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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5 2019년 9월 9일 월요일 | 제22270호 초강력 가을태풍 ‘링링’이 8일 한반도를 벗어나 소 멸했다. 당초 ‘링링’은 그 경로로 보아 큰 피해가 예상 됐다. 하지만 제주지역 피해는 우려했던 것보다 크 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는 충남 보령과 인천 등에서 3명이 숨 지고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제주지역에서는 별다른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다. 물론 적지 않은 재산피 해를 남기기는 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에 강풍이 제 주 전역을 휩쓴 것 등을 감안하면 피해 수준은 천운 이라 할 정도다. 피해가 작았던 것은 태풍이 집중적인 호우를 오래 동반하지 않아 ‘물난리’가 적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관(民官)이 총력을 다해 재난대비 태세를 갖춘 것 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링링이 제주에 닿기 이틀 전부 터 대응을 시작해 태풍이 접근하자 총 비상 태세를 유지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도 일찌감치 대책 본부를 가동하며 취약 지역과 시설물을 사전 점검 하고 읍·면·동 공무원들이 모두 비상체제를 유지했 다. 교육 당국도 신속하게 단축 수업을 결정했다. 또 매일 10차례 넘게 방송 등을 통해 태풍의 이동 경로와 재난대비 행동요령을 도민들에게 안내했고 긴급재난 문자도 수차례 발송했다. 덕분에 매번 반 복되던 어처구니없는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태풍이 통과하던 6일 밤 시내 곳곳에서 비바람 과 싸운 공무원이 많았다. 농어민들도 과수원에 방 풍막을 설치하고 비닐하우스를 동여매며 어선을 단 단히 묶어 두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대비를 했다. 하지만 ‘링링’의 강풍에 따른 피해 복구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번 태풍으로 1만5708가구(제주시 3106·서귀포시 1 만1602가구)에 정전이 발생하고 주택침수 2동과 건 물 외벽 타일·창문 파손, 공사장 가림막 전도 등 39 동(제주시 28동·서귀포시 11동) 등의 피해가 발생했 다. 또 2개 하우스시설 7098㎡가 무너지고 20곳 2㏊ 의 농경지가 유실되고 1172농가, 2013.3㏊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가뜩이나 가을장마로 걱정이던 농가들이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망연자실할 뿐이다. 추석을 앞두고 피해 농가 가슴이 숯이 되고 있을 것이다. 물에 잠긴 밭을 바라보는 농민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지 안타깝다. 태풍의 피해가 예상보다 작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행정시, 관계기 관과 함께 정확한 피해 조사에 나서고 신속한 지원 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 해 1000억원 가까운 혈세 투입으로 2년 전 출 발한 제주형 대중교통체계 개편. 쉽게 말해 버스 준 공영제. 그 운영 실태를 살펴본 결과 아니나 다를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속출했다. 이 모 습을 보려고 도민들의 주머니를 털었나 하는 의문 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도내 7개 버스 준공영업체에 대한 감사 결 과를 살펴보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미 도내 대 부분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그 유형은 천차 만별이다. 낯뜨거운 행태가 한둘이 아니다. 2017년 9월 준공영제 실시 이후 일부 버스운송 업체는 임원들의 인건비를 올리기 시작해 1년 만인 2018년 9월 33.3% 정도 관련 비용을 늘렸다. 문제 는 그 이후다. 제주도감사위는 제주도에 부당하게 지급된 인건비를 회수하라고 조치했지만 제주도는 업계의 지출 비용이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제주지역 버스업계가 그동안 흑자가 남아돌아 투자자 또는 주주들에게 이처럼 많은 배당을 했는지 따져야 한 다. 물론 제주도의 ‘난감한 상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말 그대로 ‘역사적 정책’으로 상징되는 버스 준공영제에서 이런 ‘배신의 상황’들이 속출해 의미 가 퇴색된 때문이다. 준공영제 이후 버스업계의 준법 불감증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지난 5월 버스 준공영제 선도 도시 인 서울시의 경우에서 이미 유사 사례가 대거 나왔 다. 당시 서울 시내버스 41개 업체의 2018년 감사보 고서를 분석한 결과 25개 업체가 197억원의 배당 금을 챙겼다. 재정 지원이 없었다면 대부분의 버스 회사가 배당은커녕 대규모 적자를 냈을 것인데도 소수의 주주가 억대의 배당금을 챙겼다. 버스 준공 영제의 ‘도덕적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이 같은 문제는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지 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견됐다. 그게 제주 에도 맞아떨어진 것이다. 연간 1000억원이 투입되는 준공영제 재정에 대 한 투명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제주도는 며칠 전 버 스업체와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개선책에 합의 했다. 그런데 이 행사는 감사위의 감사 결과 발표 직 전에 나온 ‘여론 전환용 쇼’로 오해받기 안성맞춤이 다. 제주도는 보조금이 적재적소에 지원되고 있는 지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업 체에는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버스 준공영제 에 투입되는 연간 1000억원에 재정은 제주도 공무 원들이 선물처럼 나눠 주는 돈이 아니라 도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피 같은 돈이다. 사설 태풍피해 줄여 준 民官의 ‘재난대비’ 업자의 돈 잔치에 들러리 선 버스 준공영제 인생사가 다 그렇듯이 가정도 마찬가 지다. 문제가 없는 가정은 없다고 한다. 겉 으로 보면 부럽기만 한 집도 들여다보 면 한두 가지 문제는 다 짊어지고 산다 는 얘기다. 실제 집집마다 대놓고 말을 못 해 그렇지 실은 부부 사이가 ‘따로따 로’ 상태이거나 부모와 혹은 형제 간 갈 등이 심각할 수도 있고 아들딸 자식 때 문에 속을 끓이는 일도 적지 않다. 다시 추석(13일)이다. 고향 집에 가족 들이 한데 모이고 평소 자주 왕래하지 않던 가까운 친척들도 명절 차례에 올 것이다. 만남이 반갑고 기쁜 가정도 있 지만 부담스럽고 불편한 집도 있다. 아들딸 낳고 살아보면 다 안다. 잔인 한 달은 4월이 아니라 무슨 무슨 날이 잔뜩 든 5월이고 추석 같은 명절이 더 이상 반갑지 않다는 것을. 솔직히 생각 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심지어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사람까지 있다. ▲이유는 많다. 차례 분담 문제에서 부터 시집·친정 방문과 선물 같은 경제 적 문제, 가사 분담, 종교 문제, 고부 간· 동서 간·형제 간 갈등까지. 걱정하던 일이 예외 없이 닥치면 “어 쩔 수 없다” 싶으면서도 화가 나는 게 사람이다. 명절 증후군이 이혼을 비롯 한 명절 후유증으로 치닫는 이유다. 실제 명절 직후엔 이혼소송이 급증한 다. 지난해 추석 다음 달인 10월 법원 통 계를 보면 이달에 협의 이혼 신청은 총 1 만2124건으로 9월(9056건)보다 33.9% 늘었다. 이혼 소송도 3374건으로 9월 (2519건)에 비해 27.6% 증가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명절이 이렇게 가 족 해체를 부르고 있으니 이건 무슨 장 난일까. 다툼의 발단은 종교나 유산 배분처 럼 심각한 것도 있지만 차례 준비를 놓 고 동서 혹은 시누이올케 간에 부엌일 을 누가 더하느냐 같은 작은 문제도 적 지 않다. ▲아내, 며느리만 머리가 아픈 게 아 니다. 이제는 명절 증후군은 남편, 미취 업자, 미혼자, 시아버지·어머니 등 가족 구성원 모두로 확산됐다. 남편은 과음보다 더 심한 ‘못난이 증 후군’에 시달린다. “내가 못 나 부모와 아내, 자식들을 잘 살피지 못 한다”는 자책감이다. 변변한 직장을 찾지 못 한 청년 백수 들은 얼굴이 노래진다. “언제 시집갈 거 냐”는 말이 듣기 싫은 딸이 ‘나 홀로’ 여 행을 떠나는 때도 명절이다. 부모라고 예외가 아니다. 형편이 넉넉 한 부모는 모르지만 그렇지 못 한 부모 는 자식들 눈치 보기 바쁘다. 같은 자식 이라도 처지가 다르면 부모는 행여 못 사는 자식 상처받을까, 모처럼 한 자리 에 같이한 형제끼리 다투진 않을까 좌 불안석이다. 온 가족 친척들이 둘러앉아 웃음꽃 을 피우는 모습은 TV 속의 얘기다. 사 이가 서먹서먹한 경우 차례만 지내면 일어나 각각 흩어진다. ▲설사 그렇다 해도 공소(空巢) 증후 군에 시달리는 부모는 자식들이 한데 모이는 추석을 손꼽아 기다린다. 등이 휘어지도록 키운 자식에게 짐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과 외면당하는 서 러움에 황혼 자살을 하지만 그래도 세 상을 떠나며 남기는 유서엔 자식 걱정 만 가득하다는 마당이다. 부모와 자식, 형제 간에도 크게 다르 지 않다. 말썽만 피우는 게 싫어 다신 안 보겠다고 했다가도 막상 얼굴을 대 하면 안쓰러워 외면하지 못 한다. 어려 울수록 필요한 게 가족이다. 세상 사람 모두 돌아서도 가족은 모 른 체할 수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이번 추석엔 달도 휘영청 밝을 것이 라 한다. 가족이 모이면 서로의 차이가 ‘틀림’이 아니라 ‘다름’임을 인정하고 상 대의 입장을 생각해 주는 배려의 한가 위가 됐으면 좋겠다.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정겨운 추석 이 되기를 빈다. 추석에 머리 아픈 사람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가 끝났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를 향한 야당의 거센 반발과 가 족들을 향한 검찰의 압박이 만만찮 다. 언론 역시 대선주자급 인사를 대 하듯 역대급 기사들을 쏟아냈다.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이나 의도적 가짜뉴스도 다수 있었다. 물 론 정정보도는 찾기 힘들다. 8일 구글에서는 약 3890만개가 검색된다. 0.11초당 1개씩 쏟아진다 는 얘기다. 검찰이 청문회 종료에 맞 춰 후보자 아내를 당사자 조사도 없 이 기소한 것을 두고도 내부에서 마 저 갑론을박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을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는 “촛불로 우리의 뜻을 명확히 하고도 3년째 ‘나라다운 나라’를 손에 쥐어 가는 기분이 조금도 안 드는 이유” 라는 글로 변화하지 않는 ‘검찰과 법 원’을 향해 일갈한다. 이 전 판사는 “검찰도 법원도 온 통 수뇌부와 조직 논리의 요청에만 민첩하게 조응하고 더 큰 공적 가치 가 뭔지 고민하지 않는 판검사들이 수두룩해졌다. 오늘날 공직 사회 전 반에 공통된 문제”라고 평가한다.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화두는 실 종됐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 사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은 한 발도 나아가지 못 하고 있다. 한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이 2기 개 각 발표 당시 핵심으로 내걸었던 사 법개혁, 검찰개혁이 좌초되는 건 아 닌가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있다해도 검찰 기소는 기 소대로, 검찰개혁은 개혁대로 가야 한다. 이제 언론도, 검찰도, 국회도 국민 들이 요구하는 ‘공적 가치’에 화답해 야 할 때다. 언론, 검찰, 국회 신뢰도 가 최하위라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이제 검찰개혁, 공적 가치 얘기하자 기자수첩 변경혜 | 정치부 부영주 칼럼 “아침” 주필/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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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52019년 9월 9일 월요일 | 제22270호

초강력 가을태풍 ‘링링’이 8일 한반도를 벗어나 소

멸했다. 당초 ‘링링’은 그 경로로 보아 큰 피해가 예상

됐다. 하지만 제주지역 피해는 우려했던 것보다 크

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는 충남 보령과 인천 등에서 3명이 숨

지고 부상자가 속출했지만 제주지역에서는 별다른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다. 물론 적지 않은 재산피

해를 남기기는 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에 강풍이 제

주 전역을 휩쓴 것 등을 감안하면 피해 수준은 천운

이라 할 정도다.

피해가 작았던 것은 태풍이 집중적인 호우를 오래

동반하지 않아 ‘물난리’가 적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민관(民官)이 총력을 다해 재난대비 태세를 갖춘 것

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링링이 제주에 닿기 이틀 전부

터 대응을 시작해 태풍이 접근하자 총 비상 태세를

유지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도 일찌감치 대책

본부를 가동하며 취약 지역과 시설물을 사전 점검

하고 읍·면·동 공무원들이 모두 비상체제를 유지했

다. 교육 당국도 신속하게 단축 수업을 결정했다.

또 매일 10차례 넘게 방송 등을 통해 태풍의 이동

경로와 재난대비 행동요령을 도민들에게 안내했고

긴급재난 문자도 수차례 발송했다. 덕분에 매번 반

복되던 어처구니없는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특히 태풍이 통과하던 6일 밤 시내 곳곳에서 비바람

과 싸운 공무원이 많았다. 농어민들도 과수원에 방

풍막을 설치하고 비닐하우스를 동여매며 어선을 단

단히 묶어 두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대비를 했다.

하지만 ‘링링’의 강풍에 따른 피해 복구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번 태풍으로 1만5708가구(제주시 3106·서귀포시 1

만1602가구)에 정전이 발생하고 주택침수 2동과 건

물 외벽 타일·창문 파손, 공사장 가림막 전도 등 39

동(제주시 28동·서귀포시 11동) 등의 피해가 발생했

다. 또 2개 하우스시설 7098㎡가 무너지고 20곳 2㏊

의 농경지가 유실되고 1172농가, 2013.3㏊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가뜩이나 가을장마로 걱정이던 농가들이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서 망연자실할 뿐이다. 추석을

앞두고 피해 농가 가슴이 숯이 되고 있을 것이다.

물에 잠긴 밭을 바라보는 농민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지 안타깝다.

태풍의 피해가 예상보다 작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다.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와 행정시, 관계기

관과 함께 정확한 피해 조사에 나서고 신속한 지원

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 해 1000억원 가까운 혈세 투입으로 2년 전 출

발한 제주형 대중교통체계 개편. 쉽게 말해 버스 준

공영제. 그 운영 실태를 살펴본 결과 아니나 다를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속출했다. 이 모

습을 보려고 도민들의 주머니를 털었나 하는 의문

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도내 7개 버스 준공영업체에 대한 감사 결

과를 살펴보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미 도내 대

부분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그 유형은 천차

만별이다. 낯뜨거운 행태가 한둘이 아니다.

2017년 9월 준공영제 실시 이후 일부 버스운송

업체는 임원들의 인건비를 올리기 시작해 1년 만인

2018년 9월 33.3% 정도 관련 비용을 늘렸다. 문제

는 그 이후다. 제주도감사위는 제주도에 부당하게

지급된 인건비를 회수하라고 조치했지만 제주도는

업계의 지출 비용이 투자자에 대한 배당금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제주지역

버스업계가 그동안 흑자가 남아돌아 투자자 또는

주주들에게 이처럼 많은 배당을 했는지 따져야 한

다. 물론 제주도의 ‘난감한 상황’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말 그대로 ‘역사적 정책’으로 상징되는 버스

준공영제에서 이런 ‘배신의 상황’들이 속출해 의미

가 퇴색된 때문이다.

준공영제 이후 버스업계의 준법 불감증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지난 5월 버스 준공영제 선도 도시

인 서울시의 경우에서 이미 유사 사례가 대거 나왔

다. 당시 서울 시내버스 41개 업체의 2018년 감사보

고서를 분석한 결과 25개 업체가 197억원의 배당

금을 챙겼다. 재정 지원이 없었다면 대부분의 버스

회사가 배당은커녕 대규모 적자를 냈을 것인데도

소수의 주주가 억대의 배당금을 챙겼다. 버스 준공

영제의 ‘도덕적 해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당시

이 같은 문제는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지

역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견됐다. 그게 제주

에도 맞아떨어진 것이다.

연간 1000억원이 투입되는 준공영제 재정에 대

한 투명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제주도는 며칠 전 버

스업체와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개선책에 합의

했다. 그런데 이 행사는 감사위의 감사 결과 발표 직

전에 나온 ‘여론 전환용 쇼’로 오해받기 안성맞춤이

다. 제주도는 보조금이 적재적소에 지원되고 있는

지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문제가 발생한 업

체에는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버스 준공영제

에 투입되는 연간 1000억원에 재정은 제주도 공무

원들이 선물처럼 나눠 주는 돈이 아니라 도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피 같은 돈이다.

사설

태풍피해 줄여 준 民官의 ‘재난대비’

업자의 돈 잔치에 들러리 선 버스 준공영제

인생사가 다 그렇듯이 가정도 마찬가

지다.

문제가 없는 가정은 없다고 한다. 겉

으로 보면 부럽기만 한 집도 들여다보

면 한두 가지 문제는 다 짊어지고 산다

는 얘기다. 실제 집집마다 대놓고 말을

못 해 그렇지 실은 부부 사이가 ‘따로따

로’ 상태이거나 부모와 혹은 형제 간 갈

등이 심각할 수도 있고 아들딸 자식 때

문에 속을 끓이는 일도 적지 않다.

다시 추석(13일)이다. 고향 집에 가족

들이 한데 모이고 평소 자주 왕래하지

않던 가까운 친척들도 명절 차례에 올

것이다. 만남이 반갑고 기쁜 가정도 있

지만 부담스럽고 불편한 집도 있다.

아들딸 낳고 살아보면 다 안다. 잔인

한 달은 4월이 아니라 무슨 무슨 날이

잔뜩 든 5월이고 추석 같은 명절이 더

이상 반갑지 않다는 것을. 솔직히 생각

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심지어 소화가

잘 안 된다는 사람까지 있다.

▲이유는 많다. 차례 분담 문제에서

부터 시집·친정 방문과 선물 같은 경제

적 문제, 가사 분담, 종교 문제, 고부 간·

동서 간·형제 간 갈등까지.

걱정하던 일이 예외 없이 닥치면 “어

쩔 수 없다” 싶으면서도 화가 나는 게

사람이다. 명절 증후군이 이혼을 비롯

한 명절 후유증으로 치닫는 이유다.

실제 명절 직후엔 이혼소송이 급증한

다. 지난해 추석 다음 달인 10월 법원 통

계를 보면 이달에 협의 이혼 신청은 총 1

만2124건으로 9월(9056건)보다 33.9%

늘었다. 이혼 소송도 3374건으로 9월

(2519건)에 비해 27.6% 증가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명절이 이렇게 가

족 해체를 부르고 있으니 이건 무슨 장

난일까.

다툼의 발단은 종교나 유산 배분처

럼 심각한 것도 있지만 차례 준비를 놓

고 동서 혹은 시누이올케 간에 부엌일

을 누가 더하느냐 같은 작은 문제도 적

지 않다.

▲아내, 며느리만 머리가 아픈 게 아

니다. 이제는 명절 증후군은 남편, 미취

업자, 미혼자, 시아버지·어머니 등 가족

구성원 모두로 확산됐다.

남편은 과음보다 더 심한 ‘못난이 증

후군’에 시달린다.

“내가 못 나 부모와 아내, 자식들을

잘 살피지 못 한다”는 자책감이다.

변변한 직장을 찾지 못 한 청년 백수

들은 얼굴이 노래진다. “언제 시집갈 거

냐”는 말이 듣기 싫은 딸이 ‘나 홀로’ 여

행을 떠나는 때도 명절이다.

부모라고 예외가 아니다. 형편이 넉넉

한 부모는 모르지만 그렇지 못 한 부모

는 자식들 눈치 보기 바쁘다. 같은 자식

이라도 처지가 다르면 부모는 행여 못

사는 자식 상처받을까, 모처럼 한 자리

에 같이한 형제끼리 다투진 않을까 좌

불안석이다.

온 가족 친척들이 둘러앉아 웃음꽃

을 피우는 모습은 TV 속의 얘기다. 사

이가 서먹서먹한 경우 차례만 지내면

일어나 각각 흩어진다.

▲설사 그렇다 해도 공소(空巢) 증후

군에 시달리는 부모는 자식들이 한데

모이는 추석을 손꼽아 기다린다.

등이 휘어지도록 키운 자식에게 짐이

될지 모른다는 걱정과 외면당하는 서

러움에 황혼 자살을 하지만 그래도 세

상을 떠나며 남기는 유서엔 자식 걱정

만 가득하다는 마당이다.

부모와 자식, 형제 간에도 크게 다르

지 않다. 말썽만 피우는 게 싫어 다신

안 보겠다고 했다가도 막상 얼굴을 대

하면 안쓰러워 외면하지 못 한다. 어려

울수록 필요한 게 가족이다.

세상 사람 모두 돌아서도 가족은 모

른 체할 수 없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이번 추석엔 달도 휘영청 밝을 것이

라 한다. 가족이 모이면 서로의 차이가

‘틀림’이 아니라 ‘다름’임을 인정하고 상

대의 입장을 생각해 주는 배려의 한가

위가 됐으면 좋겠다.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정겨운 추석

이 되기를 빈다.

추석에 머리 아픈 사람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가 끝났지만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를 향한 야당의 거센 반발과 가

족들을 향한 검찰의 압박이 만만찮

다. 언론 역시 대선주자급 인사를 대

하듯 역대급 기사들을 쏟아냈다.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 통신’이나

의도적 가짜뉴스도 다수 있었다. 물

론 정정보도는 찾기 힘들다.

8일 구글에서는 약 3890만개가

검색된다. 0.11초당 1개씩 쏟아진다

는 얘기다. 검찰이 청문회 종료에 맞

춰 후보자 아내를 당사자 조사도 없

이 기소한 것을 두고도 내부에서 마

저 갑론을박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을 세상에 알린 이탄희 전 판사는

“촛불로 우리의 뜻을 명확히 하고도

3년째 ‘나라다운 나라’를 손에 쥐어

가는 기분이 조금도 안 드는 이유”

라는 글로 변화하지 않는 ‘검찰과 법

원’을 향해 일갈한다.

이 전 판사는 “검찰도 법원도 온

통 수뇌부와 조직 논리의 요청에만

민첩하게 조응하고 더 큰 공적 가치

가 뭔지 고민하지 않는 판검사들이

수두룩해졌다. 오늘날 공직 사회 전

반에 공통된 문제”라고 평가한다.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화두는 실

종됐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

사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은 한 발도

나아가지 못 하고 있다.

한 달 전 문재인 대통령이 2기 개

각 발표 당시 핵심으로 내걸었던 사

법개혁, 검찰개혁이 좌초되는 건 아

닌가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논란이 있다해도 검찰 기소는 기

소대로, 검찰개혁은 개혁대로 가야

한다.

이제 언론도, 검찰도, 국회도 국민

들이 요구하는 ‘공적 가치’에 화답해

야 할 때다. 언론, 검찰, 국회 신뢰도

가 최하위라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이제 검찰개혁, 공적 가치 얘기하자

기자수첩

변경혜 | 정치부

부영주 칼럼 “아침”

주필/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