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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018 MAR VOL.247 06 특별기획 역량, 세상을 살아가는 힘 14 학교탐방 서울우솔초등학교의 교원학습공동체 18 학부모들의 수다 조기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생각 34 사진으로 보는 서울교육 서울북성초등학교 입학식 현장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역량교육 미래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색깔의 꿈과 끼로 빛나는 서울우솔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처럼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각자가 가진 색을 발산하며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역량교육이 아닐까요? <지금 서울교육> 3월호에 역량과 우리 교육의 이야기를 알차게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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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18 MARVOL.247

06특별기획

역량, 세상을 살아가는 힘

14학교탐방

서울우솔초등학교의

교원학습공동체

18학부모들의 수다

조기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생각

34사진으로 보는 서울교육

서울북성초등학교 입학식 현장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역량교육

미래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이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 많은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색깔의 꿈과 끼로 빛나는

서울우솔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처럼 다양한 삶의 영역에서

각자가 가진 색을 발산하며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역량교육이

아닐까요? <지금 서울교육>

3월호에 역량과 우리 교육의

이야기를 알차게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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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47

특별기획

역량,

세상을 살아가는 힘

지금 서울교육 2018년 3월호

발행인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

발행처 서울특별시교육청 대변인

편집자 이상수, 손성조, 오지연,

주윤숙, 홍숙정, 권미숙,

정지숙, 조건수, 방대곤,

윤상혁, 이정숙, 양지선,

김민우, 이종은, 박형준,

임선일, 안영신, 김지영,

전은영, 심수현, 최선미,

오순희, 이수미

주소 03178 서울시 종로구 송월길 48

(신문로2가 2-77)

전화 02-3999-124

팩스 02-3999-774

제작 (주)아이퍼블릭스

02-3446-7279

인쇄 (사)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02-2265-4600

* 서울시교육청 월간소식지

<지금 서울교육>은

www.nowseouledu.com에서

웹진으로, enews.sen.go.kr에서는

웹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본지에 수록된 외부 필자의 원고는

서울시교육청의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본지 오른쪽 지면 상단에는

시각장애인도 읽을 수 있는 보이스아이

코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본지는 비매품입니다.

02 학교이야기 ➊

우리들의 봄은

이렇게 시작된다

학교이야기 ➋

명예퇴직 하시는 K형(兄)께

04 지금 우리교육

관계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의 변화 방향

14 학교탐방 ➊

서울우솔초등학교의 교원학습공동체

16 학교탐방 ➋

여의도여자고등학교의 학생자치활동

18 학부모들의 수다

조기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생각

22 서울로드

친구, 가족과 함께 떠나는

서울시 과학 여행

26 윤근혁의 교육현장

마을교과서를 만들며 깊어진 마을 사랑

28 포커스 서울교육

다문화교육지원센터

30 함께 읽는 책

유성상, <배움의 조건>

32 영화 속 교육

미국 영화 <어메이징 메리>

34 사진으로 보는 서울교육

새봄을 가득 채운 설렘

36 SEN News

38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

40 서울교육 & 팁

아이의 책임감을 키우는 어른의 행동

41 교육칼럼

‘나는 모르겠어’, 무지의 역량

42 독자의 소리

06인공지능의 시대, 학교교육의 길을 묻다

위기는 인공지능에서 오지 않는다

08역량이란 무엇인가?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역량

자기관리 역량, 지식정보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된 6가지

핵심역량입니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은 무엇이며, 어떻게

함양할 수 있을지 많은 논의와 고민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과연 ‘역량’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역량 중심의 교육과정이 이전과 어떻게 다른지, 지금

우리의 교육은 학생들이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짚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지금

서울교육>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섭니다.

‘역량’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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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안 갈래~ 집에 가! 으앙~” 아침부터 울음소리가 진동한다. 작은 몸에서 어쩜 이렇게 강렬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올 수 있는지, 어쩜 이렇게 강력한 버둥거림을 할 수 있는지…. 유치원의 현관은 아이들의 눈물과 콧물, 부모님들의 불

안, 그런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안심시키고 이해하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다.

겨우겨우 달래서 교실로 들어가면 교실 안은 그야말로 총천연 빛깔의 개성들이 넘쳐난다. 엄마가 보고 싶다고 다시 한번

우렁차게 우는 아이, 교실이 운동장인 양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이, 선생님을 경계하며 째려보는 아이, 놀잇감을 들고 정신

없이 놀이하는 아이, 그냥 하릴없이 둘러보는 아이. 그중에서도 “응!” , “아니!” , “싫어!”라며 일관성 있게 반말하는 아이.

처음 유치원 교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3월은 정말 감당하기 힘든 달이었다. 유치원이 낯설어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품어주

기도 해야 하지만, 책상 위에 올라가 앉고, 바닥에 누워 굴러다니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르침도 주어야 했다.

몇 해 전 만 3세 학급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우유 간식을 먹는데, 유난히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나를 쳐다보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에게 다가가 웃으며 이름을 불러주었더니, 아이가 하는 말. “난 선생님 웃는 거 너무 보

기 싫어!!” 순간 말문이 막히고 표정이 턱부터 굳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차분히 아이의 눈을 다시 한

번 보니, 그 아이의 말은 진심이었다. 이 말을 들리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너무나 속상하고, 하루하루 일분일초를 정성 들

여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의 기운을 남김없이 빼놓았을 것이다.

초임 시절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를 만났다면 ‘흥칫뿡’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는 보인다. 그 말 속에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막연한 불안함과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음을, 두려운 만큼 호기심이 있음을. 그리고 이제는 안다. ‘너와

선생님은 정말 꿍짝이 잘 맞겠구나!!’

경력이 쌓여가면서 더더욱 느낀다. 3월의 중요성을. 3월은 따뜻하기도 하고, 춥기도 한 초봄의 날씨처럼 반가움과 설렘이

있지만, 그만큼의 두려움과 긴장감이 함께하는 달이다. 이 시기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서 우리 반 아이들과의 일

년, 학부모님들과의 일 년, 교사로서 나의 일 년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와 떨어뜨린 나쁜 사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아이들에게 있는 소리 없는 소리 다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

의 눈이 동글동글해진다. 울음소리는 점점 웃음소리로 바뀌고 “응” , “싫어” 하던 아이들도 “네” , “좋

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여유를 찾아간다. 이렇게 봄여름가을겨울, 소소한 일상을 함께 보

내고 나면, 떠올리면 웃음이 나고 돌아보면 행복했던 ‘우리 반만의 추억’이 만개할 것이

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성장해나갈 것이다.

어김없이 찾아온 2018년의 3월도 유치원의 현관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하지

만 이미 알고 있다. 이 현관은 곧 선생님과 아이들, 학부모님들이 만나는 반가운

만남의 장소가 될 것이고, 선생님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우리 선생님’이 되리라

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울부짖었던 아이들의 절절함은 훗날 즐거운 추억담이

될 것이고, 부모님들의 걱정스러움은 다행스러움으로 바뀌어 있으리라는 것을.

또한 이 모든 시간이 훗날 보람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마음에 자리하리라는 것을.

자, 다시 시작이다. 이번에는 어떤 개성 넘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될까. 어떤 모습이

든, 어떻게 말하든, 나는 아이들에게 웃으며 말한다. “어서 와 반가워. 선생님이 기다

리고 있었어!” 우리들의 봄은 이렇게 시작된다.

학교이야기

아니 벌써? 왜, 힘드셔서 그만두시나요? 갑자기 명퇴를 신청하고 교단을 떠나시다니요. 아직 4년 정도

는 남았잖아요. 따뜻한 봄이 오면 밖에 나가서 옛날처럼 고기 구워 먹으며 정담을 나누자고 해

놓고, 의리 없이 혼자 그만두신다니 좀 그렇습니다. 새 학교로 가시자마자 나이 60이 다 되

어 담임을 맡았다고 하셨을 때만 해도 정년까지는 꿋꿋하게 가실 줄 알았는데….

혹시, 아이들한테 인기도 없고, 눈은 침침하고, 말은 어눌해지고, 수업시간에는 엎드

려 잠자는 아이들만 있고, 게다가 나이 먹고 업무 능력이 떨어져 학년 초 소위 ‘폭탄’

이 되어 슬프게도 발붙일 부서가 한 군데도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요?

형을 만난 게 첫 학교에서 근무한 지 3년 차 즈음인 것 같은데…. 그때 형은 중학교

에서 근무하다 고등학교로 올라왔을 때죠. 특유의 굵은 갈색 안경테가 학구적으

로 보이는 데다 가끔은 너그러움과 느긋함이 묻어나는 말투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점

점 마음속 고민도 함께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20대 말 30대 초반을 보냈었죠. 겨울방학

때 보충수업 끝나자마자 둘이서 대청봉에 올라 하룻밤을 보냈던 30년 전 기억이 새롭습니

다. 매서운 칼바람에 석유 버너에 불을 붙여 눈을 녹여 밥을 해 먹으면서도 형은 투덜거리지 않

으셨죠. “원해서 온 건데” 하면서. 그런데 지금에서야 말이지만 항상 교과서적인 형의 모습이 어떤 때

는 몹시 답답하고 고지식해 보였습니다. 가끔은 융통성 있고 자유인 같아 보이면서도 자기만의 생각에 잡혀 있는 듯 옹고

집도 있어 저와 다툰 적도 꽤 있었죠.

형! 기억나나요? 80년대 말 ‘참교육’의 뜨거움이 한창일 때 형은 단식까지 해가며 끝까지 버티다가…. 저는 그것도 답답했

습니다. 적당히 타협도 하시지…. 앞날이 구만리인데 먹고는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같은 동네에 살면서 충고도 여러 번

했었잖아요. 그만 싸우고 학교로 돌아오라고. 거두절미하고, 그동안 학교 현장은 많이 바뀌고 변화했나요? 형은 그래도

이만큼 오지 않았냐고 하실 것 같은데, 저도 일부 인정은 합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요즘 학교도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아침에 출근해 쌓인 공문 수십 개를 분류하고, 결재하고, 이리저리 뛰

어다니다 보면 하루가 다 지나갑니다. 수업하시는 선생님들이야 오죽하실까요. 담임이나 업무 배정, 전보발령이 이루어지

는 학년 초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교무실 정신을 빼놓습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요즘은 가끔 옛날 생각이 납니다. 때로는

게으르기도 했지만 교실에서는 그래도 나름대로 아이들한테 ‘대접’받던 시절. 힘들더라도 서로 도와가며 초과수당도 없던

학교 일들을 자기 일처럼 재미있게 하던 동료 선생님들, 못다 이룬 사랑의 아픔을 밤새 술로 함께 달래주던 선생님들, 선

생 같던 선생님들과 그런 분위기가 불현듯 그립습니다.

아, 그리고 형! 막상 교직을 떠나신다고 하니 제가 학교를 떠나 교육청으로 옮겼을 때 일부러 전화를 걸어 격려해주셨던 게

생각납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솔직히 승진과는 거리가 멀었던 형에게 제가 속물적으로 보이지나 않을까 신경이 쓰였거

든요. 하지만 “강 선생은 잘할 거야”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고달픈 시간에 큰 힘이 됐습니다.

형! 이제 따뜻한 봄이 오면 옛날처럼 촌스럽게 밖에서 고기 구워 먹지 말고 럭셔리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에 와인 한 잔

대접할게요. 앞으로는 우리도 요즘 신세대 선생님들처럼 세련된 만남을 가집시다. 그동안 겪었던 ‘교육’에 대해 못다 한 고

민과 쏟았던 땀을 되새기면서….

명예퇴직 후의 장도(壯途)에 이제는 제가 축하와 격려를 보내드립니다. K형 파이팅!

명예퇴직 하시는

K형(兄)께글.

강원희 교감선생님(여의도고등학교)

우리들의

봄은 이렇게

시작된다글.

이수정 선생님(서울장곡초등학교병설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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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인화(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지금 우리교육

교육은 미래를 향한 기획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고 인재를 길러내는 공동체의 기획이다. 그 기획이 힘을 갖기 위해서는 ‘진전된

변화’와 ‘현재와 연속성’이라는, 어쩌면 모순된다고 여겨지는 두 가지 조건을 함께 만족시켜야 한다.

바로 여기에서 교육 논의의 어려움이 시작된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해 현재의 사회 구조뿐만 아니라 지식의 체계와 위

계 역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우리가 선호하는 직업이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고, 과거 학교에

서 금과옥조로 가르치던 지식이 쓸모없어지리라는 예측은 이제 익숙한 담론이 됐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새삼 깊어지는 이 시점에서, 교육은 우리 아이들

이 미래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하게 활용될 수 있는 능력이 무엇이고, 그것

을 어떻게 길러내야 하는지에 대해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하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힘

인공지능 기술이 고도화되는 지능 정보화 사회에서는 단순 기능의 숙련자나 단편적 지식의 집적 능

력이 탁월한 사람보다는 창발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요청된다. 역량은 이러한 사회

관계역량, 미래를 살아갈 힘

관계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의 변화 방향

기술 발달에 따른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역량 중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바로 ‘관계역량’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핵심역량

중 하나인 공동체 역량 역시 이 관계역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관계역량

함양을 위해 우리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변화에 대응하는 개인의 능력과 관련된 개념이다. 다양한

요소가 총체적으로 결합해 구성되는 역량은 복합적인 맥락

속에서 실제적인 수행을 통해 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

래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과 맞닿는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많은 역량 중 현재 한국 사회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교육적 대응을 해야 할 역량 중 하나는 ‘관계

역량’이다. 관계역량은 공동체 구성원들과 원활하게 의사

소통하고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나 영국과 비교하면 한국 학생들의 시민

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과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혼자서 수

행하는 업무를 잘하는 사람보다는 협업에 능숙한 사람에

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은 한국 학생들이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인다는 사실에 가려져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

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고도의 기술 발달이 이루어질 미

래 사회에는 심층적 의미 파악 능력이나 컴퓨팅 사고력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의 집단 구성과 협업 능력’에 대한 사

회적 요구까지도 증대할 것이라는 예측은, 한국 사회에서

학생들의 관계역량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방증한다.

협력적 의사소통이 관계역량을 키운다

관계역량 교육과 관련한 여러 가지 모색은 이전부터 꾸준히

있었으나 그 본격적인 교육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시행

을 통해 중요한 계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5 개

정 교육과정에서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길러야 할 역량

을 선별해 교육과정 총론에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

자기관리 역량, 정보 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 감

성 역량 등 6개의 핵심역량을 제시했다. 그중 공동체 역량

은 ‘지역·국가·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가치와

태도를 가지고 공동체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역량’

인 바, 관계역량과 친연성이 가장 높다. 많은 교과에서 공

동체 역량에 해당하는 교과역량을 설정한 만큼 교과교육

을 통해서 관계역량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

되나, 현재는 교육과정 시행 초기인 만큼 보다 구체적인 교

육의 내용과 방법이 구안될 필요가 있다.

역량은 맥락 속에서 수행을 통해 학습, 발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때문에 관계역량을 발휘하고 조정해볼

수 있는 학습 상황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관계역량은 공동

체 구성원들과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의미

하는데, 그 문제해결의 과정은 원활한 의사소통에서부터

시작한다. 따라서 관계역량의 습득과 발달을 위해 학생과

학생 간 의사소통, 학생과 교사 간 의사소통, 학생과 여러

층위의 사회(지역, 국가, 국제 등) 간에 이루어지는 협력적

의사소통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모색해볼 만하다.

먼저, 관계역량의 하위 요소들을 추출·개발해 교육과정 성

취기준과의 매핑(mapping)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관계역량과 교과 성취기준 간 관련성이 높은 경우와 낮은

경우를 구분해 교육내용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지,

교육방법화해 시도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각각의 경

우에 따라 관계역량과 연관성이 큰 성취기준과 교육내용을

발굴하고 교육 방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 구성원과의 협력적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

해보는 경험을 확보하기 위해 교실수업에서도 실제적 과제

를 제공해 관계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학습 환경을 조성하

는 일도 중요하다. 의사소통 역량과 공동체 역량 신장을 위

한 수업과 평가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식, 기능, 태

도의 통합적 운영과 투입을 요구하는 구체적이고도 복합적

인 과제를 통한 수업과 평가가 학생들의 역량 함양에 적합

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역량 역시 수업과 평가 과정에서

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 간 의사소통과 협업이 필요

한 상황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거나 수업과 평가 내용이 여러

교과와 연관성을 지니도록 학교 교육과정과 연결 지음으로

써 맥락성을 확충하는 일이 중요하다. 학급 내 의사결정 사

안이나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당사자가 누

구인지 알아보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해보는 과정은 자신

을 둘러싼 관계들을 경험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

써 관계역량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학교교육 내에서의 정교한 설계를 통해 관계역량 증진을 위

한 수업과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 학교 밖의

삶에서도 타자 및 사회와 유연한 관계를 맺으며 자신이 키

운 역량을 활용케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학교교육이 지역

사회와의 인적, 물적 연계를 강화한다면 협력적 의사소통

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학생들의 삶과 더욱

밀착된 관계역량 함양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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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인공지능에서 오지 않는다

불과몇년전까지만해도인공지능은일반인들이쉽게상상할수없는영역이었다.

하지만최근이를활용한사례들을접하며우리는기술과사회가변하는속도를체감하고있다.

머지않아인공지능이몰고올변화의물결을정확히예측하는것은불가능하겠지만,

그저불안에떨고있을것인지,침착하게대응할것인지는스스로결정할수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육체노동뿐 아니라 정신노동까지도 대신하게 된다는 예측은 사람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주

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시되는 것 중 하나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거나 잘하지 못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다. 인

공지능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당분간은 창조적인 일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창조성은 실험의 위험성

을 이겨내는 개인적, 사회적 용기와 그것이 실천될 수 있는 자유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막연히 실험해보라고 권하는 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셈이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제시해야 한다. 나는 예술가의 삶에서 단서를 찾는다. 예술가의 작업 방식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예술가는 남

들이 만들어내지 못한 새롭고 미적인 것을 만들고 싶어 한다. 아류나 표절 혐의는 스스로 예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서 기존의 것들을 조사해야 한다. 예술가의 작업은 완전히 새로운 필요에서 지식을 얻도록 추동하며, 학습할 지식의

성격도 바꾼다. 전통적으로 고수하던 교습 내용이 전혀 새로운 맥락에서 학습자 중심으로 재편된다. 모두 조사한 다

음에 예술가는 직접 실행해봐야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실행 속에서 자신의 작업을 위해 필요한 기능을 습득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지식과 기능은 작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통합된다.

모두가 예술가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나는 단지 창조 행위로서의 창

작이 학습의 핵심 활동으로 여겨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창조성은

이런 식으로만 길러질 수 있다. 각 개인이 창작자 또는 메이커가 되어

보는 경험을 최대한 많이 해봐야 한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이런 경험

을 할 기회가 많을수록 좋다. 거창한 얘기가 아니다. 남들이 여태껏

하지 않았던 것을 해내는 걸 학습의 최우선 목표와 최고 방책으로 삼

자는 것이다. 내 제안은 교육 과정에서 학습자에게 그런 과제를 던지

고 도와주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도움이 필수적이겠지만,

도움을 주는 방식은 더 정밀해져서 학습자 맞춤형이 되어야 한다. 교

사 자신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개인에게도 모둠에게도 ‘너만의 새롭고 독창적인 걸 만들어보라’는 과

제를 부여해야 한다. 이런 과제를 반복해서 해결하다 보면 사람이 바

뀌게 마련이다. 성장하게 되고, 자기 보정이 일어난다. 학습과 교육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세분해서 가르쳤던 교육 내용과 교육

과정은 해체되어 재편되어야만 한다.

앞으로 어떤 직종이 주목받게 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삶을 살아가면서 한 사람이 여러

직종을 거쳐 가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 되리라 전망된다. 그

때마다 매번 새롭게 배우고 익혀야 한다. 아니, 이제 학습은 삶의 일

상이 되어야 한다. 젊은 세대일수록 새로 배우는 법을 배워야 하고,

새로운 상황에 혼자서도 대처하는 법을 학습해야 한다. 한마디로 창

조적 인간이 되어야 한다.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

나는 학교 현장이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다. 내 아이들이 놓

인 학습 환경을 봐도 얼마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교육

이 20세기의 전형적 방식에서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1

인의 교사가 다수 학생을 지도하는 방식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는 현

실론도 수긍이 가지만, 다수의 교사가 1인의 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나의 제안은 너무 파격적이어서 실행하기 어렵다는 반론에 부딪히기

십상이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나의 제안은 이상적이지 않고 오

히려 훨씬 더 현실적이다. 교육이 형식적 행위가 아닐진대, 실효적 결

과를 낳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근본에서 묻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과거 교육 방식이 근본적 한계를 만났다는 점을 이 땅의 모든 교육자

에게 확인시키고 싶다.

나는 앞에서 교사 자신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인성을 키워

주고 학생을 보살피는 교사의 임무는 변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식

과 기능을 배양한다는 또 다른 임무와 관련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하

다. 재교육을 바라는 교사가 많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교사의 재교

육 프로그램도 사회적인 수준에서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사실 교

사 자신도 지속해서 학

습해야 한다는 새 시대

의 조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새로 교사

가 되는 젊은 교사보다 오래 교직에 종사한

숙련된 교사들에게 더 부담스러운 문제로 다

가올 것이다. 학습자 맞춤형 교육에서는 학

생 한 명이 여러 명의 교사를 필요로 할 것이

다. 나는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

는 현실에서 오히려 단서를 본다. 교사 한 명

당 학생 수는 자연스레 줄어들 것이고, 이 과

정에서 학생이 여러 교사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는 체계를 점진적으로 구축해나가야 할 것

이다. 교사들은 학생을 중심으로 협업 체제

를 구축해야 하리라.

학생 평가 시스템도 완전히 새로워져야 한

다. 기존의 평가 시스템이 대학입시에 종속

되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무리 새

로운 교육 내용과 방안이 제시되어도 이내

입시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곤 했던 것이

다. 한국 내에서 벌어지는 상대평가로서의

대학입시는 세계 속에서 벌어지는 절대평가

의 압력을 배겨낼 수 없다. 이제는 입시라는

좁은 우물에서 벗어나 새 시대에 맞는 개개인

의 능력 배양 방안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

래야만 창조적 인간 기르기라는 구체적 목표

가 실현될 여지가 생긴다. 평가 시스템이 바

뀌는 것은 입시 같은 외부 요인에 좌우되지

않으면서 실효적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필

수조건이기도 하지만, 학습자 개인 수준에서

건 우리 사회 전체의 수준에서건 사활이 달

린 문제이기도 하다.

기성세대는 대학을 포함한 학교의 역할을 근

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창조 행위로서의

창작이 학습의 핵심 활동이 될 수 있도록 학

교의 시간과 공간이 재구조화되어야 한다.

위기는 인공지능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타

성과 고착이 바로 위기의 본질이다. 한국 사

회는 혁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01특 별 기 획

역 량,

세 상 을

살 아 가 는 힘

글.

김재인(철학박사,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을 다시 묻다> 저자)

인공지능의 시대,

학교교육의 길을 묻다

Page 6: 06 14 18 34 - sen.go.kr

98

역량의 개념과 정의

변춘희. 지난해 초등학교 1, 2학년에 이어 올해부터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도 2015 개

정 교육과정이 적용됩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이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

는데요. 과연 ‘역량’이란 무엇인지, 역량을 중시하는 교육과정은 이전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지

금의 평가시스템은 학생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지, 학교와 사회는 학생들이 역량을 발

현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세 분의 전문가를 모시고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먼

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찬승. 저는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이라는 공익 단체에서 교육정책에 대한 담론을 다루는 일

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역량과 관련해 칼럼도 쓰고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현광일. <발달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썼고, 새로운 학교 네트워크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비고츠키와 관련해 역량과 발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한희정.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학교현장에서 역량교육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이야기하

겠습니다.

이찬승. 2015 개정 교육과정은 6가지 핵심역량을 총론에 명시하고 교과 교육과정에 연계시

켜 가르치도록 하고 있어요. 이런 변화는 21세기 초부터 시작된 미국의 역량연구 연합체의 역

량교육 운동과 OECD의 핵심역량 정의와 선정에 관한 DeSeCo 연구 및 세계적인 역량교육

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세계적으로도 초중등 교육에서의 역량교육에 대한

역량이란 무엇인가?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역량

2015개정교육과정이지난해

초등학교에이어올해부터는

중학교와고등학교까지본격적으로

적용된다.2015개정교육과정의

키워드는‘역량’이다.미래

사회가요구하는인재육성과

학생개개인에게맞는꿈과

끼를키우는것이그핵심이다.

그렇다면역량이란과연무엇인가?

교육전문가와교사가모여역량을

주제로열띤토론을펼친좌담회

현장을담았다.

연구와 실천은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량에 대한 정의도 직

업 세계에서 필요로 하는 훈련된 수행능력과 기능이라는 좁은 의미

부터 지식, 이해, 기능, 능력과 태도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까지 다

양해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역량 함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역량에 대한 정의의 ‘모호함’을 극복해야 해요. 역량의 정의가 모호하

면 이로부터 핵심 성취목표를 도출하고 이와 연계해 평가 및 수행 과

제를 설계하는 것이 어렵죠. 핵심역량을 제대로 정의, 도출하는 것이

역량교육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일입니다.

현광일. 저도 역량이라는 말이 처음 나왔을 때 이 용어가 갖는 위험

성에 대해 얘기했어요. 제가 2015년 <경쟁을 넘어 발달 교육으로>를

펴낼 때만 해도 역량이라는 말을 안 쓰고 아이들의 성장발달을 얘기

할 수 있다고 호기롭게 썼는데, 최근 자유학기제를 보니 역량이라는

말이 이미 학교에 다 퍼졌다고 느꼈어요. 역량은 지식 위주 주입식 교

육에 대한 하나의 비판적 대안으로 등장하면서 확 퍼졌어요. 학교현

장에서 빠르게 역량이 퍼지게 된 것도 주입식 교육과는 다르다고 이

해했기 때문이죠.

한희정. 역량이라는 개

념이 인간을 기능적이고

도구적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거리를 두는 게

당연하지만, 한국 교육의 현실 때문에 참교

육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차용해

서 썼어요. 2001년 참교육실천대회에서 ‘학

력을 넘어 역량으로’라는 발제에서 OECD에

서 다룬 역량이라는 개념을 지식으로는 알지

만 실제로 적용하지 못하는 우리 교육에 대

한 대안 담론으로 처음 말했어요. 이후 교육

과정평가원에서 역량 중심의 교육에 대한 연

구와 방안을 내놓아 읽었지만, 내용이 없다

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

육의 지식편식 현상에 대한 대안으로 역량을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 시기가 있었죠. 7차

교육과정부터 과정 중심 평가를 하라고 했

지만 여전히 지식 중심 평가를 하고, 서열을

가리는 평가가 아닌 성장 중심의 평가를 하

라고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모호한 상황에서

역량이라는 개념을 갖다 쓰면서 대안을 설명

하고 싶었던 거죠.

이찬승. 역량에 대한 철학적 비판은 연구 개

발자나 교사들도 다 받아들일 거예요. 지식

교육과 역량교육의 관계에 대한 불명확한 규

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더라도 무기력한

지식에 활력을 넣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역량

의 개념을 동원했다면, 한국 학교교육의 목

표를 역량 함양 대신 지식의 깊은 이해와 활

용이라고 했으면 반발이 없었을 거예요.

수십 년 동안 지식의 활용은 없고 습득만 했

어요. 그래서 역량을 가져온 건 좋아요. 지

식과 역량 간의 관계를 가장 잘 설정한 국가

로 일본을 들 수 있는데, 일본은 10년 만에

교육과정을 전면 개정하면서 초중고 교육이

공통으로 지향해야 할 학력을 ‘자질·능력의

3개 축’으로 재정의했어요. 살아가며 일할

때 필요한 ‘지식 및 기능’의 습득, 미지의 상

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사고력·판단력·표현

력’의 육성, 배움을 삶에 활용하려는 ‘학습의

02특 별 기 획

역 량,

세 상 을

살 아 가 는 힘

글.변춘희(시민기자단)

사진.이승준

Page 7: 06 14 18 34 - sen.go.kr

1110

힘·인간성’의 함양이에요.

역량교육이 능숙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확인한 후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것은 한국의 학교교육에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일이에요. 한국 학

교교육에서의 역량은 능숙한 수준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지도 않고, 기본적인

것조차 습득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학생이 많은데도 진도를 나가요. 특정 주제에 관

한 프로젝트 수업을 하는 것을 역량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요.

삶에 힘이 되는 교육

변춘희. 역량의 정의를 합의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학교에서 수학을 배

우면 내가 생활하면서 어디에서 써먹을 수 있을까 싶은데 수학공부의 목표를 역량 함

양이라고 하면 실생활에서 수학 계산법은 쓰지 않더라도 수학을 통해 얻어지는 생각

하는 방식,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 같은 논리적 사고력을 배워서 세상을 살아가는 힘

을 쌓는 교육을 할 거라는 기대가 있어요. 쓸모없는 학문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도움

이 되는 공부를 하겠다는 긍정적인 기대감이 드는 거죠.

한희정. 추상적,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건 수학교육의 본질이죠. 그게 역량으로 설

명되는 건 아니에요. 작년에 6학년을 가르쳤는데 아이들이 분수의 나눗셈을 할 때

왜 역수를 곱하는지 이해를 못하면서도 외워서 문제를 풀어요. 교과서에는 종이를

잘라가면서 개념을 설명하고 있거든요. 수학교육을 본질적으로 고민하시는 분들은

개념부터 이해하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역량의 개념 없이도 현장에서는 수학교육

의 본질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이미 하고 있었죠.

변춘희. 올해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가 바뀌었잖아요. 국어 교과에 ‘한 학기

한 권 책 읽기’라는 새로운 단원이 있던데 학생들이 저마다 다른 책으로 수업을 한

다는 점에서 아주 새롭다고 생각했어요.

한희정. 그것 또한 국어교육의 본질이죠. 현장에서 역량이라는 개념이 들어오기

전부터 참교육을 실천하던 선생님들이 교육과정 재구성 등을 통해서 시도했던 걸

2015 교육과정에서 차용한 거죠. 2018년이 아니라 2017년부터 2015 교육과정

이 시행됐다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어요. 교육과정을 개발하려면 교육과정 총론

을 개발하는 데 2~3년이 걸리고, 각론을 개발하는 데 2~3년, 교과서를 개발하는

데 2~3년이 걸려요. 2007 교육과정이 2011년부터 적용될 예정으로 교과서를 집

필하고 있었는데 현장 적용을 하기도 전에 그 당시에 정부가 2009 교육과정으로

개정을 했어요. 각론 개발과 교과서를 개발할 시간이 없으니까 교과서는 2007 교

육과정으로 개발한 것을 쓰라고 하고 2013년부터 새로 개발한 교과서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바꾸는 시기를 확 줄였어요. 2015년 가을에 교육

과정 총론을 발표했는데, 2017년부터 적용한다고 하면 1년 반 만에 각론 쓰고 교

과서 썼다고 하는 게 말이 안 되니까 2018년부터 적용한다고 쓰고 아래에 조그맣

게 초등학교 1, 2학년은 2017년부터 적용한다고 쓴 거예요.

기존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가 없다는 게 우리나라 교육과정 개발의 큰 문제예요.

핀란드와 같이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곳은 10년 주기로 교육과정을 바꾸니까 1

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쭉 공부했을 때 결과가 어떤지, 어떤 교육적 성취가 있는지

평가할 수 있어요. 현장의 교사들은 교과서를 재구성해서 수업을 제대로 해보려고

하면 바뀌고, 해보려고 하면 바뀌는 게 부담이죠. 어떤 학생들은 1학년이 6학년 졸

업할 때까지 세 가지 교육과정으로 배운 적도 있어요.

현광일. 역량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자면 교사가 학생들에 대한 평가를 서술로 기술

할 때 담론적 자원으로서 유용한 부분이 있고, 자유학기제 같은 것에 수용될 부분

이 있어요. 하지만 새로운 교육 담론이 나왔을 때 아무런 견제도 없이 나가는 건 문

제예요.

한희정. 한동안 이런 견제를 펼칠 수 없었어요. 현장의 교사들이 반대했고, 교육과

정 부장들은 학교에서 연수 한 번 듣지 못하고, 교사들이 동의한 적도 없는데 역량

으로 교육과정을 짜야 하는 현실이에요.

이찬승. 학교교육의 최종 결과를 핵심역량의 함양으로 설정할 경우 큰 부작용을 낳

을 가능성이 커요. 지식기반 사회에서 지식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데 이

런 시도가 자칫 지식교육 자체를 소홀히 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에

요. 지금 이런 불을 끄는 방법은 역량을 가르칠 수 있도록 간소화해야 해요. 심미적

역량이라는 걸 어떻게 가르치고 접목할지 알 수가 없어요. 일본처럼 사고력, 판단

력, 표현력이 모든 교과에 가르치는 방법과 평가방법에 하나하나 다 들어가야죠.

과목별로 예를 들어 수학에서 사고력이 뭔지, 판단력이 뭔지, 표현력이 뭔지 다 정

의를 해요. 일본의 교사들은 역량의 정의와 어떻게 활용할지를 아주 많은 용례와

사례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요. 일본에서는 역량이라는 말 대신 살아

가는 힘이라고 표현하고, 이 살아가는 힘을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이라고 한 거죠.

한국도 인간상 4개, 인재상 6개를 가지고 가르치는 내용과 방법, 평가와 연결해야

해요. 그런데 연계시킬 수가 없는 거죠. 역량을 간소화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바꾸

어놓으면 역량에 관련해서 교사들이 활용할 거예요.

변춘희. 각자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고 가르칠 수 있는 방법까

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현광일. 선생님마다 듣고 있는 게 달라서 학교에서 이 역량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합

의가 만들어지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역량이 빨리 정의되고

정리되면 좋겠어요.

측정 가능하지 않은 것을 어떻게 해결할 거냐고 하는데 지금 모든 교육의 역량을 개

인을 통해서 측정하면 또 서열이 생겨요. 심미적 역량이라는 것은 학교가 가진 문

화적 능력이에요. 나아가 마을 공동체와 학생들이 접하는 많은 상황 속에서 복잡

하게 이루어지는 거죠. 그 안에서 학생들이 커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야지 개인에게

서 역량을 측정하려고 할 것이 아닌 거예요. 학교문화라는 차원으로 학교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능력이죠. 학생들의 발달단계가 서로 마주 보는 관계, 함께 있는 관계,

나 혼자 있는 영역이 있어서 함께 있는 것은 함께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지표를 만

들어야지 개인에게서 측정할 수는 없어요. 전 사회가 능력주의에 길들어 있다고 봐

요. 역량 중에 측정 가능한 것이 있을 수 있어요. 그건 집단으로 보는 것으로 넘어

가야 한다는 거죠. 비고츠키가 얘기한 문화발달이라든지 학습, 협력문화의 중요성

같은 걸 같이 봐야 하는데 교육과정이라고 하면 아이들 개개인의 평가에만 몰입하

는 논의 자체가 허구라고 생각해요. 무의식적으로 부모들도 이런 프레임에 매몰되

어 있어요. 내가 먼저 알아서 아이들에게 정보를 주면 내 아이에게 도움이 될 거라

역량 함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역량에 대한 정의의

‘모호함’을 극복해야 해요.

정의가 모호하면 핵심 성취목표를

도출하고 이와 연계해 평가 및

수행 과제를 설계하는 것이 어렵죠.

핵심역량을 제대로 정의, 도출하는

것이 역량교육의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일입니다.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기존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가

없다는 게 우리나라 교육과정

개발의 큰 문제예요. 핀란드와

같이 교육 선진국으로 꼽히는 곳은

10년 주기로 교육과정을 바꾸니까

1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쭉 공부했을 때 결과가 어떤지,

어떤 교육적 성취가 있는지

평가할 수 있어요.한희정

서울정릉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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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

고 생각하고 있어요.

변춘희. 선생님께서 얘기하는 학부모의 문제가 존재하지만, 한편으로 지금 교육이 문

제라고도 생각하기에 변화와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면 궁금해하는 면도 크거든요. 자

신이 답답해하고 있는 부분과 견주어보고 싶은 욕구이기도 해요. 학부모들은 교육에

대해 이론을 바탕으로 잘 말할 수 없고 의견을 말할 기회를 얻지 못할 뿐이지 관심은

높아요.

한희정. 과정 중심의 교육을 20년 넘게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아이가 몇 점인가를

궁금해하는 학부모가 많아요. 역량의 개념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 알고 있음

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학부모 연수를 다니면서 역량 개념을

많이 얘기했어요.

역량과 교육과정의 연계

변춘희. 제가 아는 중학교 교사는 역량이라는 개념으로 학교장이나 동료 교사, 학부

모를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겨서 좋다고 했어요. 국어교사가 마을교과서로 과정평

가를 하려고 하는데 왜 쓸데없는 걸 하냐는 지적을 피하고, 수학여행 가는 장소에 대

해 모둠별 여행탐방 계획서 작성을 수행평가로 할 때 항의하는 학부모에게 아이들이

미래를 살아갈 때 무엇이 진짜 도움이 되겠냐고 말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요. 중학교는 자유학기제와 관련해 역량을 도입하고, 2,3학년에도 이런 시도를 하는

교사가 늘고 있다고 했어요. 아이들이 미래를 살아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

는 교사가 많아졌다는 거죠.

현광일. 역량은 기업에서 특정한 업무를 수행할 때 탁월하게 그 일을 수행한 사람

들에게서 뽑아낸 개념이에요. 이게 교육으로 들어올 때 능력주의를 역량으로 재포

장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예요.

한희정. 쓸데없는 지식 암기교육에 지친 사람들이 역량이라는 것에 혹했는데, 내용

은 없고 결국은 교육의 본질을 찾아가는 거밖에 안 되는 거죠. 역량교육을 지식에

대한 깊은 이해와 활용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교과교육 목표도 다 그래요. 학교에서

물총놀이를 했으면 물총놀이를 하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뭘 배우려고 물총놀이를

했냐는 거예요. 가정환경이 좋은 아이들은 집에 가서 내가 뭘 했는지 가족들과 이

야기하면서 후체험을 거치며 내면화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체험이 망각

의 쓰레기 더미로 흘러가버리는 거죠. 모든 체험과 경험이 버려지는 거예요. 그 과

정까지 학교에서 해야 하는 거죠.

이찬승. 중요한 걸 말씀하셨는데 이번에 통합사회, 통합과학의 각 단원에서 핵심

질문과 핵심개념으로 시작하라는 역순서이론이 들어왔잖아요. 여기서 교사가 범

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죄악이 있는데 활동을 위한 활동을 하는 거죠. 활동을 했는

데 교육목표와 연계가 드러나지 않고 활동을 통해서 새로 만들어진 지식이 과거의

지식과 통합하는 과정이 없는 것은 죄악이라는 거죠. 저는 활동 중심 수업의 위험

성을 많이 얘기해요. 아이들이 얼마나 고르게 성장했는지는 고민을 안 해요. 학생

들에게 의미 있는 학습이 일어났는지 확인을 안 하는 거죠.

한희정. 서울시교육청의 안성맞춤 교육과정에서 놀이학습은 레크리에이션이 아니

라는 거예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유희하는 인간이므로 그것을 수업에 접목하는 것

이 놀이학습이죠. 아이들을 놀게 하고 레크리에이션하는 건 그냥 시

간을 소비해버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보드게임을 가져와서

놀게 할 뿐이고 자기 지식으로 재구성하는 게 없어요. 이렇게 하신 선

생님들이 ‘1학년 때 놀게만 놔뒀던 아이들을 그대로 2학년에 올려보

내서 어떡하냐’며 2학년 담임선생님에게 미안해하는 상황이 벌어지

는 거죠. 학부모 설문결과도 편안해서 좋기는 했는데 걱정이 된다고

해요. 교육적인 설계와 놀이의 특성을 결합해서 학습하는 것이 본질

이에요.

변춘희. 놀이를 교육의 수단으로 쓰려고 했는데 목적이 돼버려서 문제

라는 거군요. 저의 경우 아이들이 우즈베키스탄에서 학교에 다닌 적이

있는데 수업 전, 중간 휴식시간, 점심시간, 그리고 방과 후에 학교에서

친구들과 노는 시간이 있었어요. 학교에 일찍 가고, 수업 후 한 시간씩

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뛰놀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놀이라고 하면 교

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도성을 가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교실

에서 수업을 대신하는 놀이는 개념이 다르군요.

한희정. 체험하고 체험 후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이 거기에서 무엇을

학습했는지 이런 과정을 자기 언어로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지식으

로 재구성해가는 과정이 교육이죠.

현광일. 놀이는 규칙을 잘 지킬수록 더 재미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

는 거예요. 놀이를 하는 이유가 아이들이 지식에 억눌렸기 때문이라

고 하면 학습은 학원에서 받고, 학교에서는 쉬라는 개념이 돼버려요.

역량이라는 개념을 현장의 교사들이 얼마나 현실에 맞게 재맥락화해

서 쓰느냐가 중요해요. 이 개념이 어디서 기원했는지를 알면 교사가

재맥락화할 때 과잉하지 않고 적절히 할 수 있다는 거죠. 제가 철학

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 개념을 현장에서 판단할 때 도움이 되기를 바

라는 마음에서예요. 듀이가 역량과 교과의 상호작용, 생활 속에서의

활동들을 얘기했던 거와 같아요. 자유학기제의 주제통합 같은 것으

로 과목을 선택하라고 하면 아이들이 다 흩어져버리는데 체험이 내면

화되는 과정으로 가려면 일정한 집단성이 유지되어야 가능하잖아요.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경우 교육과정과의 연계성이 없어요. 교사가

아이를 계속 지켜봐야 하고 체험이 교과과정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

는지 보고 안내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는 게 맹점이죠.

시험 같은 걸로 평가할 수 없어요. 학생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묘사할

수 있는 교사의 언어적 능력이 있어야 해요. 교과의 전문성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가는가를 묘사하는 능력도 교사에게 필요하다

고 봐요. 학부모도 성적으로 아이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어

떻게 성장하는지 파악하는 능력, 소통하고 묘사할 수 있는 언어적 자

원을 가지는 게 필요해요. 역량을 공동체가 가지는 문화적 자원으로

보면 보모에게도 소통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거죠.

변춘희. 교사에게 요구되는 관찰하고 묘사하는 능력이 학부모에게도

필요하다는 말씀이지요.

한희정. 학부모님께 드

리고 싶은 말은 아이들

의 말을 들어주라는 거

예요. 학교에서 숙제를 내지 말라고 하지만

숙제가 필요한 학생도 있거든요. 학교만 보

내면 학교에서 다 해결하라고 왜 가정에까

지 부담을 주느냐고 따지는데 아이가 어떤 학

습을 하고 있고 무엇을 힘들어하는지 교사

는 누구와 얘기해야 하죠? 학교는 교육을 담

당하는 기관인데 보육까지 요구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말을 부모님도 들어주지 않으면서

학교에 와서는 친절한 선생님을 원해요. 부

모님과 정상적으로 소통해본 아이들은 선생

님과도 정상적으로 소통을 해요. 부모가 자

기의 말을 안 들어주는 아이는 학교에 와서

도 똑같이 해요.

이찬승. 학부모는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우리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잘 모르는 게 당연해요. 역량이 교육과

정으로 들어올 때 누구한테 유리하고 누구

한테 불리하냐를 따져보면, 가정환경이 좋

지 못한 집의 아이는 부모가 책을 읽어줄 기

회가 적기 때문에 지식교육이 절실히 필요해

요. 전환학년을 통해서 한번 놀아버리면 책

읽는 것과 완전히 멀어질 수 있어요. 지금 위

험한 도박을 하는 거예요. 저는 지식과 역량

의 관계에서 기본적인 지식의 철저한 습득을

강조해요. 한국은 지식교육을 폄하하고 배

척하면서 역량이 들어 왔어요. 이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봐요.

변춘희. 지식암기 위주의 교육을 바꾸고자 하

는 열망만이 아니라 충분히 연구하고 준비해

서 각자 해석하는 것이 아닌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고 가르칠 수 있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지

금 이 순간에도 교육현장에서 살아가는 데 힘

이 되는 교육을 하고 있는 교사와 교육연구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

신 세 분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역량이라는 개념을 현장의

교사들이 얼마나 현실에 맞게

재맥락화해서 쓰느냐가 중요해요.

학생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묘사할

수 있는 교사의 언어적 능력이

있어야 해요. 교과의 전문성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성장해

가는가를 묘사하는 능력도

교사에게 필요하다고 봐요.현광일

(사)마을공동체연구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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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4

교원학습공동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배경

서울우솔초등학교(교장 김인숙)는 2016년부터 교원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의 자율성

과 자발성을 기초로 한 상호학습을 통해 전문성을 신장시키는 것이 그 목표다. 교원학습공동체를 운

영한 후로 교실에서의 수업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학생들의 반응을 통해 그 효과를 확연히

체감할 수 있었다.

처음 교원학습공동체를 시작할 당시에는 그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해 전 교사를 하나의 공동체로 구

성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선생님이 동시에 모일 시간을 가지기 어려웠고, 그 효과 또한 일반적

인 회의와 다름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작년부터였다.

기본적으로 자주 만나며 수업에 회의 결과를 적용하기 쉽도록 학년 단위로 공동체를 구성하고, 기타

자율공동체를 추가로 운영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현재는 학년별 모임 6개 외에 교육지원팀 교사

글. 김다영 사진. 이승준 사진제공. 서울우솔초학교탐방 ➊

이성연 선생님

3년동안교육지원팀에서행정업무를

지원해온이성연선생님은관찰자의

입장에서변화를지켜봐왔다.학교에

교원학습공동체를처음도입했을때

4학년담임을맡아행정업무경감에

따른편리함을체감했고,자신이느꼈던

행복을다른선생님들도느낄수있도록

하고싶다고말한다.

“서울우솔초에 새로 오신 선생님들은

처음엔 수업 연구를 위해 자주 모이는

분위기에 놀라거나 힘들어하기도

하세요.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이런 분위기에 젖어가며 스스로 어떤

역할을 해내고자 하는 의욕을 가지시죠.

개인적으로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집단지성의 힘이 얼마나 큰지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선생님들이모이면수업연구에집중하는

분위기가조성되다보니,좋은점들을

함께공유하는시너지효과도나고있다.

“교원학습공동체를 통해 긍정적인 자극을

받거나, 본인의 부족함을 깨닫기도 해요.

그렇기에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꾸준히

탐색하게 되는 거죠. 저도 대학원 공부를

새로 시작했어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욕심과 좋은 교육에 대한 열망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열심히 준비한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의 태도는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나의 성장은 다른 교사와 학생들에게도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니

인터뷰

함께 모여 나누는 지식과 지혜

교육 현장은 여러 교육 주체와 복잡한 정책들이 이해관계를 이루고 있기에

하루아침에 변하기 어렵다. 하지만 서울우솔초등학교는 교원학습공동체

운영을 통해 단기간 내 교사들의 의욕을 고취하고, 학생을 위해 수업의 혁신을

이루어냈다.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었던 건 바로 교원 간 상호소통과

배려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울우솔초등학교의 교원학습공동체

모임, 특수교사 모임, 영어교사 모임, 저경력 교사 모임 등으로 나뉘어 있다.

서울우솔초는 선생님들의 일정한 만남을 위해 전 교사 회의를 일주일에 한 번에서 한 달에 한 번

으로 과감히 축소했다. 바쁜 일정 중 따로 시간을 빼서 추가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닌, 기존에 있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자연스레 생겼

다. 그러다 보니 의례적으로 하는 이야기나 사담을 나누는 시간이 확연히 줄었고, 명확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며 이를 자발적으로 학습에 적용하자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김인숙 교장선생님은 기존의 지시전달 방식에서 벗어나 교사들이 함께 의견을 나눌 기회를 열고

자 했다. “학년 단위 외에도 관심 주제별 모임을 운영하다 보니 선생님들이 더욱 열정적으로 회의

와 연구에 참여하세요. 교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자신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크게 확장하기는

어려운데, 그저 형식적 틀에서 벗어나 주도적으로 교육 효과에 대해 고민하려는 변화의 씨앗이 생

겨난 것 같습니다.”

또한 서울우솔초는 교원학습공동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교육지원팀을 따로 구성하여 담

임교사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모두 덜어냈다. 교육지원팀은 선생님들이 수업

현장에 대해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여건을 구축하고자 끊임없이 노

력했고, 그 결과 담임교사들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교육활동에 온전히 집

중할 수 있었다.

더 나은 수업을 위한 노력

선생님들은 학년 교육활동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교원학습공동체의 주제를

함께 고민한다. 특히 중점을 두고 있는 과제는 독서교육과 문화예술교육이다.

지난해 운영됐던 ‘솔북멘토링’에서는 5학년과 1학년이 함께 책을 읽으며 의사

소통역량을 향상시키는 수업이 이루어졌다. 5학년 학생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동생들을 대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고, 1학년 학생들은 평소처럼 부모님

이나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이 아닌, 선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함으로써 학생들의 자기표현, 자기이해능력

등이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 있도록 꾀한 것이었다.

또한 2학년 학생들에게 오카리나를 가르치기 위해 ‘음악이 있는 교실’을 구성

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2회에 걸친 컨설팅을 실시하고, 교사들이 먼저 배

움을 실천했다. 함께 연주하는 기회를 가지며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인성 및 생활 지도도 겸할 수

있었다. 오카리나를 처음 접해보는 아이들이 태반이었지만, 학생들은 발표회에서 상상 이상의 기

량을 보여주었다.

소규모 동료장학팀을 구성하여 수업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 실질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움직임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본인의 수업 성찰로 이어지는 자기장학, 저경력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장학 등이 그 예다. 이를 통해 수업 방식이나 학생들을 대하는 방법 등에 대해 동료 교

사의 생각을 들어보고 고민을 체계적으로 함께 나누며 서로 의지한다. 서로의 아이디어를 정교화

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분위기도 형성되어 있기에, 긍정적인 자극과 더불어 교사로서의 도전

정신을 일깨우기도 한다. 서울우솔초는 이와 같은 자율장학이 학습공동체 활동과 연계된다면 교

사들의 수업 전문성이 보다 높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1

‘놀이를 통한

창의 수학 교실’

교원학습공동체.

2

1,5학년 협력적

책읽기 활동.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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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6

학생회장 3학년

이예빈 학생

지난해학생회장을맡았던이예빈학생은

여의도여고의학생자치활동을통해

이전과는다른경험을했다고한다.그

바탕에는선생님들의열렬한지지와응원이

있었다.

“중학교에서도 학생자치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어요.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유롭고 억압적이지 않은

학교 분위기 덕분에 주인의식을 갖고

학생자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어요. 여의도여고에서 3년 동안 경험한

학생자치가 여성으로서 리더십, 적극성,

주인의식을 키우는 계기가 됐어요.”

이예빈학생은한해동안학생회장으로서

진행한여러학생자치활동중소녀상

건립을가장기억에남는활동으로꼽았다.

그이유역시학생들의자발적인참여와

적극적인지지였다.

“역사의식 고취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서 눈으로 직접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동상을 세웠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 있는 활동이었어요.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저 자신뿐만 아니라

친구, 후배들이 리더가 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이렇게 내가 만든 학교, 내가

속한 학생회가 친구들을 리더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큰 보람을 느껴요.”

미니

인터뷰 학교탐방 ➋ 글. 신병철 사진. 김동율 사진제공. 여의도여고

모두가 참여해서 만들어가는 학교

오늘날 학교는 학생들이 민주주의를 체험하고 민주시민으로서 초석을 다지는 곳이다. 학생들이 주인

의식과 민주시민의식을 함양하는 학생자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학생자치가

교육현장에서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시간, 공간, 예산의 확보 및 선생님들의 지원과 격려 등 몇 가지

요소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기에 진정한 학생자치를 위해 필요한 한 가지가 바로 ‘참여’다. 구성원들

의 자발적 참여가 없는 ‘자치’는 알맹이 없는 허울에 불과할 뿐이다.

여의도여자고등학교(교장 길산석, 교감 심지영)의 학생자치는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많은 학교에서 학생자치를 장려하고 실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의도여고의 학

생자치가 더욱 의미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의도여고의 학생자치활동은 학생회만의

행사로 그치지 않는다. 박명철 선생님은 학생회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자치는 여의도여고의 문화이자 전통이라고 설명한다.

“오랜 교직생활 동안 여러 학교를 거쳤지만, 여의도여고의 아이들은 참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

어요. 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치활동을 기획하고, 앞장서서 분위기를 조성하면 거

의 전 학급의 학생들이 참여해요. 교사들이 시키지 않아도 어느 한 반 빼놓지 않고 학생들이 자

발적으로 참여하는 걸 보면서 학생 참여 문화가 이전부터 조성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이전 학교에서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죠.”

깊게 뿌리 내린 학생자치문화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학생자치가 학교의 문화이자 전통으로 자리 잡는 데에는 이를 뒷받침하

는 학교의 역할도 컸다. 여의도여고는 학생자치 활성화를 위해 학생회실을 리모델링하고 활동

에 필요한 컴퓨터, 프린터, 기타 집기를 갖추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와 함께 학생회와

교장선생님과의 만남의 자리를 통해 소통하는 계기를 갖고, 학급회의, 대의원회, 학생회 게시

판 등을 활용해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 및 건의 사항을 적극적으로 수렴한다. 이를 바탕으로 체

육대회, 음악제, 축제뿐만 아니라 세월호 추모, 잔반 줄이기, 독도사랑 등 매월 시류에 어울리

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교사 주도의 평가받는 행사가 아닌 학생 중심의 즐거운 학생자치를 만들

어가고 있다.

여의도여고의 학생자치활동은 학생회가 독점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학생회 게시판을 캠페

인 홍보 및 행사 결과 공유, 일반학생이 의견을 개진하는 장으로 활용해 학생회와 일반학생 간

유대를 강화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행사 진행 도우미 학생을 신청받는다. 지난해 진행한 소

녀상 건립 및 모금 활동은 모든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여의도여고의 학생자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활동이었다. 지난해 여의도여고 학생회는 일본의 그릇된 역사 인식에 대처하고 공감

대 형성을 위해 전교생과 교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모금활동을 진행했다. 과연 원활한 모금

이 될지 선생님들도 반신반의했지만,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모금액이 모였다. 모금활동의 취지

를 충분히 설명하여 공감을 끌어내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학생들

은 이 모금액으로 작은 소녀상을 제작해 학교에 비치하고 남은 금액은 ‘나눔의 집’에 전액 기부

하며 따뜻한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자발적인 학생자치는 따로 자치법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평상시 학생 간

갈등 조정에도 큰 역할을 한다. “여의도여고가 생활지도 부분에서만큼은 전국 최고라고 자신해

요. 따돌림이나 학교폭력 관련 문제는 물론이고, 일 년 내내 학생사안이 발생하지 않아요. 모

든 학생이 함께 학생자치활동에 참여하면서 누군가를 따돌리는 일 없이 다 같이 하나 되어 어

울리는 문화가 형성된 거죠.”

여의도여고는 학생자치를 통해 상호 존중과 협력, 자율과 참여, 격려와 감사가 살아 숨 쉬는 교

육현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감 표창을 받으며 학생자치우수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선생님의 전폭적인 지원, 무엇보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거둘 수 있었던

성과다. 오랜 전통으로 여의도여고에 굳건히 뿌리내린 학생자치문화가 앞으로 더 많은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참여’를 근간으로 하는

학생자치 문화

진정한 민주주의는 소통에서 시작하고, 참여로 발현된다. 학생들이

민주시민의 역량을 함양하는 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체험하는 학생자치활동도 구성원 간의 소통과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을

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의 주체가 되어 소통하고 협력하는

학생자치를 만들어가는 곳, 여의도여고를 찾았다.

여의도여자고등학교의 학생자치활동

1

리본 대형을 만들어

세월호 희생자를

기렸던 추모 캠페인.

2

자발적 모금 활동을

통해 건립한 소녀상.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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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

인터뷰. 전은영(<지금 서울교육> 편집위원) 정리. 김다영 사진. 김동율학부모들의 수다

조기에 정말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

조기교육에는 학교 성적이나 상급학교 진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아이의 흥미와 적성을 찾아주는 모든 활동이 포함된다. 학부모들은

조기교육에 대해서 매우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취학 전 아동에서

고학년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거친 학부모들이 만나 조기교육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눴다.

조기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생각

넓은 의미의 조기교육

전은영. 조기교육은 학교 커리큘럼을 선행하는 사교육뿐만 아

니라 스포츠,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할 수 있는데

요. 조기교육의 범위를 폭넓게 열어두고 이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과 경험을 나눠볼까요?

임선명. 부모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

지는 것 같아요. 선행학습만을 목표로 삼으면 부모는 단기

간에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길 바라고, 그 다급함이 아이

를 재촉하면서 아이의 마음보다는 교육에만 집중하게 만

들더라고요. 제 경우에는 교육 틈틈이 저와 아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자는 목표를 가

지고 있었어요. 아이가 중도에 포기하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 대화를 통해 이유를 밝히고 격려하는 태도가 가장 중

요한 것 같아요. 그래도 너무 힘들다고 한다면 그만둬야겠

죠. 엄마가 주도하는 교육은 결국 아이의 흥미만 잃게 할

뿐이니까요.

김은미. 아이가 의지를 가지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경험

할 수 있도록 돕는 정도라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

떤 분야에 소질이 있거나 본인이 하고자 하는 욕구가 조금

빨리 찾아온다면 조기교육을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소질과 욕구를 드러내는 그 시기가 적기인 거죠. 하

지만 아이의 발달과정이나 정서와 맞지 않을 경우에는 부

작용도 있었어요.

이윤희. 학교 교육과정을 너무 어릴 때 학습하는 조기교육

은 그다지 공감이 되지 않는 편이에요. 하지만 말씀하신 것

처럼 넓은 범위로 생각한다면 저는 아이가 예의 바르고 정

신적으로 튼튼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시해요. 또 아이가 못하는 부분에 대해 혼내거나 억지로

시키지 않고, 좋아하는 걸 하라고 해요. 아이들은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사고방식을 배우기 때문에 당장 받

아쓰기나 수학 성적 같은 것에 전전긍긍하면서 불안해하지

않으려고 해요.

전은영. 그렇다면 부모님들이 조기교육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허윤선. 조기교육 열풍이 부는 이유는 재능과 가능성을 미

리 발견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특정 분야에 재능을 보인다

면 집중 교육을 해서 진로로 선택하기 위함일 거라고 생각

해요.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사회

적 공감력인 것 같아요. 특정 분야에 독보적인 실력을 갖

춘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있으니까요. 실력을 갖춘 사람이

많다면, 이제는 ‘어떤 아젠다를 가지고 어떤 프로젝트를 누

구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이윤희. 우리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어디에서든 잘

적응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을 거예요. 아이가 겪게 될 새

로운 환경에 엄마들은 언제나 불안해하니까요

송윤희. 부모가 시간과 비용을 감수하며 조기교육을 하는

건 모두 애정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분은 본인이 받

“엄마에게도 자녀의 발달과정에 따른

지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교육을 받았어요.

아이를 부모 아래로

두고 윽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한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아요.”

이윤희

“우리 아이가

아무리 잘나도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자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 사랑, 존중 같은

가치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도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시민의 태도는 하루아침에 배울 수 없는

거니까요.”

허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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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들이

조기교육에

관심을 갖는 건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

거예요. 배우는 만큼 성장하는 나

자신 자체가 목적이 되는, 배움의 이유가 내

안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은미

20

은 조기교육 덕에 무난하게 엘리트 코스를 밟을 수 있었

고, 스스로 이런 삶을 안정적이고 편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기 아이에게도 조기교육을 시킨다고 말해요. 아이가 사

회적으로 명성을 얻고, 돈도 많이 벌고, 좋은 환경에서 살

아가기를 바라는 거죠.

김은미.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을 거

예요. 그런데 조금 슬픈 건 무언가를 배우는 이유가 경쟁

이라는 외부 조건, 즉 남보다 낫기 위해서라는 점이 안타

까워요. 배우는 만큼 성장하는 나 자신 자체가 목적이 되

는, 배움의 이유가 내 안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조기교육의 명암

전은영. 부모님들께서 조기교육을 하며 느꼈던 긍정적인 측면

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반면에 지나친 선행학습과 너무 이른

조기교육에 따른 단점과 부작용 또한 사회적으로 자주 거론되

기도 합니다. 장단점 모두 이야기해 볼까요?

임선명. 제 경우에는 아이가 글자를 모를 때부터 매일 밤

책을 읽어줬어요. 글자를 알아도 스스로 읽는 데까지는 굉

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죠. 아이가 글자를

배운 후에 네가 아는 부분이 있으면 조금이라도 스스로 읽

어보라고 했는데, 단 한 달 만에 스스로 책을 읽는 거예요.

또 어렸을 때 엄마가 읽어줬던 책을 혼자 읽어보니까 느낌

이 색다르다고 아이가 말하기도 해요. 글을 이해하는 논리

와 감성 두 부분 모두에 도움이 됐어요.

김은미. 아이가 어렸을 때 운동을 놀이로서라도 가르쳐

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에 관심

이 없어서 지금도 자전거를 못 타는데, 얼마 전에는 아이가

‘엄마,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타봐’라며 제게 가르쳐주더라

고요. 미래를 위해 체력을 다진다는 면에서도 중요할 것 같

아요.

허윤선. 저는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아이에게 직접 악기

를 가르쳤어요. 바이올린 같은 경우에는 무게를 본인이 지

탱하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짚어내면서 예민한 음을 만들

어내야 하는 악기예요. 이렇게 어려운 것을 너무 어릴 때

시작하니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래서 잠깐 중단했다가 아

이가 초등학생이 된 뒤에 다시 시작했는데, 예전 같았으면

1년에 걸쳐 배웠을 것을 단 보름 만에 끝내버리는 거예요.

배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찾는 게 중요한 거

죠. 그래야 아이도 더 재밌어하면서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

같아요.

김은미. 학년에 맞는 교과과정을 사교육으로 이미 다 배우

고 온 아이들이 학교 수업시간에 지루해한다고 해요. 그렇

지 않은 아이들은 친구들 사이에서 좌절감을 느끼고요.

우리 아이가 이런 좌절감을 경험하지 않게 하려고 너무 이

른 준비를 하고, 학교에서 만나게 될 도전들을 엄마가 사전

에 대신 해결해줌으로써 문제를 중간에 차단하는 거죠. 어

릴 때부터 이런 경험에 익숙한 아이들은 자기가 못하는 것

에 대해 견디질 못하는 것 같아요.

임선명. 저는 아이를 공연이나 문화시설에 자주 데려가 다

양한 체험을 시켜주는데, 종종 단체로 온 아이들이 매뉴얼

에 나온 이야기만 듣고 빨리빨리 지나치더라고요. 또 공연

장에 아이들만 들여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문화생활을 통

한 엄마와의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질 수 없는 거죠. 학습

이라는 것은 단순히 ‘그걸 봤다’는 것을 넘어, 삶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윤희. 아이가 어릴 때 또래 사촌들 사이에서 엘리베이터

의 버튼을 누르는 것이나 밥을 빨리 먹는 것에서 1등을 못

했다고 울음을 터뜨리더라고요. 1등을 못하면 엄마한테

혼나는 것, 나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 뒤로 ‘지

는 법도 배워야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마음이 건강하면

나쁜 상황이 와도 무너지지 않고, 어떤 경쟁에 노출되어도

건강한 분별과 판단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송윤희. 우리 아이가 예전에 운동을 했었는데, 경기를 관

람하러 현장에 가면 분위기가 좋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아이를 프로 선수로 키우려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선수 스

카우트와 관련되는 것이다 보니 예민해지는 거죠. 물론 모

두가 그러신 것은 아니지만, 팀워크나 의리라는 개념보다

는 동료보다 수비를 잘한다든지 골을 잘 넣는다든지 해야

만 하는 거예요. 운동을 통해 정말로 배워야 할 것을 놓치

고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은영. 당장 교과과정이나 성적보다는 아이들이 삶을 대하

는 태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네요. 아이들에게

조기교육이 정말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송윤희.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실패를 회복하는 힘, 회복

탄력에 대한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상에만

있었던 아이들 경우에는 뒤처진 친구의 마음을 몰라요. 하

지만 항상 1등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언젠가는 고꾸라

질 수 있는데, 그때 다시 일어설 힘을 길러야 하는 거죠.

임선명. 우리 아이는 숲속유치원, 영어유치원, 국제학교를

거쳐 지금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다양한 과정을 겪었

지만 이건 1등만 하는 최고를 만들기 위함이라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통해 우리 아이만의 특별함을 찾아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이를 위해서 아이와 끊임

없이 대화하면서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고요.

김은미.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자기 선택에

책임지는 법을 가르치고 있어요. 본인이 하지 못한 일에 대

해 엄마나 친구 탓을 하며 억울해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해요. 예를 들어 서점에

가서 만화책을 사달라고 조르면, ‘지금 당장 한 권만 살 건

지, 주말까지 기다렸다가 중고서점에서 두 권을 살 건지’ 같

은 상황이요. 본인의 선택으로 비롯된 불이익과 슬픔을 감

당하는 연습인 거죠. 예전 같으면 아이가 화났을 때 제가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했는데, 요즘은 혼자 풀릴 때까지

그냥 둬요.

이윤희. 아이들이 몇 만 번 넘어져야 스스로 걸음마를 하는

것처럼, 뒤에서 격려하며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자세도 필

요할 것 같아요. 아이가 어렸을 때 숫자 2를 배우는데 자꾸

만 반대로 쓰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그 시기쯤에는 왼쪽과

오른쪽에 대한 감각이 덜 발달해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고요. 그때서야 아이가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고 있는지 이

해가 됐죠. 엄마에게도 자녀의 발달과정에 따른 지식이 필

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부모교육을 받았어요.

아이를 부모 아래로 두고 ‘내가 시키는데 왜 안 해’라고 윽

박지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한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허윤선. 우리 아이가 아무리 잘나도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사회의 일원으로서 서로 도와가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딜 가서도 잘 융화할 수

있는 능력이요. 조금 뒤처지는 아이들도 먼저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고, 주위를 돌아보고 배려하며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 사랑, 존중 같은 가치

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도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

곡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바른 시민의 태도는 하루아

침에 배울 수 없는 거니까요.

21

“실패를 회복하는

힘, 회복 탄력에

대한 조기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상에만

있었던 아이들 경우에는

뒤처진 친구의 마음을

몰라요. 항상 1등만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언젠가는 고꾸라질 수

있는데, 그때 다시 일어설 힘을 길러야

하는 거죠.”

송윤희

“최대한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우리

아이만의 특별함을 찾아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이를 위해서 아이와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고요.”

임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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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서울로드

체험하며

배우는 과학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 세상을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킬 개념과

기술의 등장으로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빛나는

과학유산부터 현대의 첨단기술까지 과거와

현재의 과학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한다.

친구, 가족과 함께 떠나는

서울시 과학 여행

직접 보고 만지며 배우는 서울시 과학 체험 장소

과학이 일상이 되는 곳, 서울시립과학관

지난해 5월 문을 연 우리나라의 127번째 과학

관이다. 전시실은 순환, 연결, 생존, 공존 등 4개로

구분되어 있으며, 일상생활과 밀접한 과학을 전시물

로 확인하고 체험하며 과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서울시 노원구 한글비석로 160

숨겨진 과학유물 찾기, 덕수궁

손꼽히는 산책로와 수문장 교대의식 등 다양

한 볼거리로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덕수궁. 이곳에서는 신기전기화차, 앙구일부, 자격루

등 선조들이 남긴 과학 유물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99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탈

지하철역에서 만나는 과학, 사이언스 스테이션

국내 최초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

원 인근에 자리한 상월곡역에 조성된 과학 테마 공

간이다. 과학 전시뿐만 아니라 과학자, 시민들이 과

학을 주제로 교류할 수 있는 과학 강연도 열린다.

서울시 성북구 화랑로 157

상상이 현실로, 국립어린이과학관

국내 첫 과학관인 서울과학관을 리모델링해 지난

해 12월 새롭게 탄생한 어린이 전용 과학문화공간이다.

7~12세 어린이들이 놀이를 즐기는 과정에서 과학 원리

를 이해하고 창의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조성됐다.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215

서울에서 떠나는 별자리 여행, 시립서울천문대

쉽게 별을 보기 힘든 서울에서도 아이들이 하

늘에 대한 호기심을 키우고 우주를 생각해볼 기회

를 제공하고자 건립된 천문대다. '별빛산책' 등 계절

별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광진구 구천면로2

우체국에서 만나는 4차 산업혁명, 틴틴우체국

서울중앙우체국 안에 마련된 4차 산업혁명

기술 체험 공간이다. 코딩 체험 및 로봇관, 3D프린

팅관, 자연사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엽서를 1년 뒤

배달하는 ‘느린우체통’에서 추억도 남길 수 있다.

서울시 중구 소공로 70

비석에 하늘을 그리다. 천상열차분야지도

국립고궁박물관 과학실에는 우리의 대표적인

과학 유산이자 세계적인 보물인 천상열차분야지도각

석이 우뚝 서 있다. 국보 228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돌에 새긴 천문도이다.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12

우주의 시간과 함께 걷다. 노원우주학교

우주의 발자취를 생생히 체험할 수 있는 천문

우주과학관이다. 빅히스토리관, 코스모스관, 천체투

영실, 천문대 등이 조성되어 있으며, 과학탐구교실,

전문가 특강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205길 13

상상력만 챙겨오세요. 잭슨 홍의 사물탐구놀이 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8월

19일까지 개최되는 어린이 전시다. 이번 전시는 사물

을 바라보는 방법을 주제로 발휘할 수 있는 호기심,

상상력, 자유로움을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전시다.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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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문화

재청

국가

문화

유산

포탈

문화

재청

국가

문화

유산

포탈

우정

사업

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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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병철 그림. 이철민

2. 국립어린이과학관자녀가 아직 나이가 어려 지식 전달보다는

놀이로써 재밌게 과학원리를 깨닫게 하고

싶다면 국립어린이과학관이 제격이다.

국립어린이과학관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조작 및 체험형 전시품 비중이 전체

전시품의 80%가 넘는다. 또한, 중앙홀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감각 놀이터는

시기별 발달 특성을 고려한 영유아 전용

공간으로 꾸며졌다.

9. 잭슨 홍의 사물탐구놀이전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어린이갤러리에서 오는 8월까지 잭슨

홍의 사물탐구놀이전이 열린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의 근간은 바로

탐구와 관찰. 이 전시는 각종 디자인 기법을 통해 아이들에게

사물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마련됐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들과 함께 사물을 다시 바라보는

사물탐구놀이에 나서보자.

7. 사이언스 스테이션상월곡역 지하 1층부터 3층에는 과학을 주제로 한

전시공간 ‘사이언스 스테이션’이 조성되어 있다.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알차게 자리한 지하철역

안 작은 과학 테마파크다. 특히, 승강장에도

터치스크린을 통해 과학상식 퀴즈를 풀며 지하철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접할 수 있는 과학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

4. 덕수궁덕수궁에서는 다사다난했던 역사뿐만 아니라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물시계인

자격루와 해시계인 앙부일구가 바로 그것이다. 가족들과

봄나들이 나서기 딱 좋은 지금, 이번 주말 덕수궁을 찾아

궁궐과 수문장 교대의식만 보지 말고 곳곳에 숨어 있는

우리의 과학 유물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6. 노원우주학교우리가 사는 행성인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뻗어나가고 있는 인류의

과학기술. 노원우주학교에서 우주여행을 떠나보자. 특색 있는

전시관을 둘러보며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간의 탄생과 진화의

경이로움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태양, 성단, 성운 그리고 목성과

토성 등 특정 시기에만 관측 가능한 천문체험까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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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시립과학관과학은 원래 어렵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솔직한

과학관이 있다. 바로 서울시립과학관이다. 이곳에서는

전시물을 고장 내도 좋으니 마음껏 체험해보고 더 많이

실패해보라고 말한다. 대부분 과학관이 관람 위주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서울시립과학관에서는 관람은 물론,

만지고 체험하며 배우는 생생한 과학을 만날 수 있다.

3. 천상열차분야지도만 원권 지폐 하면 세종대왕과 혼천의를 쉽게

떠올리지만, 우리 선조들의 빛나는 천문과학

유산인 천상열차분야지도가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조선 태조 때

11명의 천문학자가 다년간의 노력 끝에 완성한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했던 선조들의 천문지식이 담겨 있는

찬란한 과학유산을 직접 확인해보자.

5. 시립서울천문대 별을 보려면 도시를 떠나 깊은 산속으로

가야 하기에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은

도시 아이들에게 먼 세상이다. 하지만

시립서울천문대에서라면 서울을 떠나지

않고도 행성과 별자리를 관측하며 잃어버렸던

별빛을 감상할 수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를

통해 선조들이 남긴 천문도를 봤다면

이번에는 시립서울천문대에서 직접 별자리를

확인해보자.

8. 틴틴우체국4차 산업혁명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싶다면 서울중앙우체국을 찾아가 보자.

우체국에서 과학기술을 체험한다는 사실에

갸우뚱할 수도 있지만, 서울중앙우체국

안에는 로봇, 코딩, 3D 프린팅을

체험할 수 있는 첨단 과학기술 전시관

‘틴틴우체국’이 있다. 주말을 제외하고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누구나 무료로 체험,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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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근혁(서울양천초 교사, <교육희망> 전 편집국장) 사진제공. 윤근혁, 구본희윤근혁의 교육현장

사랑하면 알게 될까? 알면 사랑하게 될까?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이 아니다.” 조선 정조 때 문장가 유한준이 쓴 글이다. 서화 수집가였던 김광국의 그림첩 <석농

화원>에 쓴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되게 알고 보게 되는 것이리라. 교

사인 나. 올해 학생들과 함께 정한 급훈 3가지 가운데 하나가 ‘나를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자’다. 나라를

사랑하려면 나와 내 가족, 내 친구, 그리고 내 마을부터 사랑해야 한다. 그렇다면 먼저 학생들이 마을에

대해 참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런 궁금함 속에서 잡은 책이 있다. 바로 <관악중 마을교과서>다. 이 책은 여느 지역처럼 어른들이 학생

들에게 만들어준 마을교과서가 아니다. 지난해 관악중학교 3학년 학생 전체가 힘을 합쳐 펴낸 것이다.

이 학교 3학년 6개 학급 142명이 마을 골목을 누비며 만들었다. 이 학교에서 지난해 3학년 부장을 맡았

던 구본희 교사는 지난 3월 14일 다음처럼 말했다. “관악중 마을교과서는 몇몇 학생들만 책을 만드는 데

참여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다 같이 참여한 것이다. 이번처럼 전체 학생들이 다

참여해 마을교과서를 만든 사례는 우리 학교가 처음이 아닐까 한다.”

학생들은 우선 대단원을 6개로 나눴다. 그런 뒤 학급 모둠별로 소단원을 나눠 맡았

다. 모둠별로 조사하고 취재한 정보는 우선 홈페이지에 올렸다. 학생들은 서로 돌

아가며 다른 모둠의 내용을 읽은 뒤 댓글을 달았다. 이 ‘집단 숙의’ 과정을 통해 알토

란 같은 마을교과서가 나왔다. 6개의 대단원은 다음과 같다. 1. 관악의 지리, 2. 관

악의 역사, 3. 관악의 자연, 4. 관악의 문화, 5, 관악에서 배우고 꿈꾸기, 6. 관악

에서 생활하기. 모두 115쪽으로 된 이 마을교과서만 읽으면 ‘관악박사’가 탄생할 정

도로 알찬 내용이 담겨 있다.

2단원 ‘관악의 역사’에는 달동네, 고시촌, 봉천동 재개발 등의 내용이 실려 있다. 이

속에는 1990년 봉천동 산꼭대기에 있던 내 대학 시절 사글셋방이 사라진 이유도

적혀 있다. 역시, 학생들이 만든 책이기 때문에 관악의 괴담, 관악의 전설 등 재미

있는 읽을거리도 빼놓지 않았다. 6단원 ‘관악에서 생활하기’에는 관악의 쇼핑몰과

시장, 그리고 관악의 맛집까지 담았다. 사진도 엄청 많다. 학생들이 발로 뛰며 직접

찍은 게 대부분이다.

직접 만들어야 사랑이 깊어지는 것

마을교과서를 만드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자기가 사는 마을에 대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다음은 학생들이 이 책에 적어놓은 소감문이다.

“소단원 벽화길을 골랐다. 관악구 행운동 골목에 벽화를 그린 이유는 조금 남달랐

다. 바로 여성 1인 가구가 절반에 육박하는 이곳에서 범죄율을 낮추기 위해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런 노력 끝에 절도율은 현저히 낮아졌고 강간 같은 중대

범죄는 사라졌다. 지역 주민이 느끼는 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10%가량 줄어들었다

고 한다.” (3학년 3반 이○○)

알게 되면 느끼게 되는 것, 그리고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또한 알게 되면 삶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나에게도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응급실에 갈 만한 상

황에서 아무 곳이나 가서 봉변을 당했는데, 이 수행을 하고 나서 어디에서 무슨 검

사를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어 나중을 위한 대비를 하게 됐다.” (3학년 4반 오○○)

이 교과서를 만든 이는 학생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길도 있었으니 바로 이 학교

국어과 구본희, 황정희 교사와 사회과 박래광, 서미라, 강효순 교사다. 이 교사들

은 학생들에게 교과서의 큰 틀을 제공했다. 그리고 참고자료를 찾는 방법, 공동 작

업을 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물론 “이 모든 활동이 수행평가다”라는 으름장 섞

인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학생들이 교과서를 만드는 데 쓴 시간은 지난해 10월 한 달 정도다. 국어와 사회 융

합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단 하나의 마을교과서가 탄생한 것이다. 관악중은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한 해 동안 국어와 미술 시간에 마을길 만들기 프로젝트,

체육시간에는 조깅길 만들기 프로젝트를 벌였다. 미술시간에는 우리 동네 건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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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만든 펄떡펄떡

‘심장이 뛰는 책’마을교과서를 만들며 깊어진 마을 사랑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몇 해 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권에 쓴 얘기다.

그런데 사랑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일까? 먼저 알고 있어야

사랑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리도록 했고, 국어시간에는 관악의

보물찾기 프로젝트 수업을 펼쳤다. 이

같은 노력이 쌓이고 쌓여 결국 지난해

10월 한 달 만에 마을교과서가 뚝딱 탄

생한 것이다.

학생들은 이 교과서 뒷부분에 마을 역

사탐구 내용도 담았다. 내용은 학생들

의 할머니, 할아버지 등을 인터뷰한 것.

이 책에는 모두 10개의 인터뷰가 실렸

다. 이 가운데 3학년 4반 윤 아무개 학

생이 할아버지를 인터뷰한 내용을 잠깐

살펴보자. “여기에서 어떻게 살아가셨

는지 말씀해주세요.”, “나는 시장 쪽에

서 장사를 하고 할머니는 공사장 일손

을 도왔어. 사업도 몇 번 했고, 그렇게

돈 모아서 여기로 집을 옮겼지.”

이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 박래광 교

사는 “역사가 교과서 속의 박제된 지식

이 아니라 우리 가족, 이웃, 마을, 이어

서 내 마음속에 펄떡펄떡 살아 뛰는 삶

임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관

악중은 이 마을교과서를 300부 찍었

다. 지난 2월 1일에는 출판기념회도 열

었다. 책을 받기를 원하는 1, 2학년 학

생들과 마을활동가들에게 책을 나눠줬

다. 이 학교 도서관 책장에도 꽂아뒀다.

다른 학교에서도 이런 활동을 할 수 있

을까? 구본희 교사는 “중3 수준이면 어

느 학교든 다 할 수 있다”고 잘라 말했

다. 그렇다면 왜 이런 활동을 해야 할

까? 구본희 교사는 다음처럼 설명했다.

“알아야 사랑하잖아요. 마을을 사랑하

게 하려면 마을에 대해 알게 하는 게 중

요하죠. 알게 하고 사랑하게 하는 데 책

만들기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다

만든 책을 읽는 것도 물론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직접 만들면서 사랑은 깊어

지는 겁니다.”

1

3학년 학생들이

마을교과서를

구상하고 있다.

2

관악중 마을교과서

표지와 첫 단원.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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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 약 6배 이상 증가했다. 국제결혼의 증가와 더불어 다문화학생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다문화 인구의 증가 추세로 볼 때 한국사회의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은 이미 예견할 수 있는 현실이 되

고 있다. 따라서 기존 다문화학생 지원 중심의 다문화교육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조화롭게 공존하는 성숙한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게 됐다.

최근 다문화교육은 ‘동등한 다름’과 ‘상호 존중적 차이’를 강조한다. 이는 세계화 시대와 다인종·다문화

사회를 사는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요구되는 덕목으로 학교에서도 이러한 사회 구조적인 변화에 좀 더 적

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학생 중에는 한국에서 출생한 학생도 있지만, 부모를 따라 중도 입국한 학생도 있다. 중도 입국 학

생들은 줄곧 외국에서 자란 탓에 언어 문제와 취학 등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서울연구

원의 ‘서울시 다문화청소년 교육지원 방안(2017, 이혜숙)’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학생 중 14.1%가 학업 중단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학생의

경우 응답률이 10%였지만, 중도 입국 학생의 응답률은 17%까지 올라갔다. 중도 입국 학생들이 학교생

활 적응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가장 힘든 점으로 공부(44.1%)를 들고 있어서 학교

생활 적응 지원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지원

우리 사회가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공존과 상생을 추구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름을 인

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와 인식을 함양하여 학생들이 더욱 성숙한 ‘세계시민’이 되

도록 다양한 다문화교육 지원 정책들이 관련 기관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로 다문화교육지원센터는 다문화·세계화 시대를 맞아 일반학생과 다문화

학생이 함께 어울려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다문화학생들의 학습 및 적응력 제고를

위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교육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다문화교육 전담

코디네이터 3명이 배치되어 중도 입국 학생들에게 정규학교 입학절차 안내, 학력인

정, 상담, 정규학교 배치 지원과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문화

예비학교를 연계해 줌으로써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적응 프로그램을 제공

하고 있다. 다문화예비학교는 중도 입국 학생뿐만 아니라 기존 다문화학생 중 한국어

능력이 부족하여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정(KSL)을 운

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중언어교육 활성화 등을 통해 다문화학생들이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다

문화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중도 입국 학생들의 욕구, 특성 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 지원으로 학생, 학부모 및 학교 간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학생의 현 상태

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편입학 절차 전 과정으로 지원함으로써 중도 입국 학생들이 더욱 쉽게 공

교육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편입학에 따른 학부모와 학교 간 갈등을 예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개설한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다문화교육 및 다문화교육 정책학교 운영 우수사례를 발

굴하고, 중도 입국 및 외국인 학생을 위한 편입학(학력)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실시간 상담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단위학교, 교육청(지원청), 유관 기관 정보 및 다문화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있어 각

종 통계 및 교육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글. 신병철포커스 서울교육

다문화시대,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

하루가 다르게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우리 사회는 그 구성원의 모습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미 우리 사회는 다문화사회로 진입했다. 지금의 아이들이

주인공이 될 미래의 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하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와 인식을 바탕으로

함께 발맞춰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다문화교육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

다문화교육지원센터

다문화 학생 10만 시대

중국 국적의 17세 김○○ 학생은 중국인 어머니가 한국인 아버지

와 재혼하면서 한국에 오게 됐다. 중국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도

중 한국 중학교로 편입하게 됐는데, 부모와 중도 입국 학생 지

원 기관의 한국어 수업 담당자는 학생의 한국어 능력이 매우

우수하여 일반학급에서 수업을 함께 들어도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편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 하는 등 학

교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담임교사와 다문화 담당 부장교

사가 학생의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심리상담과 프로그램 참여를

지속해서 지원한 결과 현재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

서울 모 초등학교의 입학식이 있던 날. 신입생 중 하나가 옆 친구에

게 “안녕”하고 인사하자 상대 아이는 수줍게 “니하오”라고 답했다. 신

입생 중에는 함께 온 엄마를 ‘마마(중국어로 엄마를 일컫는 말)’라고 부르

는 아이가 적지 않았다. 이 학교는 지역 특성상 서울에서 다문화학생 비중이

제일 높은 곳으로서 재학생 중 60% 이상이 다문화학생이다. 교장선생님께서 강

단에 올라 한국어로 인사말씀을 시작하자 중국어 자막이 나타났다. 한국어에 익숙하

지 않은 중국인 부모와 학생들을 배려하여 학교가 준비한 것이다.

위 이야기는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 사례이다.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한 화두 중 하나

는 ‘다문화사회’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에 따르면 결혼이민자의 규모는 지난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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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윤미(흥사단 교육운동본부 부장)함께 읽는 책

영화와 책의 컬래버레이션

누군가 ‘영화 보는 것 좋아해요?’라고 묻는다면, 그 질문을 받은 대부분은 ‘좋아하죠. 영화 안 좋아하는

사람 있나요?’라고 대답한다. 이렇듯 영화는 대중의 사랑을 한껏 받는 대중매체다. 카우치 포테이터든,

킬링타임용이든, 어쨌든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를 통해서 알게 모르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러

나 위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가볍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책을 통해 사고의 틀을 형성하고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영화를 통해서도 마음의 양식을, 삶의 지혜를,

사고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영화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필자는 영화를 통한 민주시민교육

‘민주피아’(민주주의와 유토피아의 합성어)를 기획하여 2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

게 하기 위해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교육학자 등과 컬래버레이션을 즐기는데, 이러한 와중에 만난 책이

13가지 영화를 교육학자의 눈으로 재해석한 유성상 교수(서울대 교육학과)의 <배움의 조건>이다.

저자는 교육개발협력 관련 연구와 교육을 최우선 목적으로 하는 글로벌교육협력을 주전공하는 교육학자

다. 즉, 교육 ODA(Offical Development Assistance)가 전공이다 보니 그가 선택한 13가지 영화는

양지의 교육을 논하기 이전에 교육이라는 시스템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양지의 교육을 이야기하더라도 교육체제 이면에 있는 교육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교육을 이야기하는 키워드

이 책은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 1은 ‘교육, 운명에 맞서다’로, 영화 <쿵푸팬더>, <빌리 엘리어

트>, <천상의 소녀>를 통해 숙명이란 존재하는지, 숙명을 대하는 교육의 입장을 다루고 있다. 1984년 영

국의 산업이 재구조화되는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광부의 아들이 발레 고수가 되고

자 하는 이야기다. 저자는 주인공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발레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근대적인 계급

의 틀 속에 갇힌 구조적 한계를 초월할 수 있는 교육 가능성의 상징을 찾고, 계급 편견과 성 편견에 사로잡

힌 그의 삶이 어느 순간 계급과 성적 모습을 초월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교육은 특정한 사회, 정

치, 경제, 문화적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이에 충실히 기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 참여하는 각 개개

인의 관심, 흥미, 호기심, 저항, 반항, 개입, 질문, 대답, 비판, 그리고 창조적 변화로 늘 새로운 도전에 직

면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파트 2는 ‘삶의 조건으로서의 교육’을 영화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여자>, <채피>, <불을 찾아서>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더 리더: 책 읽어 주는 여자>에서 비문해자인 주인공 한나를 통해서 글을 읽는

다는 것의 의미, 문해자와 비문해자의 차이, 세상과 만나는 통로가 되고 목숨과 맞바꾼 자존심으로서 문

해력이 주는 의미를 이야기한다. 문해는 최소한의 기초적인 능력이지만, 그것을 통해 다양한 선택의 기회

가 된다. 브라질의 교육학자였던 파울러 프레이리(Paulo Freire)의 ‘글자를 읽는 것은 곧 세계를 읽는 것

(Reading the Word and the World)'이라는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파트 3은 영화 <디 벨레>, <솔저>, <죽은 시인의 사회>, <패치 아담스>를 통해 ‘절망에 갇힌 학교’를 이야기

하고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카르페 디엠, 즉 현재를 즐기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영화다. 학생은 사회

적 지위로서 모든 현실적 감각과 느낌을 유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라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사색적 인간’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는 교육을 잘 받는다는 것이 덫에 걸린 배움이 아닌지 의

문을 던진다. 또한 영화 <패치 아담스>를 통해 제도로서 의학, 의학 교육, 그리고 제도로 인하여 사상되

는 인간성을 이야기하면서 이를 통해 교육이 무엇이고, 교육은 개인의 구체적인 삶에서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마지막 파트4에서는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고독한 스승>, <퍼스트 그레이더>를 통해 ‘희망을

향한 배움’을 이야기한다. <고독한 스승>과 <퍼스트 그레이더>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영화지만, 실화를 바

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저자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를 통해서 교육은 사회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상당히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도구이지만, 동시에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사회 변화는 사회가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는 인식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사실 원래 책 제목을 ‘교육의 이름으로: 희망과 절망의 교차점’으로 하려고 했다고 한다. 저자가 선택한

13가지 영화를 통해 교육학자의 관점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수많은 긴장과 갈등을 그려 보

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희망과 절망의 교차점에 있는 교육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필

자가 진행한 ‘저자와의 Q&A - 유상성과 함께하는 배움의 조건’에서 저자는 13가지 영화에서 교육에 대

한 생존, 숙명, 자존심, 두려움, 즐거움, 통제, 제도, 차별, 변화, 덫 등 10가지 키워

드를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생존을 위해 교육이 시작됐고, 교육은 숙명이며, 자존심

이며, 때로는 두려움, 즐거움이며, 통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제도, 차별의 덫에 걸리

기도 하지만 변화를 위한 토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유성상 교수의 13가지 영화를 교육학적으로 풀어낸 ‘배움의 조건’을 통해 교육의 제도

와 정책 이전에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또한 영화

와 책을 통한 컬래버레이션의 묘미를 맛볼 수 있었다.

<배움의 조건>

유성상 저 | 지식의날개 펴냄

이 책은 ‘배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얼핏 영화 평론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영화를 소재로 한 배움에 관한 이야기다. 교육적이면서도 전혀 교육적이지 않은 13편의 영화와

13가지 배움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을 통해 배움의 진짜 의미와 가치를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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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담긴

13가지 교육 이야기

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무엇인가를 배우게 된다. 먹고살기 위해서, 누군가의

강요 때문에, 우연히 등 배움의 이유는 다양하다. 반면, 가난해서, 글자를

몰라서, 여자라서 등을 이유로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배움이란 무엇인가? <배움의 조건>은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해 배움의 의미와

가치를 13가지 영화를 통해 이야기한다.

유성상, <배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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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적 성취 너머의 삶의 성취

특출난 재능의 아이, 영재학교만이 답일까?

오늘은 미루고 미뤄왔던 메리의 학교 가는 날. 하지만 메리는 영 기분이 마

뜩잖다. 삼촌과 홈스쿨링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

에 가면 지루하게 더하기 빼기부터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괜히 몸서리도 친

다. 그럴 때마다 메리의 유일한 보호자인 삼촌은 메리를 단호하게 타이른

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 한다는 삼촌은 메리를 기어코 스쿨버스에 태운다.

학교생활은 메리가 걱정한 그대로였다. 1+1과 같이 지루한 문제를 풀고 있

자니 적잖이 몸이 쑤셔온다. 그도 그럴 것이 메리는 천재 수학자였던 엄마

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특별한 재능’의 아이기 때문이다. 메리의 특

별한 재능이 드러나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계산기 없이 복잡한 암산을 해내는 등 바로

두각을 나타낸 메리. ‘지루한 수업시간’, ‘수준 떨어지는 학생들’. 학교생활은 도저히 흥미를 붙이기가 힘

들다. 때마침 사고도 터진다. 스쿨버스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구해주다가 그만 메리가 상급생을

책으로 때려눕힌 것이다. 미국은 무기를 사용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엄격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메리

는 며칠 되지 않은 학교생활에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된다.

징계를 걱정하며 찾아간 교장실. 그러나 학교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였다. 일반

학교에서 메리의 재능을 ‘썩히지’ 말고 영재학교에 보내면 어떻겠냐는 것.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알고 있는

학교에 추천서를 써주겠다는 ‘신데렐라’와 같은 전개가 이어진다. 하지만 삼촌은 단호하다. “그래도 일반

학교에 보내고 싶습니다”라고 학교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흔히 특별한 재능은 ‘특별한 인생’을 만들고는 한다. 그러나 모든 특별한 인생이 ‘행복한 인생’을 산다는 보

장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영재’라 손꼽히는 아이들은 영재교육 시스템에서 ‘다른 교육’을 받는다. 자

신의 재능을 더욱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심화학습.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삶을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

는 교육은 등한시되기 일쑤다. 메리의 삼촌은 이런 ‘다른 교육’으로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자 메리의 엄마

를 안타까운 사고로 잃었다. 그렇기에 메리 또한 동생처럼 잃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재능은 어느 한 분야에 특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재능이 삶의 행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너무나 익숙해 쉽게 간과해버리는 것들, 누구나 가지고 있기에 쉽게 치부되는

것들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기, 나와 내 주변을 둘

러싼 세계를 더욱 넓고 깊게 바라보기, 생명에 대한 가치와 각각의 삶에 대해 고민하기 등 특정 교과목을

글. 이중기 영화 속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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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해 알게 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학교를 통해, 친구를 통해, 선생님을 통해 시나브로 익혀나갈 수 있는

것들이다.

메리의 삼촌 또한 메리가 잘하는 분야를 더욱 특출나게 만드는 공부가 아닌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것들을 배우기를 원했다. ‘특별한 인생’이 아닌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길 바랐던 것이다.

학업을 넘어 삶을 성취하기

영화의 본래 제목인 <Gifted>는 ‘재능이 있는’ 또는 ‘좋은 것을 지닌’이란 뜻으로 흔히 영재를 가리킬 때 쓰

이는 단어다. ‘gift’가 ‘선물’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만큼 ‘Gifted’가 주는 어감은 남다르다. 재능은 자신이

성취하는 것이 아닌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영미권에서는 재능을 ‘선물로 주어진 것’이라 표현해왔

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매개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적어도 영미

권에서는 재능과 성취의 가치를 동등한 기준에서 바라보지 않은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삼촌의 생각 또한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메리가 다른 아이들과는 다

른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가지진 못한다. 그가 양육권을 두고 할머니와 법정공방을 벌이

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평범함’은 그래서 더욱 가치 있다. 메리를 이루고 있는 수만 가지 부분 중에서 어

느 특출난 한 부분에 매몰되어 살아가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정공방 장면에서 많은 관객은 메리 할머니의 의견도 ‘일리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

이 우리는 매우 오랜 시간 동안 학교가 ‘학업’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 동안

평범한 학교에 다녔던 메리는 기대만큼의 학업적 성취는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과 다른 그리고 제각

기 특출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보편적 관습을 몸으로 체득해

나간다.

메리가 일반학교에서 경험했던 교육은 홈스쿨링이나 영재학교, 고액과외로는 절대로 성취할 수 없는 것

들이다. 교과 너머에서 찾을 수 있는 삶의 성취. 이는 학교라는 특정한 공간에서만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이

다. 학업의 많은 부분을 사교육에 빼앗겼음에도 공교육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공교육

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어메이징 메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호하다. 공교육은 여

전히 가치 있고,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업의 성취를 넘어 삶을 성취하는 것. 학교라는 공간이 빚어내는

교육의 가치는 이렇듯 자명하다.

삶을 가르치는 교육은 교과목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쉽게 등한시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삶을 가르치는 교육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금 소리 높여 이야기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어메이징 메리>다.

미국 영화 <어메이징 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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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한산했던 학교가 오랜만에 시끌벅적합니다. 오늘은 서울북성초등학교(교장

오형석)의 입학식이 있는 날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교문에 들어선 아이들을 보안관

선생님이 인자한 미소로 가장 먼저 맞이합니다. 입학식이 열리는 체육관으로 들어서

자 이번에는 선생님들이 이름표를 들고 환한 미소로 반겨줍니다. 자신의 이름표를 목

에 거는 아이들의 얼굴에 어느새 긴장감은 사라지고 웃음꽃이 활짝 핍니다.

입학식을 위해 체육관에 자리한 아이들이 친구들의 얼굴을 마주 보며 둥그렇게 둘러

앉았습니다. 아직은 서로가 낯설지만, 앞으로 함께 지낼 친구들과 수줍게 눈인사를

나눕니다. 서먹한 분위기도 잠시, 재학생들이 학교생활 안내 자료를 직접 전달하고,

입학 축하 인사를 건네며 어색함을 풀어줍니다. 이어진 축하 공연과 교장선생님의 따

뜻한 환영 말씀에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집니다. 재학생과 함께 선생님들과 첫인사를

나누는 자리. 선생님과 아이들은 눈을 맞추며 인사를 나누고, 학부모들은 그 모습을

뿌듯한 눈빛으로 지켜봅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씩씩하게 내

디딘 첫걸음을 응원하는 듯, 따뜻한 봄볕이 아이들을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사진으로 보는 서울교육 글. 신병철 사진. 이승준

서울북성초등학교 입학식 현장

설렘

새봄을

가득 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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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 ‘엄마나라 말(태어나서 처음 배운 언어인 모

국어)’과 문화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매주 화요

일과 목요일 방과 후 이중언어교실이 열리고 있다.

다문화언어강사 배정순 선생님의 지도 아래 3학년

부터 6학년으로 구성된 여덟 명의 친구들이 모인

첫 수업에서는 왼쪽에는 중국어, 오른쪽에는 한

국어로 된 동화책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함께 읽

으며 내용을 학습지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나아가 영어까지 삼중

언어를 구사하는 서울신대림초 학생들이 미래 국

제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서울우신초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역량 강화

서울우신초등학교(교장 김병수)는 3월 6일 1학년

학부모 연수 및 1~3학년 학생들을 위해 ‘환상의

나라로’를 주제로 행사를 열었다. ‘4차 산업혁명시

대의 핵심역량 강화’를 주제로 열린 1학년 학부모

연수에서는 교장선생님이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체

험한 귀한 정보를 제공하여 신입생 학부모님들에

게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어 신입생의 즐거운 학

교생활을 위한 교장선생님의 깜짝 선물로 2~3학

년 학생들도 대상으로 하여 풍선아트와 버블쇼가

진행됐다. 풍선아트 공연에서는 참여한 모든 학급

및 학생들에게 골고루 다양한 캐릭터의 풍선아트

작품을 음악에 맞추어 제작하여 나누어줬다. 버블

쇼에서는 비눗방울 속에 다른 비눗방울 넣기 등 학

생 눈높이를 맞춘 공연, 무대 앞에 직접 나가서 참

여할 수 있는 초대형 비눗방울 안에 들어가보는 공

연, 모든 학생의 머리 위에 수많은 비눗방울을 뿌

려주는 공연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며 학생들을

환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서울대청초 만들어가는 행복 차오르는 행복

서울대청초등학교(교장 장순양)는 12월 20일 다

목적실에서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 아침 동요 동

아리 발표회’를 열었다.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 아

침 동요 동아리는 노래가 좋아서 아침 일찍 학교로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에게 매주 화, 금요일 아

침 8시 20분부터 40분까지 교장선생님이 직접 합

창지도를 하며 학교의 아침을 깨우는 동아리다. 이

번 발표회에는 초대받은 친구들과 학부모, 교직원

이 함께한 가운데 동아리원 26명이 자율적으로 팀

을 구성하고 노래를 선곡해 노을, 별나라 별빛, 달

팽이의 하루 등 9곡을 불렀다. 귀여움과 씩씩함이

노래에서 풍기는 팀, 크고 청아한 목소리가 돋보인

팀, 노래의 분위기에 맞게 율동을 준비해 노래를

더욱 돋보이게 한 팀 등 아이들은 자신들의 재능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이번 동요발표회를 통해 사랑

하는 친구와 가족, 선생님들에게 음악을 선물하는

시간을 가진 학생들이 동요를 닮은 순수한 꿈과 마

음을 키우며 밝고 맑게 자라기를 기대한다.

서울신대림초 엄마나라 말로 읽는 동화

“왕거미 거미줄은 하얘.”, “따찌쭈 찌쭈 왕시 바이

더”, 서울신대림초등학교(교장 문병균) 4층에서 들

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다. 서울신대림초는 한국 학

생들과 중국 문화권의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조금 특별한 수업을 진행한다. 한국으로 이

사 와서 살게 된 중도입국 학생들이나 국제결혼으

로 맺어진 가정에서 태어난 학생들이 한국어뿐만

수서중 나만의 책갈피 만들기

수서중학교(교장 이점순)는 2월 5일부터 8일까

지 4일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도서관에서 ‘나만의

책갈피 만들기’ 행사를 실시했다. 도서관에 준비

된 아기자기한 재료로 그림도 그리고 좋아하는 시

나 명언을 쓰며 예쁘게 꾸민 나만의 책갈피를 만드

는 행사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책갈피는

일정 기간 도서관에 전시 후 본인에게 나누어주어

책갈피로 사용하게 된다. 이번 행사 참가자는 책

갈피 만들기 재료와 초콜릿을 받을 수 있었다. 참

가 학생 중 책갈피에 날짜와 이름을 써서 친구들

과 서로 교환하기로 했다는 3학년 학생은 “졸업을

앞두고 추억할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더 생겼다”며,

“책을 읽을 때마다 책갈피를 보면 수서중학교 도

서관이 생각날 것 같다”고 전했다.

천일중함께 협력하며 만든

우리들의 무대

천일중학교(교장 안종애)는 2학년 8개 학급이 연

극, 뮤지컬, 영화로 나뉘어 모든 학생이 역할을 분

담하여 참여하고 발표하는 학생 중심 예술체험교

육을 진행했다. 경쟁을 뛰어넘어 협동과 협력 속

에서 기획, 연출, 대본, 연기, 안무, 작곡, 노래,

조명, 음향 등 종합예술활동의 다양한 분야를 체

험한 학생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교사 단독

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종합예술 분야의 지도를 위

해 관련 분야의 전문 강사들과 교사들이 협력하

서울거여초든든한 선배 손 잡고

학교 나들이 갑니다

3월 13일 화요일 아침, 평소 조용하던 서울거여초

등학교(교장 강연실) 복도가 재잘대는 아이들 소

리로 시끌벅적하다. 따뜻한 봄 내음이 물씬 풍기

는 이날은 갓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이 처음으로 학

교 구경을 하는 날이다. 입학식 때 서로 짝이 된 5,

6학년 선배들이 1학년 동생들의 손을 꼭 잡고 이

곳저곳을 둘러보며 학교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도서실, 컴퓨터실, 체육관 등 아이들이 자주 가는

곳을 비롯해 교무실, 행정실, 교장실 등 학교 관리

실도 둘러보면서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떤 분들이

근무하고 계신지 눈으로 확인했다. 도서실에서는

사서 선생님, 보건실에서는 보건 선생님, 급식실에

서는 영양사 선생님이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특히 교무실과 교장실, 행

정실 등은 업무를 전폐하고 꼬마 손님들을 맞이하

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시간가량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만남이 학교 시설을 둘러보

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서로 간의 따뜻한 마음과

정을 느끼는 시간이 어린 동생들에게는 든든함이,

형과 언니들에게는 사랑스러움으로 기억되기를 기

대해본다.

관악고꿈으로 오르는 계단을

책으로 만들었어요

관악고등학교(교장 이방수)는 2월 6일 부모 독서

동아리 ‘꿈계단’ 문집 발간 기념식을 교과연구실에

서 개최했다. 이번 기념식에는 교장선생님을 비롯

해 선생님과 학부모 등 30여 명이 참가해 문집 발

간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꿈계단 회원들은 1

년 동안 활동한 자료를 모아 매년 2월 문집을 발간

하고 문집 발간 기념식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씩 모여 독서토론을 하고 그 느낌을 독서공책에 기

록한 것, 문학탐방이나 외부강사 특강을 듣고 난

소감을 기록한 것을 모아 문집을 만든다. 또한 꿈

계단 회원들의 자녀들도 독후감과 후배들에게 주

는 글 등을 써서 문집 제작에 참여한다. 동아리 회

장인 홍승연 학부모는 “꿈계단 동아리 시간에 읽었

던 책을 내 아이도 자연스럽게 읽게 되었는데, 같

은 책을 읽고 나니 대화를 많이 할 수 있게 되어 아

이와 소통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동아

리 운영 소회를 전했다. 같은 책을 읽고 누군가와

공감하며 얘기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일

것이다. 같은 책을 읽고 발제자를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독서토론을 진행하는 관악

고 학부모 독서동아리 꿈계단에 올해 더욱 많은 회

원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SEN News 서울시 곳곳의 생생한 교육 소식, 지금 서울교육 알림은 서울교육소식 홈페이지(enews.sen.go.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여 2학년 2학기 말의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마무

리할 수 있었다. 2월 22일 발표회 후 27일 진행된

학생평가 간담회에서 학생들은 “친구들의 새로운

모습에 감동을 받았고 학기말에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

며, 무대에 선 순간의 경험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

고 평했다. 협력종합예술활동의 총괄을 맡았던 김

형숙 선생님은 “학생들이 이번 활동을 통해 본인

도 몰랐던 내면의 끼와 열정을 발휘하고 자신감을

찾는 계기가 된 것 같아 보람을 느꼈고, 협력하며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감동적이

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금호고冬冬캠프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날리다

금호고등학교(교장 조호규)의 1학년 2개 학급 총

37명은 1월 26일부터 27일까지 학생교육원에서

주관하는 冬冬 캠프에 참가했다. 이 행사는 한 해

동안의 학급생활을 마무리하고 구성원 간 공감적

소통을 통한 추억이 있는 학교생활을 만드는 기

회를 제공하고, 방학 중 사제동행의 안전한 지역

사회 체험활동으로 호연지기의 인성 함양을 목적

으로 시행됐다. 금호고 학생들은 학생교육원에서

제공하는 문제 해결력 기르기, 영화 관람, 합동

레크리에이션, 빙판 활동 등을 하며 자칫 공부와

추위로 움츠러들 수 있는 고등학생들의 방학 중

생활 환경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좋은 기회를 가졌

다. 이 프로그램을 마련한 박유정, 이준건 선생님

은 “방학 중이지만 아이들의 건강한 생활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되어 기쁘다”고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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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가재울중학교 강보리 학생, 오류중학교 원가연 학생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

사 진 헤 는 밤 새 로 운 계 기

2017년의 제일 더운 여름.

학교 동아리에서 다 같이 사진여행을 갔다.

공산성을 조금더 걷다보면 산 같은 곳이 은근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는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와

아침에 맡을 수 있는 상쾌한 자연 냄새가 좋았다.

사진 속의 여학생은 나의 친구이다.

이 사진은 동아리에서 함께 공산성으로 가서

서로를 찍어주다가 친구가 나에게 찍힌 사진이다.

일출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드는 순간 친구가

나의 앞에 앉아 나를 찍길래 나도 찍어주었다.

따스하게 비춰주는 햇살과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은 엄청 부드러워 보였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정말 한순간이었지만

친구와 일출의 조합은 아주 좋았다.

처음에는 인물사진을 찍어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카메라 셔터를

미친 듯이 마구 눌렀다.

하지만 점점 햇살이 따사롭게 올라오자

이런 각도의 모습은 예쁘게 나오겠는걸?

하면서 자세를 낮춰 친구를 찍어보았다.

그러다 보니 결국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나오게 되었다.

뒤에 있는 태양이 아주 따뜻하게 비춰주니

친구의 모습이 부드러워 보인다.

아픈 상태에서 일찍 일어나 사진을 찍겠다고 노력한

나의 모습에서 마음만 먹으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음번에도 내 의지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면 이번 여행을 떠올리며 또 한번 발전해가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가재울중학교 강보리 학생 오류중학교 원가연 학생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의

사진과 글은 '2017 인사동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촬영하고 작성했습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서촌의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을지 고민하다가

어느 집 앞에 있는 우산을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우산은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의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시인의 시를 보니

저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었습니다.

내가 어릴 적에 부모님과 함께 캠핑을 가서

밤하늘의 별똥별을 보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시의 내용처럼 별 하나하나에

가족과 텐트에 누워

부모님이 해주시는 이야기를 들으며

꿈나라로 갔던 소중한 추억을 담았습니다.

‘별 헤는 밤’의 의미를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거나

부끄러운 자아를 성찰함으로써

희망을 추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사람들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진을 찍었는지 궁금해할 것입니다.

나는 친구들과 서촌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찍은 작품들을 보면

만족하고 뿌듯해했던 순간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했던 일들이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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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진은영(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교육칼럼정리. 편집부서울교육 & 팁

아이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배우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 회피하는 것보다

훨씬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책임감이 있는 아이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아내 스스로 개선하고 발전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키우려면 어른이 먼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그렇다면

아이의 책임감을 길러주기 위해서 어른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먼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이의 책임감을 키우는 어른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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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 간섭은 금물 ● ‘지금은 어리니까 챙겨주지만, 조금 더 크면 스스로 할 수 있게 교육해야지’라는 생각

은 매우 위험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행동하게 하고, 자신의 일에 책임을 지는 법을 배우게 해야 합니다. 어른들이

일일이 간섭하게 될 경우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어른에게 의존하게 됩니다. 어릴 때부터 스스

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아이에게 더욱 자연스럽고 수월하게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실수했을 때가 가장 좋은 기회 ● 아이가 용감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책임감을 갖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른이 아이의 행동을 눈감아주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갖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책임을 추궁하면 아이는 실수했을 때 긴장과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실수를 잘 해결하면 아이는 지

혜가 생기고, 실수를 통해 경험을 쌓으며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책임을 지는 동시에 아이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

한 결과에서 여러 가지 삶의 원칙을 배웁니다.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는 법 가르치기 ● 아이가 순간의 충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줬다면 직접 사과를

하도록 하여 이 행동은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집에서는 아이가 할 수 있는 집안일을

시켜 책임감을 길러주고, 밖에서는 환경보호는 모두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아이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

지 않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이런 교육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법을 배웁니다. 또한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별하고, 신중하고 냉정하며 진지하게 행동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습니다.

좌절과 고통을 감내하는 법 가르치기 ● 재미로 시작한 일이라도 끝까지 책임

을 져야 하고, 필요할 경우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세요. 예

를 들어,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조른다면 악기를 배우기 전에 아이에게 “중간에 포기

하는 것은 안 돼. 한번 시작하면 열심히 배워야 하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다음에 네

가 배우고 싶은 걸 배우지 못할 수도 있어”라고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아이가 자

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악기를 배울 때 조금 지루하고 재미없더라도 이를 이겨내

고 끝까지 해낼 수 있도록 해주세요.

2015년 교육과정 개정 이후 역량 기반 교육이 강조되면서 교육전문가들이 바빠졌다. 미래 사회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핵심역량은 무엇이며, 그 역량들을 교과과정을 통해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또 그것을 어떻게 평가

할 것인지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이 열심히 고민하며 그 해답을 찾고 있다.

역량 기반 교육은 교육의 무게중심이 ‘무엇을 아는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한다. 단

순한 지식 습득보다 수행 능력이 더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을 아는가’라

는 문장이 더는 음미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폴란드의 시인 쉼보르스카는 이 문장에 ‘무

지의 역량’ 또는 ‘의문의 역량’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숨어 있다고 귀띔해준다. 그녀는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

서 영감이란 예술가나 시인에게만 찾아오는 특권이 아니라고 말한다. 언제나 영감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

데, 뚜렷한 신념으로 자기 일을 선택하고 애정과 상상력을 가지고 그 일을 수행하는 교사들, 의사들, 정원사

들, 그리고 수많은 직종의 사람들이 그러하다. 그들은 어려움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늘 호기심을 가지고 ‘나는

모르겠어’라고 말하며, 이미 해결된 모든 문제에 대해서 쉴 새 없이 새로운 물음을 묻는다.

물론 독재자들, 광신자들,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혈안이 된 정치가들도 자기 일을 사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

들로 그 일을 수행한다. 이에 대해 시인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모른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네,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유일한 것, 오로지 그 하나만으로 영원히 만족합니다. 그 밖의 다른 것들은 철저히 관심 밖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쪽을 향해 눈을 돌리고 주의를 빼앗기는 순간, 자신들이 주장하는 논쟁의 힘이 약해질까 봐 두

려워하기 때문이죠.”(쉼보르스카, <끝과 시작>, 451쪽)

인류의 오랜 지성사에서 ‘무엇을 아는가’라는 물음은 아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지를 예감하고 더

넓은 세계를 열기 위해서 물어져 왔다. 시인의 비유처럼 ‘나는 모르겠어’라는 한 마디의 말에는 ‘작지만 견고한

날개’가 달려 있다. “그 날개는 우리의 삶 자체를, 이 불안정한 지구가 매달려 있는 광활한 공간으로부터 우리

자신들이 간직하고 있는 깊은 내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만들어줍니다. 만약 아이작 뉴턴이 ‘나는 모

르겠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사과가 그의 눈앞에서 우박같이 쏟아져도 그저 몸을 굽혀 열심히

주워서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이 고작이었을 것입니다.”(<끝과 시작>, 452쪽)

무지를 고백하고 확신을 의문에 붙이는 이 역량은 ‘무엇을 아는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로

의 교육학적 전환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고 보존되어야 한다. 창조적 역량이란 과업 수행의 과

정에서 발휘되는 능력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주어진 과업의 의미를 의문시하는 능력이

기도 하다. 미래 사회가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역량을 개발하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과제

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가정된 미래 사회가 우리가 정말 꿈꾸는 사회인가? 아니라면 우

리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서로의 꿈들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가? 교사들과 아

이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이런 물음에 대해 함께 몽상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필요

하다. 이 시간은 현장에서 재빨리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소득 없는 몽상과 한담의 시간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탐색과 대화가 없

다면, 역량 기반 교육은 아무도 가고 싶지 않은 장소에 세워진 멋진 건물이 될지도 모른다.

‘나는 모르겠어’, 무지의 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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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소리

2018년 2월호<지금 서울교육> 후기

<지금 서울교육>이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지금 서울교육>에 대한 제안과 바람이 있는 독자 여러분은 [email protected]로 의견을 주세요.

보내주신 의견을 선정해 해당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 소정의 선물도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지난 2월호 <지금 서울교육>에 대해 많은 분들이 후기를 전달해주셨습니다.

<지금 서울교육>이 더 좋은 매체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작년에 처음 <지금 서울교육>을 접한 뒤부터 매달 꾸준히 애독하고 있는 독자입니다. 2월호에서 박노자

교수님의 글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고, 많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입시 지옥’을 경험한 한국

사람들이 평생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를 겪는다는 내용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집단적 트라우마의 예로

군대를 경험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제대 후에도 입대하는 악몽을 꾼다고 교수님이 말씀하셨는데, 사실 저도

가끔 수능시험장에서 답안지를 밀려 쓰는 꿈을 꾸다 잠에서 깨고는 합니다.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힘들게

재수생활을 했던 탓에 입시 트라우마가 제 안에 더욱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나 봅니다. ‘지옥’이라고까지

표현되는 입시, 그리고 입시를 치르기까지의 험난하고 고된 과정. 언제쯤 우리 학생들은 이 입시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요.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2월호였습니다.

노원구<지금서울교육>독자한동희

구로구에서 초등학생을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학교 이야기 성대훈 선생님의 글을 읽고 한 아이의 엄마로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학생들과 한라산을 등반하면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던 것처럼, 저 역시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아이를 대하는 저의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어요. 돌이켜보면 저도 아이를 대할 때 ‘너는 아직 어리니까 엄마 말이 무조건 맞고, 엄마 말을 들어야 해’라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아니야. 그건 틀려”라는 말 대신 “그럴 수도 있겠네. 왜 그런지 같이

생각해보자”라고 이야기하는 멋진 엄마가 돼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어요. 비록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은

아니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선생님이 다른 학교에도 많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왠지 마음까지 든든해지네요.

구로구초등학생학부모유세은

안녕하세요. 고등학생 아이를 둔 <지금 서울교육> 독자입니다. 2월호 특별기획 ‘1세대, 30년을 통해 바라보는

졸업’ 좌담회 기사를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평소보다는 조금 가벼운 주제였지만, 한창 졸업식이 열리는

시기와 맞물려 오히려 다른 때보다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와 비슷한 연배의 학부모님들이

이야기해주신 우리 때의 졸업식 모습을 읽고는 ‘맞아, 그때 그랬지’ 하며 제 학창시절을 떠올려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올해 아이가 고3이 되면서 가끔 나누는 대화도 공부나 입시에 관련된 것들뿐이었는데,

먼저 고등학교를 졸업한 아이의 선배들이 전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분명 제 아이도 똑같은 불안함이 있을 텐데

이런 부분까지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저 자신이 정말 좋은 아빠가 맞는지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유익한

교육정보뿐만 아니라 읽으면 읽을수록 부모로서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지금 서울교육>. 주변의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많이 추천하겠습니다!

양천구고등학생학부모신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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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과 상생의

세계시민교육을 만들어갑니다

마을과 지역을 넘어 국가와 세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는 매일 한 뼘씩 넓어지고 깊어집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공동체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역량인 공존, 상생, 배려에 기반한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생이 세계시민으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서울시교육청의 노력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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