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cision Preventive Predictive Participatory 코로나19가 불러올 … · 2020-05-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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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는다 글. 김성훈 연세대 약학대학·의과대학 겸임교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언젠가는 또 발생할 팬데믹(범유행) 질병을 대처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효율적인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미래의학을 기반으로 기존의 진단과 치료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 그 핵심은 인체의 이상신호로 질병의 치료를 미리 대비하는 예측의학과 예방의학에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올 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39 38 KEPCO 2020 Vol.563 현재의 진단과 치료법으로 팬데믹을 막을 수 없다 2019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 나19 바이러스는 겨우 넉달 만에 발생지인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으로 퍼져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2020년 3월부터는 엄청난 인명과 경 제에 피해를 주고 있다. 전 세계의 의료인과 사회 구 성원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조만간 코로나19 유행 은 어떠한 형태로든 진정이 될 것으로 기대되나, 앞 으로도 어떠한 형태로든 병원체들의 공격은 이전보 다 좀 더 자주 빈번하게 그리고 좀 더 강하게 계속될 것으로 우려가 된다. 세상 모든 일에는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현 재 코로나19의 유행은 우리에게 많은 물질적 · 사회 적 피해를 끼쳤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들에 대하여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였다. 첨단과학으로 무장된 현재의 글로벌 시 대가 인류 삶에 많은 편리함과 공중보건 개선에 기 여하였지만 국가 간, 개인 간의 삶이 밀접해짐으로 인해 외부의 작은 도전에도 전 인류가 얼마나 취약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불행하게도 앞 으로 이러한 세계적 유행병의 발생이 일상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가 된다. 그렇다면 현재 각 국가가 사용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 등의 방식은 지속가능한 방향이 아닐 수 있으며 기존 방 법을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해답이 될 키워드, 예측의학과 예방의학 미래의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키워드를 흔히 ‘4P’ 의학이라 지칭한다. 여기서 4P는 Precision(정밀), Predictive(예측), Preventive(예방), Participatory(참 여)를 의미한다. 병이 걸리기 전에 예측하고 예방하 는 것은 병의 치료보다 중요하고 사회적인 비용 또 한 적게 들일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 유행에서 가장 간단하고 효율적인 예방법으로 알려진 손 씻기를 살 펴봐도 이 개념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1846년 헝가리의 산부인과 의사였던 제멜바이스는 당시 산모들을 공포로 몰고 갔던 산욕열을 연구하던 도중 특정 병동에서 산욕열의 발병이 상대적으로 낮 은 것을 발견하였다. 원인을 찾던 중 이 산욕열이 높 게 발병하는 병동의 근처에는 해부실습실이 존재한 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놀랍게도 의대생들이 실습하 지 않는 기간에는 산욕열의 발병률이 낮아진다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파스퇴르에 의해 미생 물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때였으나 제멜바이스 는 실습에 사용되는 기증 시체가 부패하면서 어떤 존재들이 이 산욕열을 발병시킨다는 것을 예측하였 고, 이 근거들을 기반으로 의과대학교 실습생들이 분만에 들어가기 전 손을 염소 용액에 담그는 것을 규칙으로 정하였다. 그 결과는 아주 극적이었다. 산 모의 사망률이 불과 1%대로 떨어진 것이다. 이렇듯 170여 년 전에도 현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간 단한 예측과 예방만으로도 수많은 생명을 살려낸 것 을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연구데이터및 다양한 기 술들이 개발될 미래에는 예측의학과 예방의학이 더 욱 빛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현실화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 그러나 정밀한 예측의학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우리 몸에 병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알 려주는 생체 내 센서를 발견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 록 연구를 통해 생체 내 센서들이 발견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수나 관련 질병과의 연관성이 많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최근 이러한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에 서 추진하는 ‘전암병변 지도(Precancer Atlas)’ 프로 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종류의 암과 수만 명의 환자에서 확보한 자료를 기반으로 암이 발생하 는 원인, 치료 방식에 대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예방의학이 함께 이루어지려면 인체 면 역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어야 한다. 어떠한 형태의 병원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은 병원체가 우리 몸에 침입할 경우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이를 확인 하고 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면역 연구만을 가지고는 새로운 병원체의 공 격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증명되었으며 기존에 알려진 면역 시스템 보다 더 빨리 병원체의 침입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인체 방어 시스템을 발굴하여 더 감염이 퍼지 기 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다행히 인 체 내의 새로운 방어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보고들 도 나오고 있어 이러한 발견을 활용하면 신종 병원 체에 대한 초기예측과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병원체의 정체를 알아내기 전에 발생할 인적 및 사회·경제적 피해 또한 줄일 수 있을 것이 다. 같은 확진자라도 어떤 사람은 사망에 이르고 어 떤 사람은 무증상으로 지내는 경우가 있다. 즉 병원 체의 공격에 대하여서도 개인별 차이가 있다는 뜻이 다. 이러면 치료의 방식도 달라져야 하며 이때 사용 되는 기법이 바로 정밀의학이다. 그리고 정밀 · 예측 및 예방의학이더욱 힘을 낼 수 있기 위해서는 환자 와 의료진 간의 실시간 교류가 필요하다. 휴대폰, 태 블릿 컴퓨터와 같은 기기를 통해 인체의 이상 신호 가 실시간 의료 현장으로 전송되고, 전송된 자료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을 통해 분석된다 면 더욱 신속하고 정확한 국가적 방역 시스템이 완 성될 것이다. 인류의 협력이 필요한 현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상은 분명히 달라져야 한 다. 감염병 발생을 예측하여 그 위험을 사전에 차단 하고 그런데도 발생을 하게 되면 초기에예방과 참 여 의학의 기법으로 범유행을 막아야 한다. 그래도 안 될 땐 정밀의학의 기술로 사망을 최소한으로 막 아내는 방식으로 몇 겹의 방어벽을 쳐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다른 선진국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바이 오기술과 의료 현장의 우수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 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대한민국이 IT와 같은 정보 기술뿐만 아니라 바이오 기술 분야와 다양한 학문과 첨단 기술을 융합하는 미래의학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인류 가 극한의 위기에 처한 현실을 보여준 영화 <인터스 텔라>에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질병의 위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우리 인류는 해답을 얻을 것이고 이를 극복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간 의 무한하면서도 따뜻한 신뢰와 더불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객관적인 대응과 함께하는 사회적 정책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그 중심에 대한민국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Precision Preventive Predictive Participa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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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는다 글. 김성훈 연세대 약학대학·의과대학 겸임교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있는 현실에서, 우리는 언젠가는

또 발생할 팬데믹(범유행) 질병을 대처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효율적인

대처를 하기 위해서는 미래의학을 기반으로

기존의 진단과 치료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접근을 해야 한다. 그 핵심은 인체의

이상신호로 질병의 치료를 미리 대비하는

예측의학과 예방의학에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올

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3938 KEPCO 2020 Vol.563

현재의 진단과 치료법으로 팬데믹을 막을 수 없다

2019년말중국후베이성우한시에서발생한코로

나19바이러스는겨우넉달만에발생지인중국을

시작으로미국,유럽등선진국으로퍼져전세계를

공포에떨게하고있다.특히선진국에본격적으로

퍼지기시작한2020년3월부터는엄청난인명과경

제에피해를주고있다.전세계의의료인과사회구

성원들의필사적인노력으로조만간코로나19유행

은어떠한형태로든진정이될것으로기대되나,앞

으로도어떠한형태로든병원체들의공격은이전보

다좀더자주빈번하게그리고좀더강하게계속될

것으로우려가된다.

세상모든일에는양지가있으면음지가있듯이현

재코로나19의유행은우리에게많은물질적·사회

적피해를끼쳤지만,우리가당연하게생각해왔던

것들에대하여다시한번생각해볼수있는기회도

제공하였다.첨단과학으로무장된현재의글로벌시

대가인류삶에많은편리함과공중보건개선에기

여하였지만국가간,개인간의삶이밀접해짐으로

인해외부의작은도전에도전인류가얼마나취약

할수있는지를확인하게된것이다.불행하게도앞

으로이러한세계적유행병의발생이일상화될수도

있을것으로우려가된다.그렇다면현재각국가가

사용하고있는사회적거리두기와자가격리등의

방식은지속가능한방향이아닐수있으며기존방

법을혁신할수있는새로운방안을모색할필요가

있다.

해답이 될 키워드, 예측의학과 예방의학

미래의학을나타내는대표적인키워드를흔히‘4P’

의학이라지칭한다.여기서4P는Precision(정밀),

Predictive(예측),Preventive(예방),Participatory(참

여)를의미한다.병이걸리기전에예측하고예방하

는것은병의치료보다중요하고사회적인비용또

한적게들일수있다.이번코로나19유행에서가장

간단하고효율적인예방법으로알려진손씻기를살

펴봐도이개념의중요성을알수있다.

1846년헝가리의산부인과의사였던제멜바이스는

당시산모들을공포로몰고갔던산욕열을연구하던

도중특정병동에서산욕열의발병이상대적으로낮

은것을발견하였다.원인을찾던중이산욕열이높

게발병하는병동의근처에는해부실습실이존재한

다는것을확인하였고,놀랍게도의대생들이실습하

지않는기간에는산욕열의발병률이낮아진다는것

또한확인할수있었다.당시파스퇴르에의해미생

물의존재가알려지지않았던때였으나제멜바이스

는실습에사용되는기증시체가부패하면서어떤

존재들이이산욕열을발병시킨다는것을예측하였

고,이근거들을기반으로의과대학교실습생들이

분만에들어가기전손을염소용액에담그는것을

규칙으로정하였다.그결과는아주극적이었다.산

모의사망률이불과1%대로떨어진것이다.이렇듯

170여년전에도현재와는비교할수없는수준의간

단한예측과예방만으로도수많은생명을살려낸것

을확인할수있다.수많은연구데이터및다양한기

술들이개발될미래에는예측의학과예방의학이더

욱빛을발휘할것으로기대되고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현실화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

그러나정밀한예측의학은간단한일이아니다.그

이유는우리몸에병증상이나타나기전에미리알

려주는생체내센서를발견해야하기때문이다.비

록연구를통해생체내센서들이발견되고있지만,

아직까지는그수나관련질병과의연관성이많이

제시되지못하고있는것이현실이다.다행히최근

이러한노력이시작되고있다.대표적인것이미국에

서추진하는‘전암병변지도(PrecancerAtlas)’프로

젝트이다.이프로젝트는다양한종류의암과수만

명의환자에서확보한자료를기반으로암이발생하

는원인,치료방식에대해사전에대응할수있도록

하는데이터베이스를구축하고있다.

이와동시에예방의학이함께이루어지려면인체면

역시스템에대한연구도진행되어야한다.어떠한

형태의병원균이나바이러스와같은병원체가우리

몸에침입할경우우리몸의면역체계는이를확인

하고방어할수있는시스템을가지고있다.그러나

기존의면역연구만을가지고는새로운병원체의공

격에충분히대응하지못한다는것이이번코로나19

사태에서증명되었으며기존에알려진면역시스템

보다더빨리병원체의침입을감지하고대응할수

있는인체방어시스템을발굴하여더감염이퍼지

기전에예방할수있도록해주어야한다.다행히인

체내의새로운방어시스템에대한새로운보고들

도나오고있어이러한발견을활용하면신종병원

체에대한초기예측과예방에큰도움이될것으로

기대된다.또병원체의정체를알아내기전에발생할

인적및사회·경제적피해또한줄일수있을것이

다.같은확진자라도어떤사람은사망에이르고어

떤사람은무증상으로지내는경우가있다.즉병원

체의공격에대하여서도개인별차이가있다는뜻이

다.이러면치료의방식도달라져야하며이때사용

되는기법이바로정밀의학이다.그리고정밀·예측

및예방의학이더욱힘을낼수있기위해서는환자

와의료진간의실시간교류가필요하다.휴대폰,태

블릿컴퓨터와같은기기를통해인체의이상신호

가실시간의료현장으로전송되고,전송된자료는

빅데이터를기반으로한인공지능을통해분석된다

면더욱신속하고정확한국가적방역시스템이완

성될것이다.

인류의 협력이 필요한 현실

코로나19사태이후의세상은분명히달라져야한

다.감염병발생을예측하여그위험을사전에차단

하고그런데도발생을하게되면초기에예방과참

여의학의기법으로범유행을막아야한다.그래도

안될땐정밀의학의기술로사망을최소한으로막

아내는방식으로몇겹의방어벽을쳐야한다.현재

대한민국은다른선진국들이부러워할정도의바이

오기술과의료현장의우수성을보유하고있다는것

을이번코로나19사태에서확인할수있었다.이는

대한민국이IT와같은정보기술뿐만아니라바이오

기술분야와다양한학문과첨단기술을융합하는

미래의학을선도하고있다는사실을드러낸다.인류

가극한의위기에처한현실을보여준영화<인터스

텔라>에“우린답을찾을것이다.늘그랬듯이.”라는

대사가등장한다.질병의위기에서도마찬가지다.

과거에도그랬고앞으로도우리인류는해답을얻을

것이고이를극복할것이다.이를위해서는서로간

의무한하면서도따뜻한신뢰와더불어과학기술을

기반으로한객관적인대응과함께하는사회적정책

수립이필요할것이다.그중심에대한민국이있을

것이라고기대한다.

Precision Preventive Predictive Participa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