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사람의마음을 잉크얼pdf.ihalla.com/sectionpdf/20200821-84584.pdf · 2020. 8.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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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고백(이을순 지음)=이을순 작가의 네 번째 작품으로 사랑, 예술, 고통, 죽음, 종교에 관해 평소 작가가 생각 한 것을 상상의 이미지를 더해 이야기 실마리를 풀어 놓는다. 중편소설 고백 과 단편소설 바람새 , 당신의 노래 , 그대와 함께 탱고를 등이 담 겨졌으며, 현실의 삶을 돌아보고 그 여운을 느껴볼 수 있 는 경험을 제공한다. 청어. 1만3000원. ▶시나리오 넛셸 테크닉(질 체임벌 린 지음 양윤호, 이태리 옮김)=저자는 욕망설정, 결정적 전환점, 고난과 역 경, 결함, 위기 또는 대성취, 결정적 선택, 최종단계, 미덕에 이르는 8단계 를 도식화한 넛셸 테크닉 을 고안했 다. 책에선 1942년 흑백영화 카사블 랑카 부터 2013년 겨울왕국 까지 헐리우드에서 성공한 영화 30편을 분석했다. 제주 출신 양윤호 감독과 배우 출 신 이태리 감독이 공동번역에 나섰다. 상상. 2만2000원. ▶무엇을 위해 살죠?(박진영 지음) = 이 책은 가수이자 작곡가, 프로듀서,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박 진영의 성공과 실패의 인생 서사 속에 서 발견해낸 삶의 진실을 알아가는 여 정을 담았다. 삶의 진실에 대해 아는 법을 몰라 마음의 병 속에서 헤매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돼 줄 책으로 평 가되고 있다. 은행나무. 1만5000원. ▶독립혁명가 김원봉(허영만 지음 그림)=의열단을 조직하고 조선의용대 를 창설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무 정부주의적 투쟁을 벌인 대표적인 독 립투사 김원봉의 삶이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 허영만에 의해 복원됐다. 일제 강점기 김원봉이 느꼈던 고뇌, 희망과 염원의 마음이 허영만의 호방한 화풍으로 생생하게 살아 나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 디언. 1만7000원. ▶건축 다시 읽기: 건축 이론 입문 (콜린 데이비스 지음 전병권, 임상훈 옮김)=이 책은 대중적인 문화에 대한 관점과 전문 이론의 경계를 드나들며 날카롭게 도시와 건축을 이해하고 해 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탁월한 아이 디어, 천재적인 건축가 그리고 그들만 큼 두드러지지 않지만 사실 훨씬 더 많은 우리 곁의 건축 가들이 이뤄내는 도시와 건축에 대해 충분한 깊이를 지 니면서도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새터. 2만5000원. ▶세상의 소리(젬마 시르벤트 루시아 코보 그림)=그림에 소리가 있을까? 소리에 색깔이 있을까? 그리 고 향기에 모양이 있을까? 이 책은 현 실에서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에 아이 들이 닿도록 선물한다. 아름다운 그림 을 보며 그 소리를 듣고, 거기서 오는 일렁임으로 그 향기와 다채로운 색을 상상하게 한다. 이 를 통해 그림책이 주는 진정한 선물이 무엇인지 강조한 다. 분홍고래. 1만6000원. 송은범기자 이책 푸른 별빛 아래 감귤이 익어가고 있다. 강수진 작가가 그린 산문집 삽화 중 하나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1리의 어느 귤밭. 그곳에 시인의 아 버지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동네에서 귤나무를 가장 먼 저 심었다. 귤이 처음 열리던 해부터 과수원 안에 작은 돌 움막을 짓고 열매를 지켰다. 시인은 그때를 손톱으로 긁 으면 가난이 긁혀 나올 시절이었다 고 회상했다. 그 귤밭 을 일군 아버지는 지금 시인의 곁에 없다. 아버지는 귤 농 사로 얼었던 손에 상처와 흉터를 지닌 채 먼 길을 떠났다. 제주 강영란 인의 귤밭을 건너 온 사계 는 아버지 대한 기억으로 생애 해야 할 숙제 처럼 쓰여 졌다. 1998년 한라 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로 시 소가 혀로 풀을 감아 올릴 때 등을 냈고 서귀포문학상을 수상했 던 그가 처음 묶은 산문집이다. 산문집은 1월에서 12월까지 귤나 무의 한해살이를 풀어내고 있다. 영 농계획을 세우는 1월, 간벌작업에 나서는 2월을 지나 3월의 늦서리 피 해, 4월 새순과 귤꽃 솎기, 5월에 퍼지는 향수같은 귤꽃향, 6월의 생리 낙과, 7월 열매솎기와 귤굴나방, 8월 가문 날 의 귤밭, 9월 태풍치는 밭, 10월 극조생온주와 11월 조생 온주 수확, 12월 과실 저장 등에 얽힌 이야기로 이어진다. 일년 열두 달, 사시사철 귤밭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검 은 흙에서 갈색 가지와 초록 잎이 자라고 주황빛 과실이 맺혀가는 과정은 굴곡진 생을 닮았다. 시인은 한 해의 마 지막 12월에 주홍의 심장 이 누구에게 갈까라며 설렌다. 귤에 기대어 산다는 그의 글은 시적인 문장으로 채워졌 다. 간벌 에서는 그대와 나 사이 간격이 촘촘해지면/ 까닭 없이 예민해지고/ 서러워지는 것// 그러니 아파도 잘라내는 것/ 당신의 공간을 인정하려/ 나를 베어내는 이라고 했다. 말미엔 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다. 귤나무 역 사, 탐라순력도 속의 제주 귤, 온주밀감의 효시, 귤밭 무 덤, 귤나무 민간요법 등을 실었다. 사이사이 강수진 작가 가 제주 풍광과 귤 농사의 순간들을 서정적 삽화로 그려 냈다. 시인동네. 1만3000원. 진선희기자 사람의 마음을 는 10가지 크얼 데이미언 설스의 샤흐 2013년 11월 8일, 구글의 기념 로 고엔 크얼이 있었다. 그날은 헤르만 로르샤흐의 생일이었다. 크얼을 클릭할 때마다 다른 모양으로 바뀌었다. 2008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는 자신을 로르샤흐 검사 같은 이라고 했다. 끝내는 저에게 서 실망스런 모습을 볼지라도, 국 민들은 무언가를 얻을 겁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앞으로 나아 갈 수 있는 유용한 사람이란 의미 였다. 로르샤흐 검사는 심리검사 도구 하나다. 1917년 젊은 정신과 의사 헤르만 로르샤흐가 스위스의 정신질환 보호시설에서 홀로 연구한 끝에 고안해낸 크얼그림 10개가 쓰인다. 미국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데 이미언 설스의 로르샤흐 는로 르샤흐의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심리분석의 역사를 더해 세밀하 게 그려낸 평전이다. 사람의 마 음을 이해하는 활용되는 넘어 광고, 영화, 패션, 대중문화, 예술계에 영감을 주고 있는 검사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 냈다. 애초에 로르샤흐는 크얼심리검사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 떠한 평가나 제약도 없이 사람들 이 보는 방식을 살펴보는 조사로 여겼다. 그 이전에도 크얼실험에 활용한 연구자들이 있었지 로르샤흐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보느냐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을 가졌다. 일반 내과의 청진기처럼 로르샤 흐 검사는 심리학계를 상징하지만 부침도 겪었다. 다른 심리검사에 비해 시행과 해석에 더 많은 시간 과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잘못된 검사 해석으로 신뢰성이 공격을 받으면서 사용 빈도도 줄 고 있다. 로르샤흐가 수수께끼 같은 만들어낸 시대는 그림이 마음의 진실을 드러내고 우리 삶 의 가장 깊은 실재에 닿을 수 있 다고 믿었던 때였다. 로르샤흐 검 사에 가해진 그 모든 비평과 재해 석 과정을 거치면서도 크얼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것은 로르 샤흐 검사가 우리가 저마다 세상 을 이해하는 방식을 독특하게 보 여주는 창이기 때문일 게다. 김정 아 옮김. 갈마바람. 2만8000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고한 모성 신화 넘어선 새로운 어 재클로즈숭배와 혐왜 현대 사회에서 어니는 정치 공적 삶에 참여하는 일이 이례 적인 것으로 여겨질까. 되레 어니는 본성에 맞게 집이나 지키라 는 훈계를 듣는다. 런던대 버벡 칼리지 인문학 교 수인 재클린 로즈의 배와 혐 는어니들은 완벽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책임을 요구받는 모성 신화를 비판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21세기까지, 공간적 으로는 유럽과 미국에서 남아프 리카공화국과 시리아까지, 장르 적으로는 그리스비극과 셰익스피 어의 극, 현대소설, 에세이, 영화 까지 아우르며 어니 연구에 나 섰다. 그는 신자유주의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돌봄 제공자로 국 한될 경우에만, 그것도 체제를 유 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에 지 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인정을 받 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매년 5만4000명 이상이 임신을 이유로 일자리를 잃고 있고 새로 니가 된 여성 중 77%가 일터 에서 차별과 모욕 등 부정적 대우 경험했다는 2015년 보고서를 그 증거로 덧붙였다. 이것은 무자비한 이윤 추구의 경향과 긴밀한 관련이 있지만 훨 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이 개 입되어 있다고 본다. 어니는 한 때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 고 언젠가 사라지리라는 점을 환 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니의 모성에 대한 가학증과 혐오의 바탕에는 무력했던 자신의 의존적 시기에 대한 기억을 부정 하고 지우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 과 공포가 자리한다고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 행정부의 잔혹한 이민정책에 항의했던 스라이징 을 들며 새로운 차원의 되기를 제안한다. 고한 모성의 신화를 넘어서 모성을 기 아이 가 아닌 타인 의 행복을 바라는 일로 생각함으로써 확장된 차원에서 어니 되기가 가능하다 고 했다. 그럴 수 있다면 우리 가 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필사적 으로 사수해야 하는 유일하게 중 요한 것이 아니게 된다. 김영아 옮 김. 창비. 1만8000원. 진선희기자 2020년 8월 21일 금요일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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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고백(이을순 지음)=이을순 작가의

네 번째 작품으로 사랑, 예술, 고통,

죽음, 종교에 관해 평소 작가가 생각

한 것을 상상의 이미지를 더해 이야기

의 실마리를 풀어 놓는다. 중편소설

고백 과 단편소설 바람새 , 당신의

노래 , 그대와 함께 탱고를 등이 담

겨졌으며, 현실의 삶을 돌아보고 그 여운을 느껴볼 수 있

는 경험을 제공한다. 청어. 1만3000원.

▶시나리오 넛셸 테크닉(질 체임벌

린 지음 양윤호, 이태리 옮김)=저자는

욕망설정, 결정적 전환점, 고난과 역

경, 결함, 위기 또는 대성취, 결정적

선택, 최종단계, 미덕에 이르는 8단계

를 도식화한 넛셸 테크닉 을 고안했

다. 책에선 1942년 흑백영화 카사블

랑카 부터 2013년 겨울왕국 까지 헐리우드에서 성공한

영화 30편을 분석했다. 제주 출신 양윤호 감독과 배우 출

신 이태리 감독이 공동번역에 나섰다. 상상. 2만2000원.

▶무엇을 위해 살죠?(박진영 지음)

=이 책은 가수이자 작곡가, 프로듀서,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박

진영의 성공과 실패의 인생 서사 속에

서 발견해낸 삶의 진실을 알아가는 여

정을 담았다. 삶의 진실에 대해 아는

법을 몰라 마음의 병 속에서 헤매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잡이가 돼 줄 책으로 평

가되고 있다. 은행나무. 1만5000원.

▶독립혁명가 김원봉(허영만 지음

그림)=의열단을 조직하고 조선의용대

를 창설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무

정부주의적 투쟁을 벌인 대표적인 독

립투사 김원봉의 삶이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 허영만에 의해 복원됐다. 일제

강점기 김원봉이 느꼈던 고뇌, 희망과

염원의 마음이 허영만의 호방한 화풍으로 생생하게 살아

나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

디언. 1만7000원.

▶건축 다시 읽기: 건축 이론 입문

(콜린 데이비스 지음 전병권, 임상훈

옮김)=이 책은 대중적인 문화에 대한

관점과 전문 이론의 경계를 드나들며

날카롭게 도시와 건축을 이해하고 해

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탁월한 아이

디어, 천재적인 건축가 그리고 그들만

큼 두드러지지 않지만 사실 훨씬 더 많은 우리 곁의 건축

가들이 이뤄내는 도시와 건축에 대해 충분한 깊이를 지

니면서도 쉬운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새터. 2만5000원.

▶세상의 소리(젬마 시르벤트 지

음 루시아 코보 그림)=그림에 소리가

있을까? 소리에 색깔이 있을까? 그리

고 향기에 모양이 있을까? 이 책은 현

실에서 닿을 수 없는 아름다움에 아이

들이 닿도록 선물한다. 아름다운 그림

을 보며 그 소리를 듣고, 거기서 오는

일렁임으로 그 향기와 다채로운 색을 상상하게 한다. 이

를 통해 그림책이 주는 진정한 선물이 무엇인지 강조한

다. 분홍고래. 1만6000원. 송은범기자

이 책

푸른 별빛 아래 감귤이 익어가고 있다. 강수진 작가가 그린 산문집 삽화

중 하나다.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1리의 어느 귤밭. 그곳에 시인의 아

버지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동네에서 귤나무를 가장 먼

저 심었다. 귤이 처음 열리던 해부터 과수원 안에 작은 돌

움막을 짓고 열매를 지켰다. 시인은 그때를 손톱으로 긁

으면 가난이 긁혀 나올 시절이었다 고 회상했다. 그 귤밭

을 일군 아버지는 지금 시인의 곁에 없다. 아버지는 귤 농

사로 얼었던 손에 상처와 흉터를 지닌 채 먼 길을 떠났다.

제주 강영란 시

인의 귤밭을 건너

온 사계 는 아버지

에 대한 기억으로

이 생애 꼭 해야

할 숙제 처럼 쓰여

졌다. 1998년 한라

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로 시

집 소가 혀로 풀을 감아 올릴 때

등을 냈고 서귀포문학상을 수상했

던 그가 처음 묶은 산문집이다.

산문집은 1월에서 12월까지 귤나

무의 한해살이를 풀어내고 있다. 영

농계획을 세우는 1월, 간벌작업에

나서는 2월을 지나 3월의 늦서리 피

해, 4월 새순과 귤꽃 솎기, 5월에 퍼지는 향수같은 귤꽃향,

6월의 생리 낙과, 7월 열매솎기와 귤굴나방, 8월 가문 날

의 귤밭, 9월 태풍치는 밭, 10월 극조생온주와 11월 조생

온주 수확, 12월 과실 저장 등에 얽힌 이야기로 이어진다.

일년 열두 달, 사시사철 귤밭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검

은 흙에서 갈색 가지와 초록 잎이 자라고 주황빛 과실이

맺혀가는 과정은 굴곡진 생을 닮았다. 시인은 한 해의 마

지막 12월에 주홍의 심장 이 누구에게 갈까라며 설렌다.

귤에 기대어 산다는 그의 글은 시적인 문장으로 채워졌

다. 간벌 에서는 그대와 나 사이 간격이 촘촘해지면/

까닭 없이 예민해지고/ 서러워지는 것// 그러니 아파도

잘라내는 것/ 당신의 공간을 인정하려/ 나를 베어내는

것 이라고 했다.

말미엔 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다. 귤나무 역

사, 탐라순력도 속의 제주 귤, 온주밀감의 효시, 귤밭 무

덤, 귤나무 민간요법 등을 실었다. 사이사이 강수진 작가

가 제주 풍광과 귤 농사의 순간들을 서정적 삽화로 그려

냈다. 시인동네. 1만3000원. 진선희기자

사람의 마음을 읽는 10가지 잉크 얼룩

데이미언 설스의 로르샤흐 평전

2013년 11월 8일, 구글의 기념 로

고엔 잉크 얼룩이 있었다. 그날은

헤르만 로르샤흐의 생일이었다.

잉크 얼룩을 클릭할 때마다 다른

모양으로 바뀌었다. 2008년,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는

자신을 로르샤흐 검사 같은 사

람 이라고 했다. 끝내는 저에게

서 실망스런 모습을 볼지라도, 국

민들은 무언가를 얻을 겁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앞으로 나아

갈 수 있는 유용한 사람이란 의미

였다.

로르샤흐 검사는 심리검사 도구

중 하나다. 1917년 젊은 정신과

의사 헤르만 로르샤흐가 스위스의

한 정신질환 보호시설에서 홀로

연구한 끝에 고안해낸 잉크 얼룩

그림 10개가 쓰인다.

미국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데

이미언 설스의 로르샤흐 는 로

르샤흐의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심리분석의 역사를 더해 세밀하

게 그려낸 평전이다. 사람의 마

음을 이해하는 데 활용되는 걸

넘어 광고, 영화, 패션, 대중문화,

예술계에 영감을 주고 있는 잉크

얼룩 검사에 얽힌 이야기를 담아

냈다.

애초에 로르샤흐는 잉크 얼룩을

심리검사로 생각하지 않았다. 어

떠한 평가나 제약도 없이 사람들

이 보는 방식을 살펴보는 조사로

여겼다. 그 이전에도 잉크 얼룩을

실험에 활용한 연구자들이 있었지

만 로르샤흐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보느냐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보느냐에 관심을 가졌다.

일반 내과의 청진기처럼 로르샤

흐 검사는 심리학계를 상징하지만

부침도 겪었다. 다른 심리검사에

비해 시행과 해석에 더 많은 시간

과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고,

잘못된 검사 해석으로 신뢰성이

공격을 받으면서 사용 빈도도 줄

고 있다.

로르샤흐가 수수께끼 같은 잉크

얼룩을 만들어낸 시대는 그림이

마음의 진실을 드러내고 우리 삶

의 가장 깊은 실재에 닿을 수 있

다고 믿었던 때였다. 로르샤흐 검

사에 가해진 그 모든 비평과 재해

석 과정을 거치면서도 잉크 얼룩

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것은 로르

샤흐 검사가 우리가 저마다 세상

을 이해하는 방식을 독특하게 보

여주는 창이기 때문일 게다. 김정

아 옮김. 갈마바람. 2만8000원.

진선희기자 [email protected]

숭고한 모성 신화 넘어선 새로운 어머니

재클린 로즈의 숭배와 혐오

왜 현대 사회에서 어머니는 정치

적 공적 삶에 참여하는 일이 이례

적인 것으로 여겨질까. 되레 어머

니는 본성에 맞게 집이나 지키라

는 훈계를 듣는다.

런던대 버벡 칼리지 인문학 교

수인 재클린 로즈의 숭배와 혐

오 는 어머니들은 완벽해야 하고,

그렇지 못하면 책임을 요구받는

모성 신화를 비판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 21세기까지, 공간적

으로는 유럽과 미국에서 남아프

리카공화국과 시리아까지, 장르

적으로는 그리스비극과 셰익스피

어의 극, 현대소설, 에세이, 영화

까지 아우르며 어머니 연구에 나

섰다.

그는 신자유주의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역할은 돌봄 제공자로 국

한될 경우에만, 그것도 체제를 유

지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에 지

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인정을 받

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매년 5만4000명 이상이 임신을

이유로 일자리를 잃고 있고 새로

어머니가 된 여성 중 77%가 일터

에서 차별과 모욕 등 부정적 대우

를 경험했다는 2015년 보고서를

그 증거로 덧붙였다.

이것은 무자비한 이윤 추구의

경향과 긴밀한 관련이 있지만 훨

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이 개

입되어 있다고 본다. 어머니는 한

때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

고 언젠가 사라지리라는 점을 환

기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의 모성에 대한 가학증과

혐오의 바탕에는 무력했던 자신의

의존적 시기에 대한 기억을 부정

하고 지우려는 무의식적인 두려움

과 공포가 자리한다고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 행정부의

잔혹한 이민정책에 항의했던 맘

스라이징 을 들며 새로운 차원의

어머니 되기를 제안한다. 숭고한

모성의 신화를 넘어서 모성을 자

기 아이 가 아닌 타인 의 행복을

바라는 일로 생각함으로써 확장된

차원에서 어머니 되기가 가능하다

고 했다. 그럴 수 있다면 우리 가

족 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필사적

으로 사수해야 하는 유일하게 중

요한 것이 아니게 된다. 김영아 옮

김. 창비. 1만8000원. 진선희기자

2020년 8월 21일 금요일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