자 수와 광고 수익 감소, 데이터 남용과

    프라이버시 침해로 어려움을 겪던 페이스북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그 동안 사용자 수의 감소로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페이스북의

    실사용자(Active user)는 3 년 연속 감소했다. 고객들은 인스타그램(Instagram)과

    스냅챗(Snapchat)으로 이탈하며 두 SNS 의 시용자 수는 증가했다. 특히 12~34 세

    사용자들의 이탈이 뚜렷했다. 2017 년 79%에서 2018 년 67%, 그리고 올해는

    62%까지 감소했다. 광고수익이 주수입원인 페이스북에겐 위험의 전조였다.

    미국 의회가 IT 대기업들의 뉴스시장과 광고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 반독점법을

    내세운 것도 페이스북에는 부담이었다. EU 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 의회까지

    반독점법의 칼날을 페이스북에 겨눴다.

    월별 이용자수 변화율: 이용자수 감소로 고민이 깊어진 페이스북

    -10

    -5

    0

    5

    10

    18 19F 20F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쳇(%)

    자료: eMarketer, SK증권

  • Equity Strategy

    31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SNS 는 글로벌 결제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산업이기에

    페이스북은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블록체인 전담팀을

    신설했다. 블록체인 담당 기술이사와 부사장 자리를 새로 만들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발표한 백서에 따르면, 리브라는 국경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수수료 없이 지불 가능한 디지털 통화로 설계됐다. 즉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으로 기존과 다른 점은 단일 통화가 아닌 여러 법정화폐에

    연동해 운영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암호화폐 프로젝트를 ‘리브라

    어쏘시에이션(Libra Association)’으로 불리는 여러 기업들의 컨소시엄에 위임할

    것으로 전해진다. 페이스북은 리브라에 100 개 이상의 회사들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고, 참여 회사들은 각각 1,000 만달러를 투자해 페이스북 암호화폐

    네트워크의 노드 운영 및 검증 활동을 담당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대표적인 기업들은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

    card), 페이팔(PayPal), 우버(Uber) 등 28 개 기업이 있다. 금융 및 결제 서비스

    기업(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스트라이프)들과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기업(우버,

    메르카도리브르, 부킹닷컴)들의 참여가 눈에 띤다. 이들 기업들 모두 디지털결제

    시장을 장악했거나 수 많은 거래를 중개하면서 지급결제와 금융에 대한 사업

    능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갖고 있는 기업들이다. 이제 비자나 마스터카드 로고가

    있는 가게에선 리브라로 결제가 가능하다.

    페이스북의 리브라(Libra)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 리스트

    자료: Yahoo Finance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32

    칼리브라는 당분간 송금서비스에 집중하며 결제서비스로 영역을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보내는 사람은 리브라 코인을 송금하지만, 받는 사람의 앱에서는

    법정화폐로 잔액이 표시된다. 특히 외국으로 송금할 경우에는 받는 사람이 보게 될

    금액을 해당 지역 법정화폐로 표시해준다. KYC 와 AML 도 준수할 계획이고,

    암호화폐를 법정통화와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미국의 여러 주(州)로부터 송금

    라이선스를 취득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각국의 가이드라인을 지킨다는

    방침이고, 암호화폐를 금지한 국가에서는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대체 이 암호화폐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페이스북은 금융회사로 영역확대를 꾀할 것이다. 플랫폼의 시대에서 23 억명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큰 힘이다. 웬만한 은행의 고객 수보다 훨씬 많다. 게다가

    대부분 국가에서 이용하다 보니 기존 은행들이 어려움을 겪는 해외진출도 쉽다.

    칼리브라도 6/18 에 공개한 백서에서도 이를 유추할 수 있다. 백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 소상공인의 70%는 신용(credit)이 없고, 이주노동자들은 매년

    송금수수료로 250 억달러를 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분간은 결제사업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은 전세계에

    23 억명의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거대기업이다. 화폐에 페그된 암호화폐를 개발해

    결제기업들,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과 손잡고 결제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전세계 17억명은 은행계좌가 없지만, 이들의 2/3는 모바일폰을 갖고 있다

    자료: Global Findex database, SK증권

  • Equity Strategy

    33

    당장 국내의 토스를 예로 들어보자. 얼마 전 토스는 토스카드를 출시했다.

    토스카드가 출시됐을 때 큰 반향이 있었다. 10%의 캐시백 혜택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토스카드는 현재 30%의 확률로 결제금액의 10%를

    캐시백 해주고 있다). 토스카드 신청자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퀴즈를 통한 토스

    포인트 지급 등의 이벤트도 자주 열려서 네이버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토스 퀴즈

    관련 검색어를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다.

    토스는 이미 11 번가, 인터파크, 교보문고, 배달의민족, G 마켓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카드를 통한 오프라인 시장으로의

    영역확대로 토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많아졌다. 토스는 창업 3 년만에 1 조

    3300 억원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새롭게 출시된 토스카드

    자료: TOSS,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34

    국내의 토스가 이런 상황인데 하물며 글로벌 기업인 페이스북의 상황은 굳이 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WPP 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브랜드가치는 1,621 억달러로 구글, 애플, 아마존 등에 이어 세계

    6 위다.

    페이스북이 발행한 코인으로 결제하는 온라인 플랫폼(우버, 부킹닷컴 등)이 많아

    지고, 비자와 마스터카드와 제휴해 카드를 발행하면 그 파급력은 굉장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캐시백, 추가 적립금 지급, 제휴사 할인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운영을

    할 경우에는 결제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 특히, 결제 시스템이 취약한 국가,

    외환시장이 불안한 국가에서도 페이스북이 주는 브랜드 파워로 인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초반에는 송금과 결제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지겠지만 점차 금융회사들이 하는 여러

    업무로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알리페이를 보유한 알리바바가

    금융업무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알리페이는 계열사

    간 에스크로 및 전자지급결제(PG)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MMF(Money Market Fund, 단기금융펀드)로 돈을 운용하는 위리바오, 온라인

    판매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소액대출 등의 금융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다. 급기야

    2015 년에는 ‘마이뱅크’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으로 은행업에 뛰어 들었다. 페이스북

    역시 알리바바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18년 글로벌 기업 브랜드파워 Top 10

    랭킹 기업 산업분야 2018 브랜드 가치

    1 구글 ICT 3,021억달러

    2 애플 ICT 3,006억달러

    3 아마존닷컴 소매업 2,076억달러

    4 마이크로소프트 ICT 2,001억달러

    5 텐센트 ICT 1,790억달러

    6 페이스북 ICT 1,621억달러

    7 비자 카드 1,456억달러

    8 맥도날드 패스트푸드 1,260억달러

    9 알리바바 소매업 1,134억달러

    10 AT&T 통신 1,067억달러

    자료: WPP, SK증권

  • Equity Strategy

    35

    암호화폐를 통한 대출사업도 테크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언체인드

    캐피탈(Unchained Capital)’에 따르면, 암호화폐 자산 기반의 담보 대출 시장은

    300 억달러 이상의 규모로 추정된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암호화폐로 담보대출을

    하는 서비스가 이미 시작됐고,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블록파이(BlockFi)는 담보대출 서비스로 인한 사업 수익이 1 년만에 10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블록파이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담보로 개인은 물론

    기업에게도 돈을 빌려준다. 솔트렌딩(SaltLending)도 매출증가가 가파르다.

    솔트렌딩은 2017 년 6 월 설립됐는데, 이미 7 만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암호화폐

    기반 대출서비스를 이용했고, 이용 금액은 5,000 만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참고로 국내에서 규제에 막혀 최대 300 만원 내외의 개인 대상 소액대출만

    가능하다). 페이스북이 리브라(Libra)를 통해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는 사업이고,

    실제로 진출 가능성도 높다.

    페이스북 외에도 최근에는 승차공유 플랫폼인 우버(Uber)가 금융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유저 수가 많은 플랫폼들에게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제는 바야흐로 핀테크가 아닌 테크핀의 시대다. 그리고

    기존 금융회사들에게는 위기의 시기다.

    시리얼(Cereal)의 암호화폐 대출 메커니즘

    자료: Cereal,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36

  • Equity Strategy

    37

    ChapterⅣ. 왜 스타벅스인가?

    스타벅스가 IT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마존닷컴, 구글, 애플 등 유수의 IT

    기업들을 제치고 스타벅스를 본 자료에서 깊게 다루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해 11 월, ‘미래의 금융, 새로운 금융감독’이라는 주제로 금융감독원 창립

    20 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열렸다. 국내외 유수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참석해서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활용한 핀테크 혁신 등 미래 금융의 모습을 조망하는

    시간이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글로벌 굴지의 IT 기업들이

    참여했는데 스타벅스도 이 자리에 초청됐다. 커피 회사가 IT 또는 금융산업과

    어떠한 관계가 있길래 이 자리에 참석했는지 관심이 쏠렸다.

    미셸 웨이츠(Michele Waits) 스타벅스 부사장은 이를 의식한 듯 커피 마케터가

    금융 컨퍼런스에 첨석했다고 인사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녀는 ‘디지털 혁신을

    통한 진화하는 금융’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eMarketer 에 따르면,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 사용자는 2,340 만명으로 애플페이, 구글페이 등을 웃돈다.

    스타벅스는 1971 년 미국 시애틀의 작은 커피숍으로 시작해 현재 64 개국에서 총

    23,000 개 이상의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커피

    전문점이다. 단순히 커피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회사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004 년 플라스틱 카드인 ‘기프트 카드’,

    2009 년엔 모바일 멤버십 어플리케이션을 도입했고, 이 어플리케이션에

    결제기능을 탑재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에서 자주 이용되는 모바일 결제 어플리케이션

    0

    1,000

    2,000

    3,000

    17 18 19F 20F 21F 22F

    스타벅스 애플페이 구글페이 삼성페이(만명)

    자료: eMarketer, SK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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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수치가 더욱 놀라운 점은 애플 및 구글페이는 온∙오프라인 매장 모두 결제

    가능하지만,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은 오로지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스타벅스 전체 결제의 약 40%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웨이츠 부사장은 스타벅스 결제시스템의 성공 비결로 속도와 편리성을 꼽았다.

    여기에 소비자의 패턴을 분석한 리워드(보상) 프로그램도 한 몫 했다.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 이용자들은 결제 기록에 따라 할인쿠폰과 무료쿠폰 등을 받고, 이용

    횟수에 따라 보상도 받는다. 국내에서 연말에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한정

    음료까지 마셔가며 적립하는 풍경이 몇 년 째 반복되는 현상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러한 영향으로 현재 미국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의 현금보유량은 웬만한

    시중은행보다 많은 수준이다. 스타벅스가 선불카드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보유한 현금 보유량은 최소 12 억달러 이상으로 파악되고 있다. BoA(4,271 억달러),

    JP 모건(3,833 억달러)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일부 지방은행들보다 많은

    고객예치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조사도 2016 년에 발표한 자료이므로 예치금은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벅스의 커피통장으로 전통 은행들이

    담당하던 저축과 결제 기능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非이자수익 중 예금 관련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5%다. 미국의 수수료 수준이 높은 이유는 자유 입출금 계좌를

    개설할 때 월 최대 50 달러를 부과하는 계좌유지 수수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면제받으려면 은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계좌 평균잔액이 500 달러에서

    75,000 달러 이상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반면 스타벅스 예치금은 그런

    조건이 없다. 미국에서 선불카드 시장이 커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과 주요 은행들의 현금 보유량

    0

    50

    100

    150

    PayPal

    SVB Financial

    SunTrust Banks

    American

    Express

    The Bancorp

    Starbucks

    Customers

    Bancorp

    Green Dot

    Corp

    (억달러)

    자료: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SK증권

  • Equity Strategy

    39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는 미국에서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의 이용자

    수가 2,340 만명이고 평균적으로 $50 을 예치한다고 계산하여 약 12 억달러가

    예치돼 있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타벅스는 전세계 64 개국에

    진출해있다. 스타벅스 측에서 어플리케이션에 예치된 금액을 발표하진 않았지만,

    스타벅스는 2018 년 기준으로 매출의 약 67%가 북미지역에서 발생한다. 이를

    적용하면 각 국의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에 예치된 금액의 총합은 20 억달러에

    달한다. 이 역시 2016 년 자료에 기반한 계산이므로 금액은 더 늘었을 것이다.

    스타벅스가 진출한 국가들

    자료: Wikipedia,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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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스세권(스타벅스 상권)’ 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국내에서 스타벅스의 인기는 매우 높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국내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의 선불충전금과 기프트카드의 규모를 비공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감사보고서를 통해 대략적으로 추정해보면, 2013 년 151 억원이었던 선수금의

    규모는 2017 년 691 억원으로 증가했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주문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스타벅스 코리아가 처음 선보인 사이렌 오더는 이후 전세계

    스타벅스가 벤치마킹했다. 사이렌 오더가 처음 도입된 한국 스타벅스에서는 전체

    결제의 20% 가까이가 사이렌 오더로 이뤄질 정도로 이용자 수가 늘어났다.

    사이렌 오더 주문을 위해선 선수금이 필수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국내 역시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선수금은 향후에도 증가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작년 6 월 드라이브스루(DT) 매장에 자동결제 서비스인 '마이

    DT 패스(My DT Pass)'를 도입하기도 했다. 미리 등록된 차량이 드라이브스루

    매장에 들어오면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해 사이렌 오더 여부와 쿠폰 보유

    여부 등을 확인하고 등록된 스타벅스 카드로 자동결제까지 하는 서비스다. 마이

    DT 패스도 스타벅스 코리아가 전세계 스타벅스 중 최초로 선보였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6 개월여 만에 가입자가 50 만명을 넘었고 전체 드라이브스루 이용자의

    절반이 마이 DT 패스를 이용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올해 5 월 금융위원회가

    9 건의 혁신 금융서비스를 지정했는데 그 중 ‘개인이 차량번호 입력 시 금융회사의

    자동차 담보대출 한도 및 금리 등을 제공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새롭게 시작하려는 금융 혁신서비스를 이미 스타벅스는 비슷한 사업을

    영위할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춘 셈이다.

    스타벅스코리아 선수금 추이 어플리케이션 이용 누적 주문 추이

    0

    200

    400

    600

    800

    13 14 15 16 17

    (억원)

    0

    1,000

    2,000

    3,000

    4,000

    5,000

    15 16 17 18

    (만건)

    자료: 스타벅스 코리아, SK증권 자료: 금융감독원, SK증권

  • Equity Strategy

    41

    이처럼 스타벅스는 전세계적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많은 금액의

    선수금을 갖고 있다. 무려 64 개국에 진출해 있다.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을 비롯해 웬만한 굴지의 금융기관들의 해외진출 보다 많은 숫자다.

    이미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결제가 주류를 이루는 스타벅스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바로 각 국가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의 호환성이다. 가령 한국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에 5 만원을 충전해도 미국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전세계 스타벅스 어플리케이션에 예치되어 있는 금액의 규모는 20 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막대한 금액을 어플리케이션 내에 조용히

    묵혀두고 있는 것이다.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을 통한 글로벌 역량 확대가 금융업계의 화두가 된 지는

    꽤 되었다.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다. 이처럼 웬만한 국가의

    금융기관들이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은행사업 진출의 염원을 현재 64 개

    국가에서, 그것도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20 억달러 이상의 예치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스타벅스가 그 꿈을 이룰 수도 있다. 이미 커피 전쟁의 최상위

    포식자인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단순히 커피를 팔면서 커피업계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것 못지 않게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예치금을 은행

    비즈니스처럼 수익화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이를 어느 정도 실현한 케이스가 아르헨티나에서 나왔다. 스타벅스는 2018 년

    10 월 아르헨티나의 Banco Galicia 와 손을 잡고 스타벅스 은행 지점을 열었다.

    주요 기업들의 해외진출 국가 수 스타벅스와 Banco Galicia가손을 잡고 연 은행의 모습

    0

    20

    40

    60

    80

    100

    HSBC 스타벅스 맥쿼리 애플

    (개)

    자료: Apple, Starbucks, 금융연구원, SK증권 자료: LatinSpots,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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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아르헨티나 사례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의 은행업 진출에 대해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많다. 페이팔(PayPal)이 대표적이다.

    페이팔은 1998 년에 창립되어 2002 년에 상장된 회사로 온라인 송금을 지원하는

    등 전세계 온라인 지불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다. 이미 20 년 넘게 회사를 운영

    중인 페이팔은 200 여개국에서 50 억건 이상의 결제를 처리해 약 154.5 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2016 년 기준). 페이팔은 국제 송금서비스 업체인 줌(Xoom)과 P2P

    모바일 결제와 소셜네트워크 기능을 통합한 벤모(Venmo, 2013 년 인수)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스퀘어(Square)와 스트라이프(Stripe)

    같은 기업들은 결제 외에 은행 고유의 업무로 여겨지던 대출부문에도 진출을 하고

    있다.

    알리페이를 보유한 알리바바 역시 금융업무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알리페이는

    계열사 간 에스크로 및 전자지급결제(PG)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MMF 로 돈을 운용하는 위리바오, 온라인 판매자에게 돈을 빌려주는 소액대출

    등의 금융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다. 급기야 2015 년에는 ‘마이뱅크’를 출범시키며

    본격적으로 은행업에 뛰어 들었고, 텐센트 역시 2014 년에 ‘위뱅크’라는 인터넷

    은행을 설립했다. 인터넷 은행이라는 개념이 90 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지만 그 동안 소규모 기업이 인터넷 뱅크를 설립했다.

    하지만 중국은 거대 IT 기업들이 그 동안 축적한 데이터와 고객들을 기반으로

    은행업에 진출한 만큼 그 파급력은 컸다. ‘마이뱅크’와 ‘위뱅크’는 무담보 또는 기존

    대출 조건을 완화한 개인소상공인 신용대출이 주력상품이다. 특히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를 통해 간편하게 대출을 제공하면서, 현재까지도 낮은 연체율을

    유지하고 있다.

    페이팔과 스퀘어의 주가 흐름 중국의 모바일 뱅킹 거래규모

    0

    30

    60

    90

    120

    15 16 17 18 19

    SQUARE의 주가

    PAYPAL의 주가

    ($)

    0

    50

    100

    150

    200

    250

    300

    11 12 13 14 15 16 17 18

    (조 위안)

    자료: REFINITIV, SK증권 자료: CEIC, SK증권

  • Equity Strategy

    43

    알리바바의 ‘마이뱅크(Mybank)’는 2015 년 6 월 설립됐다.

    마이뱅크는 알리바바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고객의 신용평가 자료로 활용한다. 이 방식은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기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소비자들이 단기 소액 대출을 받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위리바오’로 불리는 MMF 는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상품인데

    마이뱅크 최고의 인기 상품 중 하나다.

    위뱅크(Webank)는 2014 년 12 월 출범한 중국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이다. 위뱅크는 텐센트의 PC 기반 메신저

    QQ 와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기반 플랫폼으로 한다.

    위뱅크의 인기상품은 ‘웨이리다이’다. ‘웨이리다이’는

    개인의 담보나 보증 없이 신용등급에 따라 한번에 최대

    4 만위안까지 대출 받을 수 있는 무담보 소액 대출

    서비스다. QQ 와 위챗을 통해 신용대출을 제공하는 이

    서비스는 2015 년 5 월 출시됐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SK 텔레콤은 최근 적금상품을

    출시했다. 금리는 최대 5%다(대신 월 납입금액은 최대 15 만원이다). ‘T high5’라는

    상품인데 SK 텔레콤과 DGB 대구은행, 핀테크 기업 ‘핀크’가 손잡고 출시했다.

    스마트폰에서 ‘핀크’라는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뒤에 가입하면 된다. 아직

    미미하지만 ICT 기업들의 금융업으로의 영역확대는 현재진행형이다.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44

    따라서 스타벅스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오히려 커피 마켓에서 압도적인

    세계 1 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신뢰도 측면에서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금융산업의 핵심은 신뢰성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경제가 어려운 국가의 국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다. 2008 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은 일정 등급의 신용점수에 못 미치는

    소비자에게 대출을 위한 담보를 요구했다.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자

    프로스퍼(Prosper)와 같은 기업들이 알고리즘 분석을 통해 대출 희망자의 신용도를

    분석해 등급에 따라 이자율을 차등 적용해 대출을 집행하며 재미를 본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아르헨티나는 페소 가치가 걷잡을 수 없이 하락하고 있다.

    IMF 의 구제금융 조기집행 소식도 환율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급기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60%로 인상하기도 했다. 정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는

    브라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나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상황이 좀 낫다.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진 베네수엘라는 연간 200 만%에 육박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볼리바르의 가치는 땅에 떨어졌다. 남미 국가들의 향후

    경제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위 나라의 국민들이 자국 통화를 신뢰할 수 있을까? 급기야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초로 국가 주도의 ICO 를 통해 ‘페트로(petro)’라는

    암호화폐를 발행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통화를 통합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불안정한 환율 변동이 양국 경제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환율은 큰 폭으로 올랐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GDP 성장률 추이

    0

    10

    20

    30

    40

    50

    2.0

    2.5

    3.0

    3.5

    4.0

    4.5

    14 15 16 17 18 19

    브라질 헤알/달러

    아르헨티나 페소/달러 (우)

    (페소)(헤알)

    -4

    -2

    0

    2

    4

    12 13 14 15 16 17 18 19F

    브라질 아르헨티나(%, YoY)

    자료: REFINITIV, SK증권 자료: Bloomberg, SK증권

  • Equity Strategy

    45

    이 나라 국민들은 과연 헤알, 페소, 볼리바르와 같은 자국 화폐를 신뢰할 수

    있을까? 오죽하면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자리에서

    남미지역의 화폐를 통합하는 단일통화 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폐

    통합도 정답은 아니다. 지난 1999 년 1 월 유럽통화연맹(EMU) 출범과 함께

    유로화(euro)가 도입됐지만 유로존도 여러 내홍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타벅스가 2018 년 10 월 아르헨티나의 Banco Galicia 와 손을

    잡고 스타벅스 은행 지점을 열었던 사건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아르헨티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스타벅스가 Banco Galicia 보다 신뢰성이 높은 기업이다.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은 50 대 기업 중 하나다. 그 어떤 남미의 기업이나 금융기관도 이 순위에

    포함되지 못한다. 이미 자국 국민들에게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진 금융기관들 보다

    세계적인 기업인 스타벅스가 은행업에 진출한다면 남미 국민들은 아마도 대부분

    스타벅스를 이용할 것이다.

    BranZ 가 발표한 브랜드 가치에서 스타벅스는 23위를 차지했다.

    자료: BranZ, SK증권

  • Equity Strategy Analyst 한대훈 [email protected] / 02-3773-8515

    46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스타벅스가 남미 지역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앞에서 소개한 스타벅스와 아르헨티나의 Banco Galicia 가 합작해서

    만든 스타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